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화 속 맹파, 흑무상, 백무상과 우리에게도 친숙한 염라대왕.
<열여섯 밤의 주방>은 이 신화 속 인물들을 현대적으로 재탄생 시켰다. 신비로운 신화 속 인물들에게 부여된 독특한 설정은 웃음을 자아내고 친밀감이 느껴지게 한다.
밤이 되면 맹파는 분주해진다. 생사종이 울리고 손님이 찾아오면 맹파는 그를 위한 마지막 식사를 준비한다.
"뭔가 가져가기 싫은 기억이 있습니까?"
맹파의 질문과 함께 귀등이 켜지며 주마등이 돌아간다. 손님들은 생의 마지막 식사와 함께 자신의 아픈 기억을 정리하고 떠나간다.
책장을 넘기며 다양한 사람들의 생과 사를 함께 지켜보다 보면 낯설지 않은 아픔들에 마음이 아득해진다. 신비로운 지옥 주방에서 익숙한 우리 곁의 삶을 만난다.
때때로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삶에 끝자락에 두고 가고 싶은 기억이 아름답고 예쁠 리 만무하다. 그렇게 내가 미간에 힘이 가득 들어간 채 이야기의 끝을 읽어낼 때면 맹파는 허리 깊이 숙여 손님을 배웅하며 말한다.
"오늘 손님도 무척 좋은 삶을 살았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다. 존경할만한 삶도, 떠오르지 못하고 강바닥으로 가라앉아 버린 삶도 있다. 하지만 맹파는 대개의 삶에 존중이 담긴 인사를 남긴다.
지옥 주방에서 말하는 좋은 삶. 그건 뭘까?
그건 열심히 살아온 모든 삶과 영혼에 대한 존중이 아닐까?
다양한 삶 속에 세상의 민낯이 드러나고, 잔인하고 끔찍하다고 느껴질 때 어떤 위로도 건네지 않는 맹파의 냉정한 존중이 어떤 말보다 큰 위안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