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음악대 비룡소의 그림동화 79
옌스 라스무스 글 그림, 김은애 옮김 / 비룡소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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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들춰보면 편집이나 인쇄가 잘못됐나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책의 매력은 바로 그 오해의 소지에 있답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책을 들춰보던 아이가 아주 의아한 표정으로 책의 앞 뒤를 왔다갔다 하면서 자꾸 뭔가를 확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가 모르는 새, 아이는 자연스럽게 뱅그르르 책을 돌려가며 읽고 봅니다.

하나도 졸리지 않은 안나에게 엄마는 어서 자러 가라고 다그칩니다. 그래서 그냥 한 번 물구나무서기를 해봤는데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지네요. 뱅그르르르.... 물구나무서기로 본 세상이 현실이 되어 안나는 천장으로 떨어집니다. 납작 모자 헤리, 팀 튜바, 알빈 트럼펫, 그리고 음악을 싫어한다는 달 부인, .... 이름도 생김생김도 이상야릇한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안나의 여행이 상식이나 선입견을 깨트리고 아이들을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 줍니다.

이야기 뿐만이 아닙니다. 그림책이니만큼 이야기를 따라가는 그림이 주는 재미도 크지요. 배를 타고 달을 향해 노저어가는 그림이나 달 부인의 모습, 그리고 보름달 음악대의 연주에 취해 신나게 춤을 추는 안나의 모습이 갖가지 상상을 해보게 합니다.

우리가 걸어다니던 길을 머리 위에 두고 하늘을 호수처럼 노저어 가는 기분은 어떤 느낌일까? (어른들에게 묻는 말인데, 상상이 되기는 하나요? ) 달 부인은 대체 어떻게 생겼고 어떤 특성을 갖고 있을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특히 안나가 춤추는 장면을 보면 과연 어떤 아름다운 음악 소리에 맞춰 저렇게 흥겨울까 싶은 것이 왈츠에서 락 음악, 신나는 동요까지 알고 있는 모든 음악이 동원되면서 청각적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네요.

마지막장에 이르면 여행에서 돌아온 안나가 곤히 잠든 모습이 조그만 흑백 삽화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 까닭일까요? 책을 덮으며 속으로 중얼거리게 됩니다. 꿈 속 같은 안나의 여행이 진짜일까, 엄마의 다그침을 받고 잠든 안나의 꿈이 사실일까....

잠자기 전, 무슨 탐험 같은 그림책 여행을 마친 아이들이 즐거운 피곤함을 느끼며 기지개도 켜고 조그만 입으로 하품을 해대며 '나도 그만 잘래.'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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