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서점을 갔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망설임없이 골랐다.
일명 고구마 스토리라고 트위터에서 유명한 글/그림을 보았다. 짧지만 느껴지는 게 많았다. 그 고구마 스토리가 이 책에 있는 내용이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작가님이 태수는 도련님 웹툰의 작가분이셨다. 태수는도련님은 오래 키운 멍멍이 이야기 였다가, 연재가 되면서 냥이도 합류한 아기자기한 작가님과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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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일었던 시기는 보도 셰펴 작가의 <멘탈의 연금술>을 읽을 때였는데, 이 두 책은 상반되는 경향이 있다. 결은 분명히 매우 다르다. 그런데 이 책 역시 나름대로의 멘탈을 지키는 연금술이 있다. 그래서 좋았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 책이 좋았다. 책 전체적으로는 고구마 에피소드를 능가할만한 이야기는 없지만, 그건 워낙 고구마가 강했던거고, 다른 소소한 이야기들도 힘이 되고 응원이 된다. 이 책을 읽던 시절 <멘탈의 연금술> 뿐 아니라 다른 비즈니스, 경제 관련 책들을 읽었던지라, 그 반대되는 이 책이 나에겐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적당히 게으로고 소심한 작가님의 모습이 멘탈의 작가인 보도섀퍼 아저씨가 보면 한탄하겠지만, 그 자체로 나에게는 참 사랑스러웠다.

이 책의 장점은 하루 이틀이면 다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있다. 뭔가 작은 성공을 하고 싶을 때, 완독의 기쁨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완독하더 시절 알게 된게, 한 게 없는 것 같을 때 서점에서 그림책 사지말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리면 그달에 한 권을 추가할 수 있고, 무언가 뿌듯한 완성된 느낌이 아주 좋다는 것이었다. 작은 성공경험이 필요할 때 정말 쉬운어린이 책을 읽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그러나 하루 이틀에 다 읽을 수 있지만 천천히 읽어도 좋을 책이고, 시간 지나 다시 보아도 좋을 듯 하다.

고구마 에피소드를 독서모임에 소개해 준 적이 있는데, 반응들이 재미있고 공감갔었다. 고구마의 삶을 살려 노력하지만 실상 인삼의 마음가짐만 갖고 놓지못하는 것 같다며, 완성 고구마가 못되고 그냥 고구마에 머물러 있다는 애리의 말이 재미있으면서도 공감이 갔었다. 켈리는 인삼의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며, 본인의존재를 인식하기 보다 고구마만 신경썼다는 간증?을 했다. 나 역시도 오랜시간 인삼의 세월을 살았었다. 나는 고구마는 아니고 앞으로도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하게도 고구마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고구마가 될 힘이 없거나 생각이 없다면, 고구마라도 만나야 한다 !

인상깊은 구절, 내 맘대로 pick. 그리고 덧붙이는 내 느낌.

「인생이 온통 실패한 것처럼 느껴진다면, 스스로에게 쏟고 있던 열띤 관심을 잠시 접는 게 좋다. 그리고 맛있는 것을 먹읍시다….
- P177 」
삶을 스스로 놓는 사람들이 식사는 혼자이거나 형편없다고 한다. 힘들 떄엔 좋은 사람들고 정성스런 음식을 좋은 곳에서 먹는 게 좋다. 힘들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이 식사를 하는 게 아닌 가 싶다.

「 기껏 복숭아가 되었으나 맛없는 복숭아도 있는 것이다. 복숭아의 삶도 그런 식이다. 사람의 삶과 다를 것이 없다. 저마다힘든 시기를 견디고 살아남아 무언가를 이루더라도 그게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모두가 대단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것이아니다. 결국 그게 삶이다. 나에게만 닥치는 유난한 시련이 아니라, 그냥그게 삶인 것이다.
- P179 」
기껏 복숭아가 되었는데 맛없는 복숭아라니. 사람으 삶을 살며 모두 다 성공할 수는 없겠고 그럴 필요도 없겠지. 너무 성취하는 것에, 더 나아지는 가족의 삶에, 알게 모르게 조직 내 인정받고 싶어 했던 삶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았었다.

「 알고 지내던 어느 분이 모든 일엔 의미가 있고 배울 게 있다. 지금 힘든 시기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긴 얘길 나누고싶은 기분이 아니던 때라 네, 네 대답하고 말았지만.... 나는 모든 일엔 의미가 없을 수도 있으며 차라리 겪지 않는 편이 훨씬 나은 일도 많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럴 수도 있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이 시기가 나중에 돌아봤을 때아무 의미 없대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사실 비교적 최근까지도 내가 정말 그럴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어 때로는 무섭기도 했지만, 이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일에 쏟은 내 시간과 정성과 노력이 아무 의미 없었다고 판명이 되더라도, 나는 그걸 받아들이고 다시 다음 일을 시작할 것이다. 실패했을 때 오래 기죽지 않고 흠, 그렇단 말이지‘ 하고 다음 일을 계속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 P182 」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삶의 의미를 많이 강조하는 책이고 공감했던지라, 지금 예전에 읽었던 이 부분을 보며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꼭 반대되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일할 때에도 흔히 말하는 삽질을 할 때가 있다. 엄청 시간은 들였는데 알고보니 쓸데없는 일인 경우가 때로 있다. 그럴 떄마다 시간도 아깝고 에너지도 아깝지만, 그런 삽질이 떄로는 필요할 때가 있기도 하다. 모든 것에 의미를 찾기 보다 편안한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중요한 건 작가님의 마지막 말이다. 실패해도 그렇단 말이지 하며 다음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

「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전혀 좋지 않은 상황에 있는 사람이 그럼에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 때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긍정적이에요?˝라고 묻는다. 그러나 오히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지않고는 버티기 어려운 시기가 있는 것이다.
- P219 」
어떻게 이만큼 왔어 할 때 나도 그냥 버티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보니 해다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하나는, 누구도 당연히 괜찮은 사람은 없다는 것. 저 사람은 저런 상황에서도 잘 견디니 원래 잘 그러는 게 아니라, 그 사람도 힘들게 힘들게 버티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당연히 괜찮은 사람은 없다는 것. 다른 하나는, 전혀 좋지 않은 상황에도 긍정적으로 마음을 갖자는 것. 그렇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 수도 있으니.

「 멀리서 봐야 빛나는 달과 별처럼, 우리는 멀리서 서로를 아름답다고 느끼며 위로받는다. 저마다 다른 슬픔을 가진 채, 단지 밤이라는 이유로 서로에게 빛나는 존재가 된다. 어느 밤 내가 서러운 일로 목 놓아 울고 있던 순간에도, 누군가는 내 방의 불빛을보며 위로받았을 것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서로에게 반짝이는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 P234 」
이 말이 아름다웠다. 서로에게 반짝이는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다는. 우리는 모두 고군분투하는 전우니까. 각자의 삶이 쉽지않지만 위로를 주고 위로를 받고, 힘을 주고 힘을받아야겠다. 조금 결이 다른 얘기지만, 그런 생각을 감히 하지도 못하다가, 어느 날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의 찬양이 정말 마음으로 와닿아 울어 버린 적이 있었다. 그냥 그렇다고..

「 그제야 깨달았다. 평소 나의 평온한 마음은 나 혼자서 유지하는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매일 마트나 식당을 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택배기사나 이웃들과 마주치면서도 그럭저럭 평온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건 그들이 예의 바른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일일이 의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지만, 나의 평온한 일상은 누군가의 예의 바름 때문이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 P235p 」
나의 평온한 일상이 누군가의 예의바름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니... 작가님은 정말이지... 나도 그 사실을 잊지 않겠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평온한 일상이 되기 위해 삶을 살아야겠다. 지금까진 그러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다른 이들의 불안한 일상을 준 적도 많았겠지...

「 인생이라는 고단한 여정 가운데서도 어떤 사람들은 기어이 아름다운 것들을 남기고 죽는다. 아름다운 것을 찾고 보고 들어한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인간은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는 존재란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 P238 」
고단함 속에서 아름다운것들을 남길 수 있다니. 무언가 정리가 안되어 느낌은 생략. 그러나 글은 마음 속에.

「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 돌아가신 후에 보니 같이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는 거예요. 여러분, 좋은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세요. 좋은 사람들과 웃으면서 사진 많이 찍고 지내시길 바라요.˝
그 말을 듣고 울컥하고 말았다. 나도 미처 잘 나온 사진 한 장 함께 찍지 못하고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사진이 없어도 떠난 이들에 대한 기억이야 잊지 않지만, 그럼에도 사진 한 장 찍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안타까웠다. 그것은 어쩌면 사진이라는 물건에 대한 아쉬움이라기보다 사진을같이 찍는 행위를 함께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에 가까우리라.
- P239 」
사진 찍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사진은 뭔가 일상이 아닌 특별할 때 찍어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저 글을 보고도 같이 사진을 찍지 못했다. 찍어봐야겠다. 얼마전 친구들과 찍었던 정말 예전의 사진을 보았다. 그 사진들을 보니 마음이 좋아졌다.

「 사진만이 아니라 아마도 우리는 서로가 사라진 후에 많은 것이 아쉬워질 것이다. 사진을 많이 찍을걸. 함께 여행을 갈걸. 고맙다고 할걸, 맛있는 것을 먹을걸, 또 저마다의 사연이 얽힌 아쉬움이 남겠지. 그중에는 그때 당근 케이크 한 조각을 사다 줄걸쳐럼 지극히 개인적인 아쉬움도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대부분은 그렇게 사적인 사연의 아쉬움일지도 모른다. 살다보니 그렇다. 지금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일들 대부분은지금 하지 않아도 사실 괜찮았다. 대체로 당시에 생각도 못한 일이 나중에 무척 아쉬워진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오늘도 사소하고 중요한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 P240 」
정환이가 밴드에 남겨 놓았던 인생수업의 글이 생각 났다. 지금을 충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오늘도 사소하고 중요한 순간을 살고 있으니, 나중에 무척 아쉽지 않도록 좋은 사람들과의 약속이 있을 때 그 날을 소중하고 충실하게 해야겠다.

「 어려움을 이겨내는 사람들은 그저 자기 삶을 살아가고있는 것이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P243 」
다른 누군가의 삶을 보고 내가 영향을 받는 것처럼, 내 씩씩한 삶이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도록.

「 바늘에 찔리면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 왜 내가 바늘에 찔려야 했나, 바늘과 나는 왜 만났을까, 바늘은 왜 하필거기 있었을까. 난 아픈데 바늘은 그대로네‘, 이런 걸 계속해서 생각하다보면 예술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은 망가지기 쉽다. 예술가들에겐 미안하지만 예술가는 망한 것이다.
- P250 」
격한 공감. 지인들 중엔 쉽게 자기 감정에 몰입되는 분들도 있다. 그런 성향이 좋은 점도 있지만 본인이 너무힘들다.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해줬음 좋겠다. 아울러 나 역시도.

「 우리는 서로를 꼭 완전히 이해해야 할 의무도, 이해시켜야 할 의무도 없다. 그냥 서로를 바라보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 걔는 그런 사람인가 보구나‘ 하며,
- P253 」
사람마다 성향이 다른 걸 알면서도 얼마 전 그러질 못했다. 각자의 삶을 살되 때로는 응원하고 때로는 그게 아니라고 얘기만 해주면 된다. 감정적 흥분 없이. 그게 쉽지 않을 수 있지만.

「 해파리에 대해 찾아보니 헤엄치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수면을 떠돌며 생활한다고 나와 있었다.
어쩐지 울컥했다. 헤엄치는 힘이 약하면 수면을 떠돌며 살면 된다. 죽어버리는 게 아니라.
- P255 」
해파리를 찾다가 저런 울컥함을 가질 수있다니. 하지만 그 말엔 동의한다. 힘이 약하면 수면을 떠돌면 되지. 죽어버리는 게 아니라.

「 그럴싸한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어릴 때 누군가 해주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늦더라도 살면서 스스로 깨달았으니 괜찮다. 저 생각을 한 그 밤, 나는 펑펑 울었다. 서운한 감정 한편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남은 삶을 좀 더 가볍게, 그러나 착실히 살 수 있을 것도 같다.
- P257 」
나는 왜 그렇게 심각하게 무겁게 살았을까. 한참을 사는 게 버거워하며 매일매일을 사는 게 무서운 마음으로 어둡게 살던 때도 있고, 가족과 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성취하고 돌진하고 독하게 너무나도 미련하게 열심히 살았던 때도 있고. 무슨 일이 벌어질 게 아닌데 나만 일하는 것처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 살던 때도 있고. 나는 왜 그렇게 살았을까. 남은 삶은 좀 더 가볍게 살 수 있을 것도 같다.

「아, 별이 쏟아지는 곳에서 매일 밤 다른 모든 것들이 저 별들에 비해 얼마나 시시한지 떠올리며 살고 싶다.
- P265 」
이건 좀 안 될 것 같지만, 별이 쏟아지는 곳에서 그 만큼의 황홀함을 만끽하며 살고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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