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koosk > '똘레랑스' 할 수 있는 것과 '똘레랑'이 된다는 것
왜 똘레랑스인가
필리프 사시에 지음, 홍세화 옮김 / 상형문자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아! 그게 똘레랑스였군>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읽으며, 똘레랑스를 처음 접했다. 그 태도 혹은 관점, 아니면 정신에 크게 매력을 느꼈다. 다시 온전히 한국사회의 구성원이 된 후에도 그는 여전히 똘레랑스를 이야기 한다. 똘레랑스란 정확하게 어떻게 정의되고, 어떤 역사적 맥락을 가지고 있을까? 왜 프랑스 사람들은 그 정신에 입각해서 생활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일까?

홍세화씨가 번역한 『왜 똘레랑스인가』는 그러한 의문에 답해주는 책이다. 똘레랑스는 용인, 관용, 중용들의 뜻으로 간단하게 풀이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담고 있었다. 그것은 유럽에서 5세기 동안의 토론과정을 거쳤고, 여전히 논의를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유럽에서 똘레랑스가 어떻게 정착되어 왔는가를 '질서의 이름으로', '유용성을 위하여', '자유의 이름으로' 설명하고 있다. 똘레랑스는 종교적 의미, 종교적 논의로 시작된 개념이었으나, 역사 속에서 똘레랑스는 그 한계를 넘어서서 보편적인 의미로 확장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 다소 난해하고 모호하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저자 역시 '서로 다른 논증의 이와 같은 뒤얽힘, 즉 내밀한 부조화가 바로 똘레랑스사상을 더욱 부각시키고 또 이 사상에 힘이 되는 것이다. … 똘레랑스를 요구하는 우리들의 이성은 다만 그 부조화, 그 충돌, 그 심오한 결합의 반영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241).'고 이야기하고 있다.

<똘레랑스의 법칙>
저자는 똘레랑스를 '인류애, 그리고 인간의 영원불멸한 권리에 대한 존중의 표시이며, 앵똘레랑스로 말하자면 잔인성과 박해와 같은 것(33)'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본 똘레랑스의 법칙이다.
-­남이 나에게 행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
­-명백한 진리 앞에 굴복하는 마음을 가져라!
-­인간은 모두 다른 정신 유형을 가진 다양한 존재임을 자각하라!
­-공(公)적인 것과 사(私)적인 것을 구분하고, 공익에 관련된 것은 양보하지 말라!
­-토론과 논쟁에 임할 때는 진리를 무기로 삼아라!
-­자기중심주의, 1인칭의 특권을 과감하게 버려라!
-­똘레랑스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단호히 행동하라!

<그를 '똘레랑스'하지 않은 사회에, '똘레랑스'를 선보이다>
그런데 왜 유럽사회에서 그토록 오래 논쟁과 토론 속에 있었던 '그 개념'을 한국사회의 지식인들이 수입하지 않았을가? 왜, 그것이 홍세화씨를 통해 한국사회에 소개될 수밖에 없었을까? 프랑스에 유학한 지식인이 적지 않고, 지식수입에 있어서 만큼은 '할 역할'은 하고 있는 국내의 지식인들이 왜 그 개념을 유통시키지 않았단 말인가? 바로 이런 의문이 '똘레랑스' 그 자체에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똘레랑스는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고 행동이기에, 그것이 습속화되어 있지 않다면 결코 말할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한 사회가 문화와 생활 속에 용해시켜, 개개인의 몸으로 실천되고 체현되지 않는다면 결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똘레랑스 개념이 다소 모호해 보이는 것, '딱' 머리 속에 구체적인 그림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은 결국 똘레랑스가 '이해'가 아닌 '실천'이기 때문 아닐까? 몇 년 동안 그 사회에 머문다고, 책으로 이해한다고 그것이 '내 것'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까지 하고 나니, 홍세화씨가 사회활동과 실천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이 마음으로 들어온다. 진보적이라고 믿어지는 사람들, 지식인들끼리, 전혀 똘레랑스하지 못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홍세화, 한국사회가 그에게 똘레랑스하지 않은 그 20여 년의 시간, 세월 속에서 그는 진정한 똘레랑스를 체득하고 온 것이다.

그가 선보인, 그가 직접 보여주는 똘레랑스가 한국사회엔 언제쯤 생활로, 일상으로 체현될까? '인간성을 이루는 것은 다름 아닌 똘레랑스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저항하는 정신(238)'이라고 한다. 우리는 언제쯤 '앵똘레랑'들의 선동에서 자유로운, 앵똘레랑에 저항할 수 있는 '똘레랑'의 개인들이 많은 사회가 될까? 그것이 한국사회의 진보를 가름하는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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