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블렌드 다크 - 1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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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 좋아요.^^ 스*** 원두보다는 훨 낫지 싶어요. 가격도 비슷한 거 같고 훨 신선한 느낌 들어요. 앞으로도 책 살때마다 꼭꼭 살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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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다니엘 튜더 지음, 노정태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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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잘 몰랐던 우리의 모습을 정말 친절하게 자세하게 알려줘요. 

★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대한민국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요.

★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일 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필기를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 자유롭게 화제를 넘나드는 필자의 필력 대단하고, 번역도 참 좋아요.

☆ 조금은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한 부분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요.

 

'Korea, The Impossible Country'

'한국, 불가능한 나라'라는 원제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불가능할 것으로만 보였던 경제 발전과 민주화의 기적을 이룩한 나라, 그러나 이룰 수 없는 목표에 목을 매는 최고의 자살률을 보이는 나라. 대한민국. 그런데 이 책을 쓴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다. 다니엘 튜더라는 영국인. 1982년생, 나와 나이 차이가 겨우 세 살밖에 나지 않는 이 외국인이 어떻게 나보다 우리 나라를 더 잘 알고 있나. 2002 월드컵 때 한국에 왔다가 사랑에 빠져서 2004년 한국에 다시 와서 일을 하다가 영국으로 돌아가서 MBA를 밟고 2010년부터 한국에서 이코노미스트지 한국 특파원으로 일하며 한국의 현안에 대한 많은 기사를 썼다. 한국과 인연이 매우 깊은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이야기한 책을 썼다. 외국인이 썼지만 너무도 한국적이다. 대체 이 책의 원문이 어떻게 외국인들에게 읽힐지가 너무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이 책에서 아무래도 가장 힘을 주고 있는 부분은 (분량면에서 그렇다는 뜻이다 ^^) 한국의 경제성장과 민주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1부이다. 난 이 부분을 읽을 때 가장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그 이유는 필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인이면서도 모르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았던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이야기를 외국인의 글에서 보게 된다는 것이 참 묘했고 이제는 잊지 않겠다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필기하고 밑줄 그으며 읽었다. 아무래도 민주화에 대한 이야기는 비교적 내가 잘 아는 분야였는데 경제성장의 과정은 생소한 부분도 있었다.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가 어떻게 고착화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이 모든 것이 한국에서의 삶을 스트레스로 가득 채운다. 한국의 자살률이 높은 원인이 바로 이 과잉 경쟁 때문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자녀가 더 행복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엄마들에게는 A로 가득한 성적표에서 발견된 단 하나의 B가 고뇌를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한국의 어머니, 특히 다른 직업을 갖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은 어머니들은 자식들의 학업 성적을 두고 경쟁을 벌이며, 심지어 자신의 친구들과도 각자의 아들딸이 받아오는 성적표를 놓고 대리전을 펼친다. 자신들의 삶에서는 경쟁이 끝났다 하더라도, 자녀를 통한 경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 다니엘 튜더,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 114쪽

 

한국의 어머니가 자식을 통해 성취하려는 욕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약간 소름이 돋았다. 어쩜 저렇게 정확하게 한국인의 심리를 꿰뚫어 볼 수 있는가. '대리전'이라는 말이 참 슬프게 들렸다. 결국 나 대신 자식을 전쟁에 내어놓고 싸우도록 하는 부모. 그건 너무 심한 처사가 아닌가. 내 세대가 부모가 되고 아이들을 교육할 때에는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 본다. 그러나 저출산의 분위기는 말해준다. 위와 같은 현상이 쉽사리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필자는 1, 2부에서 한국인의 역사와 정서적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3부부터는 문화적인 요소들을 다룬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뒤로 갈수록 빨리 읽혔다. 그 중에서 한국의 신앙에 대해 다루는 부분이 인상깊었는데 신앙의 요소와 한국인의 특성을 연결짓는 부분에 수긍이 갔다. 어쩌면 외국인이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조사하고 다룰 수 있는지 놀라웠다.

 

이 책을 읽은 전체적인 느낌은 신기하다 놀랍다 고맙다 정도이다. 외국인의 입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니 성형왕국 이야기처럼 화끈거리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익숙하지만 새로워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꼭 한 번 읽고 되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대한 기초를 닦아주는 교양서이므로 우리가 먼저 한 번씩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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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 - 31편의 명작 소설이 말하는 사랑과 연애의 모든 것
잭 머니건.모라 켈리 지음, 최민우 옮김 / 오브제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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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의 줄거리를 대략적으로라도 알 수 있어요. 

★ 저자 둘의 핑퐁핑퐁 하는 대화가 위트 있어요.

★ 끝없는 사랑에 대한 고민을 짧게나마 해소할 수 있어요.

☆ 하지만 깊이 있는 철학을 기대하진 말아요. 잡지에 실리는 칼럼 정도의 느낌이니까.

 

 내가 이 책을 왜 읽고 싶어졌을까 생각해봤다. 역시나 사랑보다는 고전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 위대한 개츠비를 시작으로 고전을 읽겠다는 마음을 먹은 지도 3개월이 다 되어 간다. 그런데 아직도 그 뒤로 고전이랄 만한 것을 읽은 적이 없다. ㅠㅠ 왜 이리 고전은 멀게만 느껴질까. 그런데 이 책은 무려 31권의 고전을 가지고 사랑이야기를 한단다. 고전에 대한 내 갈증도 어느정도 해소해 줄 것 같았고 게다가 주제는 사랑이 아닌가. 요새 나의 최대 관심사. 독서와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잡으러 고고!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은 어렸을 때 기네스 펠트로의 영화로만 접한 적이 있는 이야기다. 정말 신기하게도 다섯 장 정도 되는 칼럼을 읽었을 뿐인데 그 이야기가 영상으로 촤르르 떠올랐다. 난 책을 잘 읽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요약을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짤막하게 요약을 잘해놓은 듯하다.

 

 우리는 귀인-핍에게는 에스텔라가 그렇듯-이 언젠가 우리의 특별한 점을 발견하여, 우리가 무능하고 불편하며 소외된 존재라는 느낌을 없애준 뒤 마침내 이 세상에 편히 발붙일 수 있게 해줄 거라고 자신을 설득하면서 고통을 달랜다. (...) 그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리가 실제로는 행복이나 사랑을 얻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사랑이 이뤄지는 게 절대 불가능한 상황으로 자신을 밀어넣기 때문이다.

▼ 모라 켈리/잭 머니건,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 - 37쪽

 

그리고 그 이야기에서 사랑과 관련된 토픽 하나씩을 꺼낸다. 핍이 자신을 구원해 줄 사람으로 에스텔라를 원했듯 나도 나를 구원해 줄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 아닌가. 사실 그런 생각은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를 읽을 때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생각도 그때 뿐 지금은 또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 갑자기 독서가 허무하게도 느껴진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사놓고 아직 표지도 펴보지 않은 책. 역시나 칼럼을 읽고 나니 대충이라도 줄거리를 알 수 있었는데 주인공들의 엇갈릴 뻔했다가 다시 서로를 알아보고 이루어지는 이야기라니 편견을 극복하는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바에서 낀 맥주 안경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 얼굴을 봤을 때 전혀 흥분되지 않을 낯선 사람을 데리고 집으로 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관계 돌아가는 것에 지나치게 목을 맬 때, 특히나 제인 오스틴 소설의 등장인물들만큼이나 심하게 결혼을 원할 때는 샴페인 안경을 걸치게 될 확률이 무척 높아진다. 그걸 벗을 때는 이미 늦다. 그러니, 마음을 편하게 갖자. 증거가 나오기도 전에 당신이 원래 가졌던 편견을 너무 쉽게 버리지는 말자.

▼ 모라 켈리/잭 머니건,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 - 57쪽

 

그런데 여기에서 모라는 그 편견이 온전히 편견만은 아니었음을 지적한다. 오만했던 한 남자가 그렇게 쉽게 좋아보인다는 건 여주인공이 샴페인 안경을 썼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얘기. 결혼, 결혼이 코앞에 있다는 압박이 나를 힘들게 하면 증거 따위는 찾으려 하지 않은 채 결론을 내리고 말 것이라는 불안. 휴~ 편견을 지켜낼 수 있는 용기!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책을 읽은 지 5일 정도 지난 때인데 사실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메모를 해 놓고 인덱스 테이프를 붙여 놓고 지금 다시 읽고 있다. ㅠㅠ 결국 소설을 온전히 읽지 않고서는 내 것으로 만들 수 없으리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내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엔 조금 무리였을지도 모르지만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의미를 발견했으니 그것은 사랑에 대한 직설적인 조언들이다. 때로는 소설 속 주인공에 동조하기도 때로는 소설 속 주인공을 비판하기도 하면서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책이다. 게다가 저자가 두 명이어서 둘의 의견이 살짝 다를 때 이 책의 매력이 더 발현된다. 사랑에 대해서 누가 답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오늘도 내일도 생각할 뿐이다. 또는 생각없이 돌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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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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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라는 작가는 중국 문학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내게도 익숙한 것이었다. 허삼관 매혈기라는 무슨 고전 작품 같은 제목으로 처음 알게된 위화는 중국 안에서도 극빈층에 속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처절하게 그려냈다. 작년에 그의 에세이집(?)이 발간되었는데 제목이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였다. 이 책은 중국을 바라보는 위화의 시선을 뚜렷하게 알려주는 책이라고 소개를 받았었다. (얼른 읽어야지!!^^) 너무 가까운 곳에 있고 우리나라의 정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나라임에도 잘 모르고 살았었다는 생각이 든다. 조정래 작가도 정글만리에서 중국을 이야기한 마당에 적극 관심 좀 가져봐야겠다. ㅋㅋ

 

제7일 뭔가 추리돋는 제목이지만 사후세계에 대해 이야기 한단다. 그래서 아, 뭔가 환상적인 이야기겠구나 이전 작품과는 좀 다르려나 보네 했는데 이게 웬 걸 ㅋㅋ 신비로운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이 책도 많이 다르지 않았다. 역시 위화는 결국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양페이라는 주인공이 죽으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주인공이 죽으면서 시작되는 소설이라니 ㅋㅋ 멋진 시작 아닌가?) 주인공이 죽고 난 후로 단 7일 동안의 이야기지만 서사가 살아있다. 주인공의 비범한 출생부터 양아버지의 무한 사랑, 한 여자와의 결혼과 파국, 주변에 존재하는 많은 사람들 이야기가 차례로 펼쳐지며 소설을 엮어 간다.

그런데 내가 주목한 것은 다름아닌 이 소설에 드러난 중국의 현실이다. 환상적인 사후세계의 옷을 입었지만 그 안에 드러난 처참한 현실. 그래서 오히려 더 처참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빨책에서 소개한 '1942 대기근'이 생각난다. 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들 ㅠ 읽을 게 너무 많아ㅠ)

 

사랑하는 사람의 묘지를 마련하기 위해 신장을 적출해야 하는 남자. 그 사람의 사랑을 알면서도 짝퉁 아이폰 앞에 믿음을 잃고 빌딩에서 뛰어내린 여자. 평생 모은 돈을 인출했는데도 아들을 위해 명품 넥타이 하나를 사지 못하는 아버지와 강제철거 앞에 속옷바람으로 무너져버린 부모. 끝도 없이 펼쳐지는 그들의 서러움 앞에 할 말을 잃게 된다. 여기에선 중국의 장기밀매, 짝퉁시장, 빈부격차, 국가의 일방적인 재개발 등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나열하자면 이렇지만 그것이 내 옆에서 내 가족에게서 벌어지는 일마냥 위화의 소설은 몰입하게 한다. 그러곤 어떠냐! 이런데도 우리는 가만히 있어야 되겠냐고 선동하는 느낌마저 받게된다.

소설 속 사후세계에는 두 공간이 있다. 묘지를 가진 사람들이 가는 안식의 세계와 묘지가 없는 무수한 사람들니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는 곳. 빈의관이라는 화장장을 거쳐 영혼들은 각기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가는데 이 빈의관이라는 곳에서는 이승세계의 신분, 재산이 그대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귀빈들은 고급스러운 수의를 입었고 소파에서 기다리며 순서를 기다리다 화장이 되고 나면 안식의 세계로 간다. 플라스틱의자에서 대기하던 보통 사람들도 묘지가 마련되어있다면 안식의 세계로 갈 수 있다. 그러나 묘지가 없으면 안식으로 가지 못하고 계속 떠돌아야 한다. 구천을 떠돈다고 했던 뭐 그런 건가? 그 상황에 대해 양페이는 의문을 갖는다.


"묘지가 있는 사람은 안식을 얻지만 묘지가 없는 사람은 영생을 얻습니다. 어떤 게 더 좋습니까?"(215쪽)


반드시 사후에 안식을 취해야만 그것이 값진 것인가. (심지어 나는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신장까지 팔아가며 마련해 준 묘지에서 안식을 취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ㅠ) 가난해서 영생을 얻게 된 사람들은 가난함도 부유함도 없는 세상에서 서로를 위하며 오늘도 길을 걷겠지. 환상적이라기보다는 현실감돋는 사후세계이야기. 위화의 '제7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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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가 말하는 법
부경복 지음 / 모멘텀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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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아침마다 크게 틀어놓으셨던 '손석희의 시선집중', 한 번도 자의로 들어본 적 없는 방송이었건만 마지막 방송을 하며 먹먹해하던 그의 목소리를 듣고 괜시리 찡했었다. 프로그램에 애착을 갖고 있었다는 게 가슴으로 느껴졌고 차가운 줄만 알았던 손석희 아나운서의 따뜻함이 느껴졌달까?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손석희 아나운서의 매력은 냉철한 진행이 아니던가? '100분 토론'에서 마구 흥분해가는 패널들을 향해 한 마디 툭 던지던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런 그가 말하는 법을 연구한 책이라니 시선이 확 집중!!

 

 

 

1. 손석희가 말하는 법

 

손석희의 말이 날카롭게 느껴지는 이유,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이유, 그가 논쟁에서 이겼다라고 생각하게 하는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것을 논리적 커뮤니케이션의 전문가인 저자가 실제 손석희 아나운서의 말을 인용하여 하나씩 설명해주니 무릎을 탁 치는 깨달음을 주었다.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손석희의 화법은 다르다. 논리적으로 상대방에게 한 걸음 다가간다. 상대방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그는 다시 논리의 한 발을 내딛는다. 상대방은 한 발 더 뒤로 물러난다. 상대방이 벼랑 끝에 섰을 때, 그는 논리의 칼을 거두고 물러선다. 상대방은 그제야 자신이 선 자리를 돌아보고 이미 자신이 벼랑 끝까지 밀렸음을 깨닫게 된다. 보고 있는 사람들은 누가 승자고 패자인지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부경복, '손석희가 말하는 법' -107쪽

논리로 상대방을 몰아가다가 내가 이겼음을 말로 확인받는 것은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다. 고수는 마지막 순간에 칼을 거둘 줄 안다. 그러면 오히려 상대는 더 무력함에 빠지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끝까지 내 논리를 주장하고 나서 어때? 대단하지? 하고 과시하는 듯한 말하기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진짜 어설프기 짝이 없는 말하기다. 밀어부치다 결정적인 순간에 여유로운 뒷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했는데.

 

 바르도는 다른 나라 사람의 일부 성향을 과장해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일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희화화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희화화에 대해 당연하다는 판단을 부여했다. / 손석희는 바로 이 순간에 그 단어를 낚아챈다. 희화화라는 단어에 상대방이 부여하는 의미와 가치 판단이 명확해졌을 때, 그 단어를 그런 의미로 사용한다. 이제 상대방은 "제가 말한 희화화라는 말은 그런 의미가 아니고"라거나 "그러한 희화화는 문제가 있다"라고 피해갈 수 없다. 이처럼 손석희는 일정한 면적 안에서 떠도는 언어의 의미가 상대방의 말에 의해서 어느 지점에 멈춰 서는 순간, 그 단어를 정확하게 집어내 상대방이 한 말의 합리성을 검증한다. 각자 나름의 의미로 단어를 해석하던 청취자들은 그가 비추는 논리의 조명을 보고, 상대방의 말이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정확히 알아볼 수 있다.

▼ 부경복, '손석희가 말하는 법' -124~125쪽

이 책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손석희가 시선집중에서 브리짓 바르도와 했던 대담의 내용을 분석하며 글을 전개한다는 점이다. 위에서 소개한 부분은 바르도가 개고기를 계속해서 먹는다면 희화화를 당해도 싸다는 식의 말을 했을 때, 손석희가 반박을 했던 부분에 대한 설명이다. 방금 했던 말을 그대로 상대에게 돌려줌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말에 허점이 있음을 깨닫게 하는 방법이다. 이건 나도 미처 생각지 못한 사이에 자주 쓰던 방법이었는데 다만 나는 먼저 흥분해버리기 때문에 싸움처럼 보일 위험이 ㅋㅋㅋ

 

 

2. 손석희의 신념

 

이 책에서 말 잘하는 여러 사람 중에 손석희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신념을 바탕에 둔 말하기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는 아직도 무능한 지도자들이 판을 치고 있고 그들은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오늘의 아픔은 절절히 느끼지 못한다(195쪽). 과거는 과거일 뿐 묻어두자고 왜 그리 부정적이냐 다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에 반해 손석희의 말을 보면 그는 오늘의 아픔을 바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철저히 오늘을 말하며 미래를 생각한다. 어제 썰전 재방송을 보니 강용석이 박원순 서울 시장을 비판하며 시장될 감이 아닌 사람이 시장을 하고 있다고 디스를 해댔다. 자잘한 일들은 공무원들에게나 맡기고 시장이면 큼직큼직한 일을 해내란다. 돌고래 방생하고 양봉하는 서울 시장은 우습다는 식이었다. 난 강용석을 보며 이 책을 떠올렸다. 오늘 하루 서울을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의 마음 속은 들여다 보려 하지 않으면서 더 큰 것만 보라고 미래만 보라고 종용하는 느낌을 받았다. 강용석이 말하는 미래는 과연 현재의 아픔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손석희는 강한 자에게 엄격한 모습을 보여 서민들에게 통쾌함도 선사하는 언론인이었다. 사회적으로 힘 있는 자들에게 더 논리적인 합리성을 요구한다. 이성과 합리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민주주의에 지도층은 있을 수 없다고 역설한다. 민주주의에서 누가 누군가를 지도하는 게 말이나 되냐는 이야기다. 그는 이러한 신념 위에 서 있기에 그렇다고 우리가 믿기에 지금까지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인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손석희 아나운서, 아니 JTBC 보도부문 사장의 최근 행보에 사실 놀라기도 하고 조금은 실망하기도 했다. 언제까지나 시선집중의 날카로운 저격수 느낌을 간직하고 싶었던 사람들은 더욱 그랬을 터다. 그런 그가 이제 다시 뉴스 앵커로 돌아온다고 한다. 시선집중 작가팀도 이끌고 나타난다고 한다. 비록 종편에서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꼭 한 번 보고싶다.

 

 

작품은 기술이 만들지만 걸작은 철학이 만든다.(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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