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 - 1녀 1견과 살며 배운 것들
김상아 지음 / 푸른숲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스무살 이전까지 살았던 고향집에는 개를 항상 마당에 묶어뒀었다. 사람이 사는 곳과 동물, 그러니까 아빠의 기준으로 짐승은 항상 밖에 있었다. 어렸을 때 키웠던 그 개라고 불리는 동물에게 나는 키키키, 나나, 쭈쭈 등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작명에 생각이 있긴 했을까 하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들은 항상 나를 과하게 반겼고, 작았던 나는 그 개들이 무서워서 엄마 뒤로 숨거나 개의 영역이 닿지 않는 장소들을 택해서 피해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개의 과하게 반김 덕에 나는 머리에 꼽아놓았던 머리삔을 개에게 빼았겼고, 나보다 컸던 그 개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게 되었으며, 묶여있던 개들이 풀리기라도 하는 날엔 무서움에 떨며 엄마와 아빠가 개를 묶어주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때 이후 나는 애견카페나 강아지가 있는 집에는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아이도 개도 키우지 않는 2년차 직장인에게도 내 마음을 하나 쏟을 수 있는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 존재의 상처도 내가 치유해줄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 말이다. 책에서 아기는 자라나고 개는 늙어간다는 말이 줄곧나온다. 읽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글쓴이는 가만히 있는데 상대적으로 아이는 나를 향해 뛰어오고, 개는 나보다 빨리 가서 나를 기다리는 듯한 감정이다. 개는 나를 지켜주고, 나는 아이를 지켜주면서 결과적으로 개가 아이를 지켜주는 듯한 느낌. 오랜만에 읽은 따뜻한 책이었다. 나에게도 발냄새를 맡을 수 있는 그런 존재들이 있었으면 마음이 따뜻하겠다는 생각. 아직도 나의 고향집에는 개가 커가고 있다. 우선 그 개에게 사랑스러운 이름을 붙여주고 혹시라도 내가 개라는 것을 키우는 주인이 된다면, 그러니까 글 속의 아이가 말했듯이 안아주는 사람이 되기 전에 가까이 있는 그 친구에게 가서 마음을 나누는 연습을 해봐야 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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