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호 - 나를 웃게 했던 것들에 대하여
윤가은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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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들, 우리집등의 작품을 만든 윤가은 감독은 어린이들의 세계를 섬세한 시선으로 표현하여 호평받았다. 대학을 졸업한 후 새로이 공부를 시작할 만큼 좋아했던 영화가 더 이상 좋아지지 않게 되었을 때 그녀는 다른 좋아하는 마음을 찾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영화에 집중하느라 밀어내고 덮어두었던 것들에 눈을 돌렸다. 첫 산문집호호호-나를 웃게 했던 것들에 대하여는 제목에서부터 호불호(好不好) 대신 호호호(好好好)가 있는 그녀의 낙천적인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배어난다.


이 책에는 저자가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 인간사를 속속들이 보여주는 통속극 드라마, 생명의 에너지가 솟아나는 여름, 어린 시절 보물 창고였던 동네 문방구, 사람과 마음을 전해준 꽃 등등. 그에 대한 애정 어린 단상과 위로받았던 일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펼쳐진다. 1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기에서는 너무나 사소해서 말하기 부끄러웠던 추억을, 2모험은 그렇게 시작됐다에서는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며 겪은 일화를, 3오직 걷기 위해서에서는 끝없이 갈등하고 고민하면서도 조금씩 나아가고자 하는 다짐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노래방에 얽힌 에피소드에서 저자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대학 시절에 공강 시간마다 단골 노래방을 찾을 만큼 노래를 사랑했다. 노래방이 있어서 좌절과 혼란의 이십 대를 버틸 수 있었다. 영화에 푹 빠져 앞만 보고 달리다가 호흡 곤란으로 병원을 찾으면서 저자는 잊고 지내던 노래를 되찾는다. ‘숨 쉬는 법을 잊어버린 날에는걸음을 잠시 멈추고 기쁨을 주는 것을 떠올리며 숨 고르는 법을 알아간다. 꿈을 좇아 치열하게 노력하는 성실함과 열정 탓에 마주하는 고민과 문제를 긍정적이고 유쾌한 태도로 풀어낸다.


저자는 늘 나의 길을 찾으려 고군분투한다. 여전히 내 재능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 누구보다 열심히 매진하다가 벽에 부딪혀 실패하고 실망하는 연속이었다는 저자가 어렵고 복잡한 상대만 골라 사랑에 빠지고 결국 상처만 받는 게 바로 내 진짜 재능이라고 하소연과 같은 외침이 가볍지 않게 다가온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을 매 순간 실감하면서, 우리는 불확실함 속에서도 좋은 선택을 하고자 노력하고 그 결과에 기뻐하기도, 좌절하기도 하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이제 그냥 걷기로 했다. 계속 헷갈리고 오락가락하면서. 쉼 없이 의심하고 흔들리면서. 그렇게 걷고 또 걷다 보면 끝내 어딘가에는 도착해 있겠지. 그러다 보면 마침내 누군가는 되어 있겠지. 사실 꼭 어딘가에 도착하지 않아도, 반드시 누군가가 되지 않아도 좋다. 걷는 동안 행복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멋진 삶일 테니까.”(197) 책의 마지막 부분은 특히 마음에 울림을 준다.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이면서 주어진 삶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메시지가 와 닿는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누가 정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표를 세우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곳에 도달하고자 노력할 뿐이다.


이 책은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바쁜 일상에 점차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는 우리에게 조금 더 자신에게 집중하라고,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하라고 말을 건넨다. 쾌활하고 유머러스한 문체에 담긴 성찰은 제법 묵직하다.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일은 꽤 용기가 필요하다. 아직은 용기가 나지 않거나 길이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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