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딱이지 그림책봄 15
윤진현 지음 / 봄개울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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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고양이에 더 사랑스러운 이야기!

애완동물을 키워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기억의 조각이 콕콕 박힌 아기자기한 그림책 '내가 딱이지'입니다.

주인의 잔소리에 욱해서 집을 나오는 보리. 꼭 중학교 2학년 질풍노도의 시절, 그럴거면 집 나가라는 아부지 말씀에 눈 한번 부라리고 방에 들어가 만원 쥐어들고 무작정 현관문 박차고 나갔던 제가 겹치네요 하하하. 저는 현관문에서 바로 잡혀서 아주 죽도록 혼났는데, 보리는 너그러운 주인을 만났군뇨ㅋㅋ

집을 나선 보리는 자신있게 이곳 저곳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나서지만, 가는 곳마나 사고를 치며 쫓겨나기 일쑤입니다. 이 요가 장면은... 아무리 그림이긴 해도 좀 충격적이긴 하네요ㅋㅋㅋ

예전 대학 때 키우던 토끼가 생각나더라구요. 어느 날 토끼가 웅크리고 있는게 아파보여서 집에서 꺼냈는데 갑자기 설사를 마구 하는 거여요! (토끼똥 원래 똥글똥글한거 아시죠!) 놀란 가슴에 명절 연휴였음에도 이곳 저곳 동물병원 돌아다니며 겨우 찾아간 병원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어요. 토끼는 식변이 따로 있다며;; 몸을 웅크린 채 식변을 먹으려는 찰나 제가 끌어낸 거였죠.... 보리의 충격적인 자태를 보니 새삼 그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불집에서의 만행도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들을 보면 단번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죠 ㅎㅎ 하루에 털공 하나씩 만들 수 있다는 친한 회사 동료의 말이 떠오릅니다. 저 이불가게 어쩌나요. 보리가 방향을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 잡은 것 같아요. 이런.
그렇게 수없는 실패를 겪고는 넘치던 자신감은 다 사라지고 축 늘어져 터덜터덜 걷는 보리. 그런 보리 앞에 나타난 벽에 붙어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구인전단지? 고양이 무료급식소 안내?

이 장면에서 문득 우리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부모님의, 가정의 울타리가 답답하게 느껴지고, 바깥 세상이 한없이 신나고 좋아보이던 어린 시절이 있었지요. 부모님께 상처되는 말만 골라하면서 세상에 용감히 뛰어들었지만 결국 뭐 하나 만만하지 않고 쉽지 않은 현실에 부딪혀 너덜너덜한 몸과 마음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집에 들어가던 그 시간들.

그런 시간의 끝에는 늘 김 올라오는 냄비 앞에 서 있다 이제 오냐고 뒤돌아보는 엄마와 오늘 무슨 일 없었냐며 걱정 가득한 눈으로 묻는 아부지가 계셨어요. 사랑하는 자녀를 기다리고 생각하는 그 마음. 자신에게 가족과 같은 보리에게 작가님이 느낀 감정도 그런 것이겠지요?

어찌보면 평범할 수 있는 일상에서 만들어낸 사랑스런 고양이의 이야기가 글을 읽는 우리의 마음에 따뜻하게 남는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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