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본의 노래
게리 폴슨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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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런 식의 책이, 글이 영 익숙하지가 않아서

내가 읽는 것인지 책장만 넘기는 것인지 모르게 페이지가 넘어갔다.

 

노래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웅얼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글이 긴 시 같기도 한 것이.

 

어느 정도 이 책에 익숙해졌을 즈음에야

이 속에 나오는 아이의 성장 이야기구나 알았다.

피시본의 그 이야기 속에, 노래 속에 미소 혹은 웃음 속에

아이는 커간다. 자라난다. 숲을 에워싼 원을 조금씩 넓혀간다.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대신 노래처럼 흥얼흥얼 나오는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는 자기의 깊이 있는 생각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알아 간다.

꿈의 가장자리를 넓히고 더 넓혀간다.

 

역자의 말처럼

다음에는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63쪽

오두막에서 나와 나무, 잎, 풀, 숲 전체인 모든 것의 일부가 되는 방식…나는 오두막 주위를 돌았다. 오두막으로부터, 피시본으로부터, 내가 어떤 존재인지, 무엇이었는 지로부터 점점 멀어지며 점점 더 큰 원을 그렸고 무언가 다른 것이 되었다. 더 큰 것. 무언가 더 크고 새로운 것. 새로웠다.

(중략)

날마다 해가 서서히 기울고 마침내 지고 저물 때는. 날마다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다시 피시본에게 가서 내가 무얼 보고 무얼 했는지 이야기하고 피시본도 이야기 했다. 무얼 보고 무얼 했는지.

77쪽

좀 더 생각이 넓어졌다. 길어졌다. 노을을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했다.


83쪽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면 나쁜 일을 생각하지 마라.

네가 무언가 작은 것을 많이 생각하면, 그게 커질 거다. 무언가 큰 것을 많이 생각하면 그건 더 커질 것이다. 물고기나. 빚이나.

89쪽

조른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답을 얻으려면 기다려야 했다. 문제는, 때로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거다. 바로 대답할 수도 있고, 한 시간 뒤 술이 좀 들어가고 나서일 수도 있고, 이튿날일 수도 있다. 영영 대답하지 않는 수도 있다.




90쪽

가끔 어떤 기억은 너무 좋아서 간직하고 싶었다. 따스한 구름 같아서 그 안에서 꼬박꼬박 졸고 싶었다. 그저 의자에 앉아서, 좋은 술 한 병을 홀짝이면서, 눈을 감고 기억 속에서 졸았다. 이게 늙는다는 거지, 피시본이 말했다. 늙는다는 것의 가장 좋은 점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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