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를 위한 변명
김완섭 지음 / 춘추사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김완섭 작가가 쓴 친일파를 위한 변명은 제목과 달리 친일파만을 주제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제국주의 정책 전반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 책은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한국인이 반일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한국 정부가 해방 이후에 의도적으로 역사왜곡을 하였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1910년에 일어난 한일합병은 일본의 강압에 의해 체결된 것이 아니라 조선의 개혁세력이 조선의 문명개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일본과 합의하여 체결한 것이라 주장한다. 그는 한일합병이 정당하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하여 일제시대 동안 일본이 한반도에서 행한 모든 정책은 조선을 위한 것이었으며 따라서 우리가 흔히 제기하는 종군위안부 문제, 경제 수탈 문제 등은 한국 정부가 해방 이후에 반일 이데올로기로 국민을 선동하기 위해서 등장한 문제일 뿐 사실은 일본에게는 아무 책임이 없는 문제라고 말한다.

 

 저자는 명성황후에 대해 황후라는 말을 쓸 자격도 없는 수구반동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일본이 그녀를 죽인 것이 우리나라가 근대화를 이루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조선의 통치세력은 근대화를 이룰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일본이 조선 왕조를 멸망시키고 식민지화하여 통치한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또 작가는 일제시대에 근대화를 경험하면서 우리나라 국민의 삶의 질이 좋아졌기 때문에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한 사람들이며 특히 와 같은 사람은 함부로 일본인을 죽인 살인범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반대로 이완용과 같은 친일파들은 조선의 미래를 위해 일본에 협력한 선견지명을 가진 훌륭한 정치가였으며 따라서 그들에 대한 평가 또한 긍정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대동아전쟁에 대해서도 만약 그 때 일본이 승리하여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만, 만주, 필리핀, 미얀마와 같은 나라가 일본제국의 일부로서 지금까지 존재했더라면 우리의 삶은 더 윤택해졌을 것이라고 한다. 또 종군위안부는 제도상으로 아무 문제가 없으며 남자들이 일본제국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는 것처럼 조선 여자들도 국가에 대해 봉사할 의무가 있으며 따라서 공창으로서 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독도의 영유권 분쟁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의해 독도가 일본의 영토로서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일본에 반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의 이러한 주장들은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 정책을 좋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지만 반면에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이 책의 구성상의 문제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마다 10개 정도의 소주제로 묶여 있는데 각 소주제들이 중복되는 부분이 있고, 어떤 기준에 의해 주제들이 나열되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시간의 흐름 순서로 구성된 것도 아니고, 상반되는 기존의 두 입장에 대해 비교하는 구성도 아니어서 다소 산만하다는 인상을 갖게 되며, 소주제를 묶고 있는 각 부의 제목도 소주제의 내용을 모두 포괄하는 상위 개념의 제목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제 분류상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구성상의 문제점은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독자가 일관된 논리의 흐름에 따라 이해하는 데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두 번째로 제기할 수 있는 문제는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한 근거가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 책은 뒷부분에 당연히 있어야 할 참고자료가 빠져 있어서 저자의 주장이 자의적인 해석에 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대다수의 조선인이 일본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하며, 1960년대에는 많은 노인들이 일제시대를 그리워하였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 사실에 대해 어떠한 객관적인 자료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얘기할 때에도 한국인 종군위안부들이 증언한 내용은 조작되고 왜곡되었다라고 주장하면서 왜 조작되고 왜곡된 것인지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고 있지 않다. , 주장만 있고 근거는 없는 글이 되어 독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것이다. 또 이 책은 일제시대를 정당화 하는 논리의 근거를 거의 대부분 일본 학자들의 글이나 말에서 인용하고 있으므로 객관적인 시각을 잃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마지막으로 들 수 있는 문제점은 글에 감정적인 단어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분류상 설득하는 글쓰기 방식으로 쓰여진 것인데, 그런 종류의 글에 어울리지 않는 감정적인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저자가 균형 잡힌 시각을 잃어버린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예를 들어 일본에 사죄를 요구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개도 웃을 소리라고 표현한 것이라든가, 독립운동가를 동포들의 재산을 노략질한 룸펜집단이라고 표현한 것 등은 모두 저자 개인적인 감정에 의해 논리를 전개하는 방식이므로 글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

 

위와 같은 이유로 독자는 저자의 학문적인 깊이가 얕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게 된다. 실제로 저자는 역사를 전공한 학자가 아니며 이 점에서 친일파를 위한 변명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을 뿐 독자에게는 실속 없는 책이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며 한국인들이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일제시대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볼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독자는 이 책의 비논리성에 크게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이 책은 바람직한 한일관계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비전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해결책 없이 자신의 입장만 늘어놓은 산만한 글이 되고 말았는데 이러한 점이 보완되지 않는다면 독자들은 이 책을 외면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