나는 당당하게 살겠다
김건우 엮음 / 문자향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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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당하게 살겠다]는 굳은 심지가 보이는 글이다. 좋은 책은 시대와 장소의 제약을 뛰어넘어 독자가 공감하는 것이 있으며 이 책도 그러한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읽을수록 가슴에 단단히 솟아나는 조선여인의 단호하고 굳센 심지는 책 전반을 통해 도도히 드러나는데 이것은 현대 사회의 고정관념에서 바라보는 옛 여인의 모습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첫째로, 독자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할지라도,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조선시대의 여인의 삶은 매우 굴절되게 유교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본 선비들의 글을 통해 남성적관점에서 표현되었다. 그러나 이책은 비록 선비들이나 그 부인들, 소위 말하는 당시의 지식층의 글들이라 할지라도 조선시대의 저자들이 겪었거나 들은 이야기를 통해 보다 직접적이고 다양한 여성들의 삶이 나타난다. 시대적굴레에서 벗어나 조선의 여인이라 할지라도 지조 있고 능력 있으며 한없이 자유롭고자 했던 인간 본성적인 여인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점이 이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둘째로, 아무리 여인이라 하지만 지금까지는 궁궐이나 사대부의 부인, 또는 유명한 기생 등 극히 일부분의 조선여인만이 드러났는데 이 글에는 다양한 여성의 인생여정이 씌어져 있다. 사대부의 부인 뿐만이 아니라 다모(茶, 원래 관아에 소속되어 차를 끓이는 일을 하던 관비(官婢)를 말하나, 남녀유별이 엄격한 시대이므로 안채를 수색하거나 여성용의자를 다룰 때 다모나 의녀가 그 일을 하였다), 여종, 유모, 무당, 명나라궁녀, 공녀, 기생, 서민여성, 향관의 서녀, 여성도인 등 참으로 다양한 여성이 등장하여 우리에게 다층적인 조선의 여인시대를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셋째로, 이책은 원문의 출처를 밝히고, 간단한 주해를 달아 저자와 몇 가지 생소한 글에 대한 해석을 써 놓았다. 그리고 권말에 부록으로 한문원본을 덧붙임으로써 한문원본을 보고자 하는 독자를 또한 배려하였다. 김건우씨가 편역하고 문자향에서 출판하였는데 전체적으로 책은 깔끔하게 나왔다. 글은 군더더기 없이 단아한데 그것은 선비들이거나 그 부인들이 유교적인 영향을 받아 한문으로 적은 것으로 곁가지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으로 들어가므로 편역자의 글 또한 이러한 특징에 잘 어울리며 읽기에 부담을 안주는 간결한 문장들은 이 책의 어느 부분부터 읽어도 어색하지 않다. 현시대의 복잡성 속에서 간결하고 의미 있는, 그러면서 읽는 이의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이 책은 읽는 이의 손 곁에 계속 두고싶게 하는 느낌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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