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농장의 하루 - 커피, 플로리스트를 만나다
윤 야미니 지음 / 채륜서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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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나는 한국을 떠나 필리핀으로 갔다.

커피 농장에서, 정글 속에서 커피와 함께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사람들은 날 보면서 커피에 미쳐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인생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 누구보다도 행복하다.

 

P. 180

 

 

커피가 너무 좋아서 한국을 떠나 필리핀에서 농장까지 차리며 커피 플로리스트가 된

윤 야미니씨의 <커피 농장의 하루>.

나두 저자 못지않게 커피를 굉장히 즐긴다.

 

비가 주르륵 내려 감성이 풍부해진 날은 부드러운 카푸치노 한잔,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이 행복한 날은 휘핑크림이 듬뿍 올라간 카페모카,

어떤 일상도 내게 힘을 주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는 그런 날에는 쌉쌀한 아메리카노,

...

여러 커피들이 있지만,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가져온 원두로 내린 '케냐 AA'라는 커피다.

처음엔 원두의 쓴맛 밖에 느껴지지 않아 설탕이나 시럽을 넣지 않고는

'이게 무슨 맛이야... 역시 내 입에는 마끼야또야..'를 일관했는데,

원두의 개운한 뒷맛과 원두를 마시고 나면 가득 깔끔한 원두향이 계속 감도니

이젠 자판기에서 뽑아먹는 밀크커피를 사양할 정도가 됐다.

 

아무런 약속도 없는 날이면..(약속이 있는 날에도 어쩔 때는 먼저)

카페에 혼자 가서, 가장 구석진 곳에 앉아 드립커피를 홀짝일때면,

그 어떤것도 그 순간만큼은 전혀 부럽지 않다.

 

이 책의 저자도 나처럼(어쩌면 나보다 더한) 커피 광인게 틀림없다.

농장을 운영하여 DSLR 카메라로 커피 꽃부터 꽃이 져서 열매를 맺고

그 열매를 건조시켜 커피를 내리기까지... 자신의 농장의 모든 걸 책에 담았다.

 

얼마전 TV프로그램 중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프로그램에

일명 '커피 중독남'이 출연했었다.

카페에 앉아있으면 한시간에 3잔 꼴일뿐더러

하루의 모든 식사에 커피를 말아먹고, 커피를 물먹듯 자주 사 마셔

월급의 90%를 커피값으로 내는.. 그런 사람..

그의 사연이 끝난 후 김구라가 그에게 처방을 내리길.

"그건 진짜 커피 매니아의 모습이 아니다.

자기가 진정으로 커피를 즐겨먹는 매니아라면 그렇게 사는 것보다

커피의 기원이라던가 역사 이런걸 아는게 진정한 매니아가 아닐까"

라고 말했다.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자기가 지금 마시는 커피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로스팅되어지는 것이며, 어떤 방법으로 재배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좀 더 공부하고 느끼며 마시는 것이 진정한 매니아가 아닐까..싶다.

 

그냥 맹목적으로 마시는 커피 중독남보다 커피가 정말 좋아 필리핀으로 건나가

10여년간 농장을 운영하며, 사람들은 그 10여년을 허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본인은 즐거워하며 전혀 낭비라고 생각지 않는 윤 야미니씨..

인생을 즐길 줄 알고 커피와 사랑에 빠진 그녀가 진정 매니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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