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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
강양구 외 지음 / 천년의상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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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쓰레기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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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의 종말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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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없는 사회, 사랑이 불가능한 사회,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 <에로스의 종말>은 현대 소비자본주의(신자유주의)의 영혼에 대한 성찰로 읽힌다. 다시 플라톤으로 돌아가, 니체 철학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시적인 것에 대한 의심. 그리고 가시화된 삶의 과정 속에서 무한히 목도했지만 외면해 왔던 것들을 복기할 수 있었던, 오랫동안 잠들었던(어쩌면 깨어난 적 없는) 뇌세포가 슬며시 눈을 뜬 듯한 느낌이랄까. 이 책은 우리가 이미지에 종속시켰던 사유들에 대한, 그동안 굳어져버린 에로스에 대한 관념들을 일깨우기 충분하다.


현대사회의 질병 가운데, 안타깝지만 부정적인 책임없는 회피로서 우울증을 꼽는다. 한병철은 이 우울증을 나르시시즘과 대비시킨다. 이 역설적인 비유는 현대사회가 인간에게 낳게 한 절망과 나르시시즘의 양 극단이 에로스를 마비시켜 스스로 자기 안에 침몰하는 주체에 대한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를 부정하고 위해를 가하는 우울증은 오히려 인간이 사회 속에서 병적 주체로 변질되어가는 모든 사람들의 목적지향적인 삶에 대한 ‘명명’이 아닐까.


문제는 이러한 삶이 지속되어 가는 데도 불구하고 인간애와 사랑이 결핍되어가는 것을 중단하지 못하고, 인간의 욕망도 변질되며, 성과(成果) 이후의 삶도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었다. 나는 한병철의 글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고 때로는 인식하고 있지만 모른 척 지나치는 것, 무관심을 넘어선 ‘묵인(黙認)’을 떠올렸고, 이에 대해 주목하게 되었다.


많은 학자들과, 많은 현실주의자들은 분명히 현대사회의 질병을 인식하고 있다. ‘가속화되고 있는 자본주의’는 어쩌면 지금 가장 극단적인 ‘사라지기 직전(폭발)’의 상태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진은 멈출 줄 모르고, 결과를 알면서도 손 쓸 수 없는 불가항력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을 무기력하지 않게 내버려두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엔진은 사랑의 속성 마저 ‘머무를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박물관에서의 전시품, 쇼핑몰에서의 상품처럼 소비하여 없애는 것, 무용지물의 상태가 될 때까지 내버려둔다. 뒤이어 소멸된 상태는 우리의 삶이 지속되는 과정에서도 어떠한 형태가 되어가는 지 알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우리의 표면은 끊임없이 우리가 ‘묵인’된 채 잊혀져 기어이 망각되어 간다.


그래서 결국 한병철의 결론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로스의 종말을 인식하되, 끊임없는 영혼 투쟁, 사랑에 대한 사유의 투쟁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부정성을 극복하여, 오랫동안 굳어진 욕망의 경계를 허물고, 충동을 뻔뻔하지 않게 이성과, 용기로서 과거를 탐닉해야 하는데. 현실 사회는, 두렵도록 우리의 욕망을 마비시켰었다. 

"에로스는 강한 의미의 타자, 즉 나의 지배 영역에 포섭되지 않는 타자를 향한 것이다. 따라서 점점 더 동일자의 지옥을 닮아가는 오늘의 사회에서는, 에로스적 경험도 있을 수 없다. 에로스적 경험은 타자의 비대칭성과 외재성을 전제한다."

자아의 충동과 성과의 충동이 전혀 억제되지 않는 신자유주의적 사회 질서 속에서 에로스는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죽음의 부정성을 밀어내버린 긍정사회는 오직 "불연속성 속에서 생존을 확보"해야 한다는 일념 만이 지배하는 벌거벗은 삶의 사회다. 그러한 삶이란 노예의 삶일 뿐이다. 벌거벗은 삶에 대한 염려, 생존에 대한 염려는 삶에서 모든 생동성을 빼앗아간다.

"에로스는 타자를 타자로서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이로써 주체를 나르시시즘의 지옥에서 해방시킨다. 에로스를 통해 자발적인 자기 부정, 자기 비움의 과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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