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와 신도 - 신숙주, 외로운 보국(輔國)의 길
김용상 지음 / 나남출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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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람들은 크든 작든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판단과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판단이나 선택은 타고난 인성과 환경, 교육을 통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첨예하게 갈린다. 그리고 그 결과에는 스스로의 평가뿐 만 아니라 타인의 시선이라는 잣대가 드리워진다.

  

일반 범인의 삶도 그러하건대 국사를 돌보는 사람의 것은 어떠할까? 국사에 종사하는 사람의 판단이 그 국가의 미래, 나아가서는 인류에 미치는 영항을 생각한다면 수많은 고통과 번민을 요구할 것이다.  또 지금의 세상이 당시의 집권세력 혹은 지배자 개인의 판단과 결정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면 그 무게는 너무나 크고 두렵기까지 하다.


그래서 정치인의 판단은 인류애를 바탕으로 해야 하며 거시적 이어야한다. 대의를 위한 철학이 부재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안일하게 인류애라고 착각하고 내린 오판은 차후에 바로잡기에는 너무나 큰 희생을 필요로 한다.


요즘 정치상황을 보면 세상이 너무 급변하고 다양해져서일까? 아니면 정보의 홍수와 미디어의 발달 속에서 예전 같으면 특권층만 향유하던 고급정보와 지식을 일반인들이 공유하게 되어서일까? 지식과 경험, 품성, 민족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추지 못한 정치인의 한계가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역사의 도도한 흐름에 자신이 하나하나의 큰 획을 긋고 있다는 막중한 임무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고 단지 얄팍한 권력욕에 치우쳐 임시방편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오류를 범하며 철학적 한계를 내보이고 있다.


21세기는 동시대의 사람들에 의해 정치인의 과오와 치적이 바로바로 평가를 받고 있는 시대이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삶은 행복하고 또 누군가의 삶은 불행할 것이다.


그렇다면 예전 정치인의 삶은 어떠했을까? 그들의 역사인식과 덕행은 제대로 평가받고 있을까? 더 나아가 우리가 믿고 있는 그들의 삶은 과연 그대로 진실일까?


[왕도와 신도 : 신숙주, 외로운 보국의 길] 이 책은 한 정치인의 삶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일반적인 상식과 교양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한 정치인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역사는 승자의 인식이고 서술이라는 전제를 되새기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번쯤 해보자는 뜻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이 책에서 당시 권력을 둘러싼 쟁의 속에서 그동안 우리가 변절자로만 교육받고 기억하고 있는 신숙주, 한 문신에게 자신을 변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왕을 중심으로 한 역사소설이 아닌 주변인의 시선에서 본 시대상이 흥미롭다. 작가는 신숙주가 결코 변절자가 아니다 라고 대변해주지는 않지만 신숙주의 고뇌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의 삶을 이해하게 만든다.


역사는 돌고 돈다는 것을 당시 왕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확인하면서 내게 생긴 묘한 안도감은 무엇인가?


[왕도와 신도]의 서두에는 청의동자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신숙주가 자신을 투영해서 만들어낸 상상속의 인물로 번민이 있을 때는 어김없이 나타나 날카로운 지혜와 판단으로 대화하고 조언을 주기도 한다. 그는 나에게도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길동무가 돼 주었다.


계유정난을 통한 세력 간의 암투는 자연스럽게 작금의 정치상황과 오버랩 된다. 어쩔 수 없이 집권을 하고 있는 당이나 정치인은 그 집권이 오래 지속되면 자가당착이나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어떤 판단의 바로미터가 되는 청의동자는 시대를 초월해 대단히 귀한 존재이고 절실한 존재이다.


신숙주는 청의동자를 통해 삶의 지침이나 예언의 도움을 받았지만 결국 청의동자를 통해 자기성찰을 할 수 있었음이 그를 정치의 근본 철학 즉 초심으로 이끈 것이 아닌가 싶다. 신숙주 그의 삶에 대해 면죄부를 줄 것인가 아닌가는 각각의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을 통해 더 다양한 시각에서 시대를 볼 수 있었다.


문득 무언가를 초월하면 나 역시 청의동자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오늘밤 난 청의동자와 저녁식사를 함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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