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 몸에 밴 상처에서 벗어나는 치유의 심리학
다미 샤르프 지음, 서유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서평 이벤트로 작성된 글입니다.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라는 제목처럼 어린 시절의 상처와 그 상처가 한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고 대처하는 방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수십 년동안 신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심리적 문제를 치유한 독일의 신체 심리치료 전문가가 쓴 책이다. 심리책을 꽤 많이 읽었지만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사, 심리학자가 아닌 신체에 집중하여 심리치료를 하는 관점은 처음이라 이 책에 상당히 신선하고 호기심이 갔다. 


저자는 극히 충격적인 일이 아니더라도 정신이 단계적으로 발달해야 하는 어린 시절에 감당하기 버거운 일을 반복적으로 겪을 경우 그것 또한 트라우마가 될 수 있으며 이를 '발달 트라우마'라고 명명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발달 트라우마는 정신 뿐만 아니라 신체에도 기억되는데 과거 스트레스 상황에서 겪은 긴장과 경직 반응이 성인이 된 후에도 조건만 충족되면 자동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발달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은 보통 사람에 비해 감정기복이 심하고, 세상을 위험이 가득찬 곳으로 인식하며, 자기 신체에 대한 조절력이 떨어진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신체에 대한 자기조절력이 특히 강조하면서 '감정 내성의 창문'이라는 용어를 설명한다. 감정 내성의 창문이 좁은 사람과 넓은 사람은 각자의 자율신경계가 일상에서 흥분과 이완을 능숙하게 조절할 줄 아는 능력에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발달 트라우마가 있으면 감정 내성의 창문이 좁다고 할 수 있다.


발달 트라우마는 출생 전 배 속에서의 9개월이나 출생 과정, 혹은 그 후 몇 년간의 경험으로 생기는데 이는 대부분의 사람이 기억하지 못하는 시기의 일들이다. 그러나 이 기억나지 않는 인생 초기의 몇 년은 아기의 정신과 몸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각 시기에 따라 부여되는 인생의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게 한다.  


예를 들어

출생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거나, 태어나자마자 엄마와 떨어져 인큐베이터에 있었던 아기는 세상은 위험하고 믿을 수 있거나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런 일이 있었던 사람들은 첫 번째 인생과제인 '나는 안전한가?'라는 질문에 '나는 안전하지 않다'는 답을 얻게 되며 안전감이 결핍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렇게 건강한 성인이 되기 위한 인생 초기 발달 단계에서 발생하는 과제를 저자는 총 5가지로 분류한다.


인생과제 1. 나는 안전한가?  

인생과제 2. 나는 내 욕구를 충족하고 있는가?

인생과제 3. 나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들이는가?

인생과제 4. 나에게는 '자기효능감'이 있는가?

인생과제 5. 나는 사랑과 성에 관대한가?


저자에 따르면 각 단계에서 인생과제에 긍정적인 경험을 하지 못하고 그것이 좌절되게 되면 '발달 트라우마'가 되어 이후 삶에 여러 가지 제약을 낳게 된다.


발달 트라우마가 존재하며 계속 삶의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자신의 몸을 잘 느끼지 못하고 정신의 세계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 

자신의 감정과 원하는 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관계에 두려움이 있는 사람,

다른 사람의 도움에 거부감을 느끼고 타인에 대한 불신이 있는 사람,   

누군가와 가까워지기 위해 나를 희생하는 사람,

장애물을 뛰어 넘기도 전에 포기하는 사람 등의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발달 트라우마는 정신적인 상흔일 뿐만 아니라 신체의 상흔이며 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자신이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는지 찾는 과정을 거치는 동시에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갖고 관찰하고 집중함으로써 트라우마로 고착된 삶의 방식을 바꾸어 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의 뒷 부분에서 저자는 뇌의 구조와 각 부분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몸의 감각을 더 잘 느끼고 관찰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인간의 감정의 종류와 체계, 특징을 설명하면서 자기 조절, 특히 자신의 감정을 관찰하고 조절하는 법도 상세히 설명한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사람을 바꾸는 것은 인식이 아니라 몸'이라고 말한다. 이런 저자의 생각에서 저자가 말하는 행복의 세 가지 조건이 자기 조절 능력, 유대 관계, 신체 지각 능력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과거의 상처에서 나온 몸과 정신의 반응 방식을 알고, 스스로의 몸을 통해 자신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었을 때 자기 조절 능력이 키워지고 그 안정감으로 타인과 유대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굉장히 인상 깊어 두 번을 읽었는데 수많은 심리책 중에 단연 돋보이는 주제와 내용이 담겨 있는 책이라, 심리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