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아집에서 벗어나 실체를 보기 위하여.

정신분석강의 - 상 - 프로이트전집 1 ㅣ 프로이트 전집 1
프로이트 지음, 임홍빈.홍혜경 옮김 / 열린책들 / 1997년 9월

나는 지금부터 왜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이 책(혹은 정신분석)을 꺼려했으며, 또 왜 그토록 편견을 갖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여러분이 과연 이 책으로부터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논평할 생각이다.

원래 정신분석은 주로 다음의 두가지 이유때문에 비난을 면치 못했다. 첫째는 정신현상 그 자체가 무의식이며, 의식적인 과정은 정신생활 전체 가운데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며, 둘째는 우리가 넓게든 좁게든 '성적'이라고 부르는 욕망이 정신생활에 있어서 아주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편견의 원인으로서, 우선 실제로 정신분석에 종사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들의 태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이제는 대중매체를 통해서도 쉽게 정신과의사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전문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위에서 소개한 가장 중요한 핵심인 '리비도(성에너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는다. 엄격한 아버지나, 과잉보호적인 어머니, 혹은 어렸을 때 겪었던 끔찍한 사고 등으로 인한 억압 따위는 쉽게 설명하면서도, 유아기때의 성생활에 대한 고착이 증상의 핵심이라는 것은 절대로 언급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현명한 정신과의사일수록, '리비도'의 위대함을 알기때문에 망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욱 편견을 조장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덕분에 '무의식'에 대한 해명은 쉽게 대중들 속으로 녹아들어갈 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대중들이, 무의식적인 것이 자신안에 숨어있다고 해서 크게 손해볼 것은 없으며, 또 그 무의식을 인정함으로써, 그 개인은 교양인이 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지, 결코 정신과의사들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프로그램 기획자의 검열과 간섭의 영향이 훨씬 크다. 왜냐하면 결코 저술된 책 중에는 이러한 망설임의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의 편견을 조장하는 것은 학술문헌이 아니라 대중매체이니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더 슬픈 것은 이것은 거의 우리나라만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미 80년 전부터 정신분석이 크게 유행했던 미국은, 이 리비도의 위험성을 잘 알았기 때문에, 가장 능력있는 관리자로서 정신분석을 택했던 것이다.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음에도, 중요한 것은 그러한 편견의 대상인 정신분석을 우리의 실생활로 돌려놓는 것이므로, 이제부터는 바로 이 책(정신분석)을 접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첫째, 실수나 망각의 의도를 알게 된다.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나 분실들까지도 그 의도가 분명함을 이 책을 통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둘째 꿈의 의미와 작업, 해석에 대해 알게 된다. 자신의 꿈을 스스로 분석해 봄으로써 꿈에 대해서 지금까지 갖고 있던 갖가지 편견들을 스스로 분석해낼 수 있게 된다.

셋째는, 안타깝게도 나 역시 확신할 수 없다. 우리는 대부분 노이로제란 것에대해서 많이 들어보기는 했겠지만, 실제로 경험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앞의 두가지에서 적용되었던, 이른바 '내관'에 의한 방법으로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래서 프로이트의 말을 거의 절대적으로 믿어야만 한다. 그래서 이 학설에 대해서는 확신도 갖기 어렵고, 무언가를 얻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은 어디까지나 입문서이다. 프로이트도 독자들(수강자들)에게 정신분석의 실체를 보여주려고 했을 뿐이지, 그 학문의 위대한 업적이나, 실제로 분석요법을 가르쳐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프로이트도 당시 정신분석에 대한 무수한 비난과 멸시에 대한 정당한 응전으로서, 그 실체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 이책을 썼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하라는 것이 아니다. 정신분석의 실체만 볼 수 있으면 된다. 실체를 보게 되면, 편견이 사라진다. 편견이 사라진 이후라야, 사물을 볼 줄아는 자신만의 시각이 생기게 된다. 오직 이것만이 이 책의 목표라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