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라스의 마녀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그저 그런 범죄추리소설을 뛰어넘는 소재와 기획,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탄탄한 구성은 물론 사람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태도는 예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도 드러났듯이 라플라스의 마녀에서도 그러하다.
이틀 만에(실제로 따진다면 24시간을 조금 넘는) 515쪽의 만만치 않은 분량을 독파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은 히가시노 작가의 특별한 매력이라고 밖에 달리...

별 볼 것 없는 평범한 원자(사람, 생명)가 모여 이 우주가 구성되고 움직이기에 모든 존재의 가치와 의의는 결코 소홀해지거나 무시될 수 없다는, 그래서 마땅히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작가의 생각은 라플라스의 마녀로 살아가야 하는 겐토와 마도카에게 포기할 수 없는 낙관적인 예측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작지만 소중한 것을 기억하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한 결코 불행할 수 없는 미래를 지금 우리가 만들어 가기도 할 것이기에.

히가시노의 작품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과연 실망시키지 않음. 번역되어 출간된 국내 작품을 모조리 읽어볼 계획.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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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만담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재치와 유머로 자신의 일상을 곁들여 감칠맛나게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풀어낸 책 이야기.
애서가이자 장서가이며 희귀본수집가로도 유명한 작가의 다섯번 째 저작으로 책을 소개하는 작품인데, 등장하는 책들은 재미나고 우습기도 때로는 교훈적이기도 한 작가의 실생활 에피소드와 함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기에 조금의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나오는 책들 면면이 수십 년 경력 베테랑 장서가의 날카로운 눈과 손에 의해 검증이 된 것들 일진대, 문제는 그 중 내가 읽어 본 것은 거의 전무하다는 OTL...
추천의 반열에 오른 그 명저들을 거의 빠짐없이 위시리스트에 옮겨놓고 다시 쭉 보니 이 녀석들을 다 독파하면 나의 어두운 눈과 우매한 머리가 좀 더 밝은 빛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소 위로가 된다.

저자의 말처럼 ‘천국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책으로 뒤덮여 있다‘.

아, 그런데 정신의 배부름 뒤에 찾아온 몹쓸 육체의 어쩔 수 없는 허기는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배고프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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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 권 독서법

삶의 벼랑 끝에서 죽지않고 살아가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택했던 1천 권 책읽기 프로젝트.

저자는 1천 권의 독서를 통해 자기의 내부부터 시작해 외부상황, 인간관계까지 변화하게 된 이야기와 자기긍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직장과 가정은 물론 삶의 전반에서 실제적인 성공을 일궈낸 결과와 그 과정의 세세한 것들을 친절히 안내해주고 있다.

두 아이의 양육까지 책임지는 열혈 워킹맘으로서 가정 직장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던 저자가 십여 년 만에 자신 안의 불꽃이 사그라들며 시들어가고 있다는 자각-이대론 정말 죽을 것 같다라는 절박한 위기감에서 우연한 기회를 통해 시작하게 된 책읽기.

읽는 것을 통해 시각과 생각이 넓어지고 깊어지며 삶이 바뀌게 되는 자기치유와 자기실현의 완성은 결코 어렵거나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3년 10개월의 시간 속에서 당당히 증거하고 있다.
본인이 읽고 도움이 되었던 양서 소개와 함께 세부적인 계획과 도표 그래프까지 곁들여 생각에만 머물지 말고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나 가능함을 설득력 있게 전해주고 있다.

2천 권 독서 성공담을 들은 후 망설임 없이 당장 실천했던 저자의 패기와 용기 그리고 끈질긴 근성 실행력은 정말 배우고도 남음이 있다.
에이 정말 할 수 있을까, 그런 건 특별한 재주나 능력이 있는 이들에게나 통하는 거지, 라고 대다수가 핑계 아닌 핑계로 미루는 사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정진하여 마침내 목표를 이루고야 말았던 저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직장과 학교를 오가며 어렵사리 학위를 취득하고 잠시 숨고르기를 하며 이젠 뭘 또 해볼까라고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 1천 권 책읽기라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새로운 목표를 선사해 준 책.

전안나의 1천 권 독서법은 나의 1천 권 독서의 세번 째 책이 되었다. 3년 후엔 한층 더 넓어지고 깊어지게 될 행복한 내 모습을 상상하며 이제는 네번 째 책을 호기롭게 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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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전작인 <독서만담>을 공공도서관에서 빌려 그날 다 읽은 직후 이건 소장각이다 싶어 바로 함께 주문했던 저자의 다섯 번째 책.

개그 프로 저리가라 할 정도의 웃음과 재미를 선사했던 <독서만담>과는 또 다른 웃음과 유익함을 아낌없이 시전해 주고 있다.
나같은 평범한 이가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무려 5권의 나름 유명작가인데도 본인의 경험담과 느낌을 숨기거나 과장없이 본인 특유의 익살스러우며 간결하고 절제된 스타일로 알아듣기 쉽게 때론 폭소의 마당으로 때론 배움의 교실로 이끌어간다.
실제 책읽기에서 궁금하고 고민되는 작은 것, 예컨대 띠지는 버려야 할까 보관해야 할까부터 독서 중 좋은 간식, 좋은 책 고르는 법 등을 거쳐 마침내 궁극의 글쓰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그 준비와 과정 비법까지 상세히 알려준다. 쓰는 데 도움이 되는 문구류는 어떤 게 좋은 지(심지어 연필깎이마저) 보통의 글쓰기 책에서는 보기 어려운 정말 현장감 넘치게 세세한 것들까지 친절히 일러주고 있다. 부록처럼 붙은 작가로 데뷔하기부터 작가로 살아오기까지의 에피소드도 정말 진솔하고 재미있다.

역시나 전작처럼 장서가 희귀본 수집가답게 인용하며 소개하는 책은 나에게는 여전히 미답의 상태에 있는 게 대부분이다.
읽는 내내 독서목록과 메모장을 한 가득 넘치게 만들며 나의 독서 투지를 불태움에 부족함이 없었다.

글쓰기의 기본은 ‘관찰‘과 ‘독서‘ 그리고 ‘기록‘이라는 저자의 비법에 더하여 나는 감히 재미라고 말하고 싶다.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으며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가는 저자의 탁월한 기술은 소제목뽑기에서도
단연코 눈에 띈다.

틈나는 대로 책을 가까이 하려고 내가 누리는 유일한 호사라 생각하며 책 사기에 별로 주저함이 없는 나지만 여전히 강호는 넓고 고수는 많고 읽을 책은 지천에 널렸음에 이제 막 글을 깨치고 책을 든 초보자의 겸손된 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정말 유익하고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훗날 내 이름 선명히 박힌 책 한 권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는 작은 바람을 가지게 하는 책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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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물리학

<이 미친 그리움>, <그토록 붉은 사랑>으로 수많은 이를 사로잡고 급기야 나의 관심작가로 등록된 저자의 세 번째 산문집.

여전히 그의 유려한 문장(글빨^^)은 감탄과 부러움의 대상임을 새삼 확인.

우리네 삶은 수많은 너와 나와의 만남이고 그 만남이 다른 누구로 대치될 수 없는 우리만의 고유한 관계로 이어질진대, 그 관계의 날씨는 과연 여전히 맑고 쾌청한 지 물어오고 있다.
무겁지 않은 그러나 결코 그 깊이가 얕지 않은 관계라는 주제를 고민하면서, 너와 내가 만나 짓고 있는 그 결이 아름답고 향기롭게 이어지기 위해서 필요한 관계의 법칙을 작가 특유의 유려하면서도 위트있고 따스한 문장으로 그려나간다.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오늘도 우주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만, 너와 나의 관계는 가끔씩 너무 다가가 부딪혀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본래의 궤도를 이탈하여 엉뚱한 방향으로 멀어지기도 하기에, ‘내 생각과 당신의 이해 사이 잘 맺고, 끊고, 적당한 거리‘라는 지구적 삶에 여전히 서툰 우리를 위하여란 띠지의 글처럼 과연 그대와의 아름다운 적당한 거리는 얼마만큼 인지 책을 덮고도 생각의 꼬리를 계속 물게 만든다.

너와 나의 적당한 거리가 유지될 때 적당한 관계의 힘으로 그대와 나는 우주의 미아가 되지 않고 계속해서 본연의 모습대로 살아갈 수가 있을 것이다.
마치 나무들이 틈새가 있어 그 사이로 바람이 드나들고 햇볕이 스며들고 건강히 자랄 수 있듯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언어에서부터 나에게서 나간 수많은 말들의 색깔이 본래의 색대로 너에게 물들여지는지,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독선은 없었는지 나의 관계맺기와 이어가기를 돌아보게끔 만든다.

홀로살기엔 그대랑 나누고 싶은 것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기에, 외로움과 그리움의 ‘아름다운 간격‘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여전히 그대를 생각하며 맞이할 준비에 행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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