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살 찡이, 먼저 나이들어 버린 내 동생 - MBC 스페셜 <노견만세> 주인공 찡이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
김보경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열아홉살 찡이, 먼저 나이 들어버린 내동생

 

그 동안 괴수네에서 많은 묘견들을 눈팅하고 살금살금 댓글을 달며 소소하게 만족해왔던 본인이였다. 많은 이벤트 신청이 있었으나 우리 똥냥이 6마리들을 통해 결과를 도출해 내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였기에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하고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아..이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이벤트란 말인가!!! 나만 열심히 하면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책읽기 이벤트라니...

하지만 이미 많은 분들이 신청한 뒤라 조용히 옛생각을 하며 글을 남겼다.

우리 흰둥이 얘기를..ㅎ 흰둥이는 우리 외할머니댁 진돗개이다.

새하얗게 빛나는듯한 털에 잘 빠진 몸매와 눈웃음 한방이면 할아버지 병원에 오셧던

환자분들 병이 다 나을 정도였기에 이름은 흰둥이가 되었다.

어렸을적 외가에 맡겨진 나는 흰둥이가 눈 못뜬 강아지였을때부터 함께였고, 그것은 지금도 나에겐 행복한 추억이다.

 

열아홉살 찡이 책은 우리 똥냥이들이 제일 먼저 환영해주었다. 
 책 표지에 눈망울이 맑은 찡이가 앙증맞게 쳐다보고 있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책은 생각보다 두꺼웠으나 글만큼이나 많은 사진들이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나역시도 우리 똥냥이들과 멍멍이들의 사진을 찍어 책으로 내고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쁘고 아기자기 했다.

주인공은 멍멍이 찡이였으나 꽤나 많은 동물 식구들이 등장한다.

생김새도 이름도 다양한 아이들이 찡이의 친구이자 가족이고 이 책의 또다른 주인공이다.

이 책은 찡이의 일생을 그린것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동물에게 행복과 기쁨을 받으며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을 보면서 그들이 그들의 반려동물에게서 얻은 무언가를 지금 나 역시도 얻고 있다고 생각이 되었다. 처음 동물을 대면했을때의 감정이란 마치 막 돋아난 새싹과도 같았다. 그것이 어떠한 환경을 거치느냐에 따라 많은 변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전혀 동물에게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반려동물이 생김으로써 모든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저자의 부모님들 역시 캣대디와 캣맘이 된것처럼 나역시 예전엔 있는 줄도 몰랐던 길냥이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주머니를 털어 간식을 사주게 되는 마력에 빠진 것이다.

주인공 찡이는 천천히 하지만 빠르게 나이를 먹어간다. 그들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과 같이 흐르지만

그들의 나이는 우리보다 빠르게 흐른다. 우리에게 100여년의 삶이 주어졌다면 그들에겐 길어야 20여년이 주어진다.

그래서인지 어느순간 그들이 갑자기 늙어버림을 느끼게된다. 평소에 잘 먹던 간식도 잘 씹어먹지를 못하고,

 더 게을러지고 잠이 많아졌으며, 애교를 귀찮아하기도 하고, 눈을 보면 마치..

그래 나도 이젠 네가 날 사랑한다는걸 알고있단다..라는 눈빛이다.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 시들어가듯 이들도 점점 볼품없어진다. 털이 바래고 다리를 절고,

심지어 냄새가 나기도 한다. 그래서 이기적인 사람들은 그들을 버리기도 한다. 그들은 끝까지

그들과의 아름다운 교감을 알지 못할 사람들일것이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단순히 동물의 죽음이 아니라 인생의 한부분의 상실과도 같다.

그들이 있음으로 인해 변화되었던 내 삶이 순간 방향을 잃은 듯이 휘청거리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밥을주고, 똥을 치워주고 인사를 하고 그들의 바보같은 장난에 웃고 그들이 우리에게 열어주는 마음에 감동하고 그들의 온기를 느끼고 쇼핑을 나가도 내옷보다는 반려동물의 간식과 장난감에 눈이 더간다. 살면서 너무너무 힘들어 눈물이 뚝뚝 흐를때, 그들은 기가막히게 우리 마음을 알아주기도 한다. 같이 마주보고 울어주기도 하고 옆에 다가와 기대주기도 하며 마치 내마음을 다안다는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봐준다. 내 슬픔을 같이 느껴주는 존재가 있다는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그랬던 존재가 사라진다면, 그것은 가슴에 큰 구멍하나가 뚫린것 만큼이나 공허하고 아프다.

 

 찡이는 결국 하늘로 돌아갔다. 난 이 부분을 읽을때 우리 양이 생각이 많이 났다.

지금 우리 똥냥이 6마리를 키우기 이전 나와 처음 묘연을 맺었던 터키쉬앙고라 양이.

양이는 어릴적 우리아빠 직장에 들어와 큰소리로 자길 데려가라며 소리쳤었다.

새하얀 털에 노란 눈을 가진 양이는 도도함과 시크함이 무기였던 양이였지만

자식들이 학교에 모두가고 아빠마저 출근해 텅빈 집에 엄마와 함께있어주며 같이 간식을 먹고 대답을 해주고 팔배게하고 낮잠도 자주며 우리엄마의 막내아들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게다가 어찌나 자기주장이 강한지 엄마가 좀더 자느라고 문을 안열어주면

엄마 얼굴에다가 냅다 스프레이질을 했다.

 

나는 대학을 간 뒤로 집에서 살지 않아서 양이를 자주보지 못했다.

그리고 양이가 두어살이 되던 무렵 엄마가 울면서 전화를 했다.

양이가 병에 걸려 죽었다고..나에게도 충격이였지만 엄마에겐 심각하게 다가왔다.

양이는 죽던 날에 나와 잤던 내침대 자리, 엄마와 잤던 엄마옆구리, 동생들과 놀던 장난감,

제일 좋아했던 창가자리를 움직이지도 않던 다리를 움직여 다 돌아다닌 후 엄마가 “우리 양이 아픈데 병원갈까? ” 하고 이동장 문을 열어주었더니 그렇게도 들어가기싫어하던 이동장에 알아서 들어가더란다. 그리고 병원에 간뒤에...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찡이를 읽으며 생각난 아이들이 비단 양이 뿐만이 아니다. 이 책은 다 커버린 어른이 다시 한번 철이 드는 책이다. 반려동물들이 우리보다 작고 연약하지만 우리가 주는것 보다 많은 것을 우리에게 준다는것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책이다. 나는 추억이 있는 당신께 주저없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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