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 교수의 블랙홀 강의
우종학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블랙홀>

'우주에서 가장 빠른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중력이 강한 천체'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일상에서 '블랙홀'이란 단어는 단어 그 자체의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천체를 가리키며 그것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대신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없애버린다'라는 의미로서의 관용어로 많이 쓰인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단어이지만 본연의 의미로서는 미지의 존재인 '블랙홀'.


단지 내가 살고 있는 지구로부터는 멀리 떨어진 진공청소기같은 무서운 존재지만,

학업에 치이면서, 내일은 뭐 먹지하는 생각에도 벅찬데, 

나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에 대해 알아야하나 싶기도 하다.

그런 '블랙홀'에 대해 처음 발견부터 현시점까지 자세한 듯하면서 알기 쉽게 풀어쓴 책을 찾았다.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밤하늘을 보면서 저 멀리에는 무언가가 있을까 고민하시는 분들

<콘택트(1997)>, <인터스텔라(2014)>과 같은 SF 우주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

과학을 이해하고 싶은데 이해하기 어려워서 손도 못 대신 분들

블랙홀에 대해 복잡한 설명 없이 부드럽게 이해하기 원하는 분들



"그런 생각을 합니다.

사람들의 우주가 풍성해졌으면 좋겠다고, 

쳇바퀴 같은 일상을 벗어나 우주의 영감을 받으면 좋겠다고."

머리말 중(p.6)




<나는 물리학과이다.>

그렇다고 물리에 대해, 우주에 대해 애매하게 알고 있을 정도라서 항상 말하는 것이 부끄럽다.

나를 소개하면 사람들이 항상 물어본다.

'수학 잘하겠네?'(아니요.)

'그렇게 어려운 걸 공부한다고?'(그래서 공부 안합니다.)


사람들은 덧붙여 이렇게 생각한다.

물리학과에서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EBS에서 나오는 

우주 다큐멘터리와 같은 것을 배울 것이라고.


그에 대한 답은 '전혀 아니다'.

물론 나도 그런 줄만 알고 입학했지만, 현실은 미분과 적분 뿐이다.

그래서 스스로 거의 포기한 줄만 알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아, 나는 물리학과이긴 한가보다.'​


그 이유는 책 속에서 설명하는 여러 가지 법칙들이나

과학적 사실들이 너무나도 익숙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뉴턴의 운동 3법칙, 케플러 법칙, 상대성이론 등 평소에 알고 있던 것들이

책에 녹아들어 함께 블랙홀에 대해 알아가니 기분이 묘했다.


마치 이미 맛을 알고 있는 계란을 가지고

새롭게 더 맛있는 요리를 해서 맛보는 느낌이었다.


이처럼 이미 이공계에서 있거나 과학, 특히 물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어깨가 으쓱해지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인데, 싶겠지만은

그것을 '블랙홀'에 한정하여 논하니 촘촘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무한한 공간에서 유한한 존재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인간은 아무리 자기 자리에서 발버둥쳐봐도 우주의 아주 작은 먼지밖에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불 밖은 위험해가 아닌 지구 밖은 위험해이다.


가끔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에 갈 수 있을 것만 같지만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려면 빛의 속도로 4년은 가야지 도달할 수 있다.

그만큼 우주는 공백만이 가득한 공간이다.


"우주가 우주다운 것은 언제 어디서나 똑같은 물리법칙에 따라 운행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흔히 우주를 '코스모스cosmos'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코스모스'라는 말은 '질서'와 '법칙'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p.103


그래서 아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라는 회의감과

나는 단지 100년의 시간밖에 존재할 수 없는 존재로서의 막연함이 든다.

이토록 유한한 존재가 무한에 가까운 존재를 맞이하는 게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런 막연함과 공허함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평생에 해볼 수 없는 우주여행을

간접적으로나마 해줄 수 있게 하는 길잡이가 된다.

책을 읽으면서 다큐멘터리 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면 된다.



<블랙홀 강의이지만 '교양 강의'입니다.>

참고로 고등학교 '물리1' 정도의 내용을 다루고 있고, 

그 이상을 논할 때는 친절하게 적절한 비유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다.


그러니 과학은 마냥 어렵다며 전혀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대학에서 강의해주듯 정말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심지어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길 법한 것들이 질문으로 나와 그에 대한 답도 해준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이고, 심화적인 내용을 원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어떤 사실에 대해 얘기할 때 원하면 이해할 때까지 파고드는 습관이 있다.


예를 들면 블랙홀Black Hole에 대해 생각할 때, 

종이에 펜을 가져다가 구멍을 뚫으면 그건 2차원 구멍이다.

그런데 공간에서 구멍이 생긴다면 과연 어떤 형태일까.


마치 태풍의 모양처럼 회오리치는 그런 형태가 아닐 것임은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정확한 형태를 떠올리기는 어렵다.


책을 읽다가 찾은 것도 하나 꼽자면,


"우리은하에는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약 2,000억 개 이상의 

별들이 모여 있고 다들 태양처럼 눈부시게 빛납니다."

p.22


여기서 읽자마자 든 궁금증은,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빛나는 줄 알지?'(읽다가 해결됐다.)

'2,000억 개는 어떻게 산출된 양일까?'(그냥 그러려니 해야할 것 같다.)였다.

잠시 관련하여 물리학과 1학년일 때 에피소드를 하나 말하자면,

쿨롱의 법칙을 배우던 중 공식의 성분을 파헤치고, 연관 관계만 알려주셨지,

공식이 어떻게 도출됐지는 알려주시지 않아 교수님께 여쭤보았다.

​​

'실험적인 결과입니다.'

'쿨롱 상수도 직접 실험에서 찾아낸 것인가요?'

'그렇겠죠?'

'ㅇㅅㅇ?'


원하는 답변이 아니였고, 궁금증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 뒤로는 이해하는 정도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학부생으로서 물리학을 배우는 데 있어서는 그런 종류의 참을성과 이해가 필요했다.

더 궁금해도 이해할 수 없기에 단지 딱 잘라서 배우고, 설명해주시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 정도의 한계를 잘 정한 듯 하다.

미분과 적분밖에 없는 물리학 강의까지는 아니지만, 

흥미를 가지면서 궁금증도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는 교양 강의로 자리를 잘 잡았다.


"모든 과학자가 대중적인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과학자는 그 누구보다 영양가 높고 신선한 재료를 많이 알고 있습니다.

과학자가 직접 조리하는 과학이 최고급 음식이 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머리말 중 p.10


<과학자들은 봐주세요.>

대학 추천도서나 청소년 추천도서로 가끔씩 볼 수 있는 책인,

<에른스트 페터 피셔-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있다.


이 책을 학교 독서 모임에서 한 번 읽어본 적 있다.

나는 익숙한 정보들이기에 흥미롭게 읽는 부분도 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인문대학 학우분들의 반응은 예상치 못했다.

'근데 전자가 뭐예요?'

'첫 장부터 이해가 안되던데요...'


이렇게 과학의 한계점은 

과학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미지의 영역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학 서적이 마냥 간단해지라는 말이 아니다.

처음부터 전문용어로 들이밀기 전에 부드럽게 흘러들어갈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과학자분들은 이 책을 모범삼아 

사람들에게 흥미를 부여하면서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맛있는 소화제같은 책을 많이 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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