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혁명 세트 - 전3권
프리허그 한의원 엮음 / 프리허그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나는 ‘휴머니스트’다!!
 
나는 ‘아토피안’이다. 이 용어를 안지도, 이 용어가 아토피 환자들 사이에 뿌리를 내린지도 십년이나 되었을까. 上권 초반부에 나오는 두 편의 실화가 꼭 내 얘기인 것만 같아 눈물을 글썽거리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토피’라는 용어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그 시절, 나는 내 유년시절을 아토피에게 잠식당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해졌고, 세상에 나를 드러내는 것이 두려워졌다.
왜, 왜 하필 나일까. 이건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데. 이 무시무시한 질병은 나를 언제까지 그 안에 가둬둘 것인가. 아토피와의 전쟁, 극심한 가려움으로 인한 산만함은 결국 학업부진을 가져왔고 나의 학창시절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것’으로 변해버렸다.
태어날 때부터 태열이 있었고, 친정어머니 등에 업혀 있다 냉장고 속에 깨진 날계란을 잘못 찍어먹은 것이 화근이 되었다. ‘계란 알러지’는 결국 ‘아토피’가 되고 말았으며, 열일곱 나이에 유명한 피부과 의사를 찾아갔다가 “평생 가지고 가야 한다”는 말을 오해했다.
평생 몸에 지녀야 한다는 것은 곧 꾸준한 관리를 요하는 것이다. 나는 그저 아토피와 작별하고 싶었다. 그런데 평생 함께 가야 한다니! 내겐 그저 끔찍한 말일 수밖에 없었다.
그 날 이후 나는 어머니를 졸랐다. 유학을 가자고. 때마침 사춘기를 겪던 내 얼굴에는 곰보 자국 같은 여드름까지 올라오는 중이었다. 한국이 싫었고, 나를 쳐다보며 수군대는 것만 같은 한국 사람들이 싫었다. 나는 매일 매일 한국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꿨다.
하지만 나는 결국 한국을 떠나지 못했다. 3년 째, 한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는 나는 임신소양증과 출산 후 아토피를 모두 겪어냈다. 대학병원 의사는 희귀확률이라며 놀라는 눈치였지만, 나는 침착했다. 관리해야한다. 같이 가야 한다. 같이 가보자!
나는 그렇게 29년째 아토피와 공생하고 있다.
 
<아토피 혁명 上권>
 
이 책은 아토피의 원인을 양방과 한방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그 치료법과 관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아토피를 ‘세포’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세포’를 공격하는 내부적 / 외부적인 환경문제로부터 비롯된 세포 기능 이상, 그리고 그로인해 과잉 발생하는 ‘열’과 ‘독소’를 핵심 원인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건강은 조화로운 상태를 말한다. 서양의학에서는 인체의 조절력을 ‘항상성’이라 하며, 한의학에서는 ‘조화’라고 한다. 생존을 위해 외부 환경과 내부 환경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이 조화에 문제가 생기면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아토피 피부염이란 영유아기에 시작하는 가려움을 동반하는, 만성재발성 습진 질환으로 연령에 따라 특징적인 병변과 분포와 양상으로 구분되는 피부질환을 말한다. 아토피피부염은 전체 아토피 질환 중 피부질환을 일컫는 말로 아토피 질환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특히, <아토피 혁명>에서는 내한외열과 상열하한 같은 과도해진 열로 인해 발생되는 인체 내 체온 시스템의 이상 증상을 아토피 피부염의 주요한 원인으로 보고, 이에 따른 치료법과 관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아토피 혁명 中권>
 
아토피치료의 핵심은 ‘인체조절력’ 강화에 있다. 다시 말해 ‘항상성’과 ‘조화’를 유지하기 위한 인체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아토피 혁명>에서는 이를 위해 2가지 치료법(혹은 치료과정)을 소개하고 있는데, 증상을 호전시키는 ‘표치’와 체질을 개선하는 ‘본치’가 바로 그것이다. 얼핏보면 원인부터 치료하는 것이 당연한 듯 하나 실제로 증상을 먼저 치료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아토피 피부염의 핵심 증상이 ‘가려움’에 있기 때문에, 가려움 증상이 개선되지 못하면 환자가 장기적인 치료 과정을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아토피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아토피 체질’에서 오는 아토피 피부염이 많기 때문에 증상이 호전되었다 해도 꾸준히 관리해 주지 않으면 재발하기 딱 좋다. 아토피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증상의 개선과 함께 인체 조절력 회복을 통한 아토피 체질개선이 매우 중요하다.
프리허그, 즉 포옹요법을 통해 환자나 환자 가족의 심리적 안정까지 고려한 이 책의 치료법은 매우 흥미로웠다. 경제적-심리적인 문제로 가족 간의 갈등이 심해져 ‘경제질환’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지독한 아토피의 그늘.. 그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배려해 준 이 책의 저자에게 아토피안의 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감사를 전하는 바이다.
지-행-합-일 이라는 4가지 실천방법, 아토피 환자인 나도 잘 몰랐던 보습제의 비밀, 스테로이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들은 새로운 진실을 알게 해 주었다.
아토피의 발생에 관한 내용을 도표로 정리한 부분은, 줄글로만 되어 있어 뒤죽박죽 엉켜있었던 上권과 中권의 내용들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하였다.
특히, 책의 서문에 ‘휴머니스트 이면서도 세상의 시선에 쉽게 상처 받는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아토피 혁명 下권> - <아토피 혁명>의 두께가 만만치 않다면, 이 책만 봐도 좋다!
 
책을 받고 깜짝 놀랐다. 두꺼운 하드커버.. 3권으로 분권된 묵직한 책들..
그런데, 이 책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만화 아토피 체온면역론’은 너무 신선했다. 上권과 中권의 내용들이 알기 쉬운 만화로 정리되어 있는데, 텍스트보다는 시각적으로 눈에 확 띄는 것이 정말 좋았다.
특히 ‘상열’이 있으면 사람을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3살 된 아들 녀석이 늘 머리 쪽으로 열이 올라 산만한 느낌이 많았었는데.. ‘상열’이 있으면 그럴 수 있다고 하니 적절한 치료를 병행해야 할 것 같다.
<아토피 혁명>이 너무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下권을 먼저 보시라!
<아토피 혁명> 마지막 권에서는 꾸준한 관리로 기초체온 조절력 높이기 / 생활 관리 / 음식관리 / 외치법 / 목욕 / 스트레스 / 기타 관리의 내용 등을 통해 아토피 피부염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몸에 열이 많이 난다고 해서 찬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체온적인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어 오히려 신체 대사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29년간 아토피와 함께 생활해 온 내게는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웠던 책.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토피 서적이라고 전문적인 책 한권 읽어본 적 없이 아토피와 싸워왔던 내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다. 물론, 아토피가 학술적인 용어로서 자리 잡고 본격적으로 연구되어 온 시간이 얼마 되지 않기에.. 양방과 한방을 통틀어 아토피를 이리도 섬세하게 분석해 준 <아토피 혁명>은, 내게 신선한 자극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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