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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희의 일러스트레이션 미술탐사 ㅣ 탐사와 산책 6
고종희 지음 / 생각의나무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얼핏 당연한 얘기같지만 이책을 읽으려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그림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일것이다. 소설책이나 일반 인문학책들과는 달리 분명히 전문적인 면이 있고 이 분야에 대해 알고싶어서 읽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중에는 미술을 전공하는 사람들도 있을것이고 미술과 전혀 관계없는 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나는 그중에 후자에 속한다. 굳이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비전문가인 나의 입장에서 그동안 읽어온 미술 관련 서적들과 이책을 비교해 소개하고 싶어서 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미술이 전공은 아니지만 단순히 그림보는 것이 좋고 또 그런 그림들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미술책들을 읽는다. 그리고 그렇게 읽은 책들이 지금까지 대략 20권정도 된다. 미술을 일반대중에게 소개한 책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음을 고려할때 나름대로 많이 읽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책 한권만 빼고 지금까지 읽어온 책들의 내용은 대개가 비슷했다. 대체로 알타미라 벽화부터 시작해서 피카소 혹은 달리로 끝난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자세히는 몰라도 이름은 들어본것 같은 엄청 유명한 사람들, 흔히 말하는 한시대의 혹은 한사조의 대표자들이 소개된다.
세잔,밀레,고흐,고갱,뭉크,르느와르,다빈치...등이 그들이다.물론 이들이 나쁘다는 건 결코 아니고 모두 미술사에서 빠져서는 안될 훌륭한 작가들임에 분명하다. 그냥 다른 책들의 일반적인 경향을 얘기하고 싶은것 뿐이다. 또 특별히 한 작가에 대해 쓰여진 책이 아니고서는 작가당 한두작품을 소개하는 데서 그친다. 이도 역시 한정된 지면에 많은 미술가와 그의 작품을 소개하려고 하다보면 어쩔수 없는 일이니 탓한 생각은 없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쉽다는 것이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이책이 여타 책들과 다른 점을 얘기해 보겠다. 일단 이책은 제목에서도 볼수 있듯이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처음 이 말을 들었을때, '어? 일러스트레이션은 최근에 와서 생긴거 아니가?'라고 생각했다. 아마 나뿐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말이 어떤 사건 혹은 사실,교훈등을 일반인들이 알기쉽게 그림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라는걸 알고보면 이해가 될것이다. 그런데 뜻을 알게되도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주는 경쾌하고 기발한 느낌은 고전미술과는 어딘지 모르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500년전 그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사실적이면서 기발한 상상력을 지닌 작가들의 그림이 그동안 근엄한 주류작가들의 그림만 보아온 나에겐 큰 충격과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책을 읽는 내내 신기함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미술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내가 이들을 감히 비주류로 규정하는 기준은 그만큼 미술사를 소개한 그림들에서 접해보지 못한 반란 같은 그림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중에는 뒤러,고야,클림트 같은 유명한 사람들이 속해 있기도 하니까 비주류를 그시대를 뛰어넘는 창조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좋은점을 몇가지 간단히 덫붙이자면 한작가당 최대한 많은 분량 (5~6장)의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제본 상태도 좋고 그림이 매우 크다. 미술책을 많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림이 작고 흐린것 만큼 화나는 경우는 없기때문에 이문제는 중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