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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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동네 주민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최근에 읽은 단편집인 <빛의 호위>도 있고, 그전에 읽은 <아무도 아닌>의 황정은 작가님의 단편도 있다. 여러 단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쿤의 여행’과 ‘쇼코의 미소’다. 후자의 경우는 소설로 묶여서 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읽지 않았다. 이번 책을 읽고 나니까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쿤의 여행’의 한 문장은 바로 이것이다.

 

딸, 미안해. 엄마가 자랄게. 얼른 자랄게.

- 84쪽

 

굉장히 독특한 발상이다. 그리고 이 문장을 봤을 때 쿵, 하는 어떤 느낌을 받았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것이다. 내가 품고 있던 무언가가 나보다 더 거대해져서 나 대신의 삶을 살아간다. 종국에는 대신 살아온 것이 나인지 그 무언가 인지 구분이 모호하게 변한다. 쿤을 제거한 뒤 주인공은 아이의 모습으로 다시 세상을 보게 된다.

 

‘쇼코의 미소’의 한 문장은 이것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한 개가 아니긴 하지만.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그래서 꿈은 죄였다. 아니, 그건 꿈도 아니었다.

- 270쪽

 

엄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껍데기만 보고 단죄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이 치솟을 무렵, 나는 그 사람들 편에 서서 엄마를 바라보지 않는 내 모습이 낯설었다. 슬픔을 억누르고 억누르다 결국은 어떻게 슬퍼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엄마였다.

- 285~286쪽

 

주변 사람과 나에 대한 이야기가 잘 엮어져있다. 주인공은 객관적인 것 같으면서도 주관이 약간이 들어가 있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 아프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슬픔이라는 감정과 어떻게 대면해야 할 지 모르는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든 누구나 그런 게 하나쯤은 있다. 다른 연도의 단편도 읽어야겠다. 짧게 끝나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뭔가 작가의 내면 중에서 일부를 보는 것과 같은 비밀스러운 기분이 나쁘지 않다.

 

+ 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집도 최근에 출간되었다. 조만간 볼 것이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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