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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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은 우리가 흔히 크리스마스에 생각하는 판타지가 가득하고 로맨틱함이 가득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크리스마스도 지나가는 수많은 날 중 하나일 뿐이라며 쓸쓸히 보내곤 하는 우리들에게 소소하지만 따뜻한 우리 주변의 일상들의 이야기들로 어딘가 비어진 타일 같은 우리의 마음을 꽉 채워주는 이야기이다. 


크리스마스 타일은 "은하의 밤”, “데이, 이브닝, 나이트”, “월계동 옥주”, “하바나 눈사람 클럽”, “첫눈으로”,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크리스마스에는” 의 총 7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연작소설이다. 어떤 이야기에서 조연으로 잠시 등장하였던 이가 다음 이야기에서는 주연으로 나오기도 하고, 등장인물의 가족으로 나오기도 하며 실제로 알고 지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더 친근하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있는 순간에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정이 들어 있는 우리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일곱 가지 이야기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건 '은하의 밤'이었다. 크리스마스와 어울리지 않는 다고 생각했던 '고독'이라는 주제 때문이었다. 암세포까지 이겨낸 은하는 크고 깊은 고독만이 자신의 삶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무서울 정도로 깊은 고독을 안고 있었다. 그 고독의 힘으로 혼자 남미 여행까지 다녀온 후 다시 방송국으로 복귀 후 일을 하고, 여러일을 겪은 후 여전히 고독을 지니고 있는 은하이지만 여러 사람과의 인연을 가진 은하는 혼자가 아닌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크리스마스가 지나기 전에 조카에게 답장을 보내는 은하를 보며 나의 고독함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고, 어쩌면 사람들은 모두 고독을 안고 살아가지 않는가 싶었다. 고독함을 가진 게 나쁜게 아니고 우리는 고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여러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그 속에서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거라 생각된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오면 거리의 고조되는 분위기와 반짝거리는 풍경들 속에서 나 혼자만이 이 풍경에 어우러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연말의 설레임보다는 고독함과 쓸쓸함에 잠기곤 할 때가 더욱 많았었다. 일년이 끝난다는 아쉬움과 놓칠 수 밖에 없었던 것들이 속상했고 기대했던 만큼의 설렘에 충족되지 않아 묘한 외로움이 들기도 했다. 그랬던 나의 고독함에 위로가 되어주었고, 화려한 연말이 아니라 소소하고 따스한 일상들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인지할 수 있게 해 준 책이었다. 연말의 따스함을 느끼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인생 역전이라니, 그렇게 인생이 쉽게 바뀌다니 너무 환상같은 얘기가 아닌가. 은하가 생각하기에 인생의 극적인 변화는 그렇게 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건 나의 의식과 상관없이 스멀스멀 조용하게 은밀하게 불가피하게 찾아들었다. 이를테면 암세포처럼! - P17

어른들에게는 그렇게 까마득한 고독 속으로 굴러떨어져야 겨우 나를 지킬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 그런 구덩이 안에서 저 혼자 구르고 싸우고 힐난하고 항변하며 망가진 자기 인생을 수습하려 애쓰다보면 그를 지켜보는 건 머리 위의 작은 밤하늘뿐이라는 것. - P25

"영화가 빛의 예술이라는 건 반만 맞는 말이야. 이미지가 움직이려면 영화는 프레임당 두번 이상 빛을 차단하거든. 두시간짜리 영화라면 우린 영화관에서 사십분 정도는 어둠만 바라봐야 하는 거지. 어쩌면 막막하고 두려운 순간들이잖아? 학교 수업 때 그 말 듣고 영화관에 가까운 사람이랑 같이 가는 건 그 떄문이구나 하고 나 혼자 생각했따. 그래서 영화가 더 좋아졌고"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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