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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평점 :

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을 다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에 그치지 않고, 제작스토리라던가 다른 사람들의 감상평, 영화와 전혀 색다른 것들을 접목한 컨텐츠들에도 끌린다. 괜히 옛날에 한정판 dvd에 더 비싼값에 메이킹이나 감독 코멘트를 넣는게 아니다. 매니아들에게는 충분히 값을 한다. 그만큼 작품에 몰입했다면 그것의 모든 배경에도 관심이 가는 법이다. 무엇보다 작품이 흥하면 제작한 사람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내가 이렇게 놀란에 열광하는 것처럼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매우 흥분할만한 책이다. 많은 추리, 스릴러 명작을 지었는데 작품마다 그녀가 살았던 영국의 모습에서 시작해 거기서 살아온 인생과 성품, 경험들이 조각조각 작품들에 박혀있다. 어릴 적 습관이라던가, 당시 영국의 풍습이라던가 하나하나 어떤 작품에 어떤 모습으로 표현되는지를 알 수 있다. 태생적으로 가진 습관이나 성격이 소설에서 훌륭한 장치로 작용하는 걸 보면 이런 추리 소설작가가 그녀의 운명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도 사람인지라 우러를만한 모습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디 말하기 부끄러운 모습도 있었고,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그런 것들이 당시 영국의 실태와 어우러지면서 드러나는 모습들이 보기좋기만 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교묘하게 함축된 것이, 이렇게 해설을 보고 이해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재미로 지나갔을 생각을 하면 아찔한 부분도 있다. 그정도로 이 책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위대함을 찬양하고자만 쓰여진게 아니라, 하나의 인물로 온전히 파헤쳐서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작가의 사상이 모르게 많은 독자들에게 보이지 않게 펼쳐지는 점도 소설 등 책이 가진 강력한 양날의 검으로 보여졌다.
소설을 사전에 읽었던 사람들에게는 마치 미공개 비하인드 컷처럼 귀중한 자료로 다가올 것이고, 소설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거꾸로 그 장면이 펼쳐진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소설을 떠나서 그냥 소개된 일련의 애거서 크리스티의 삶의 여러 면과 영국에 대한 묘사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아마도 나는 나중에 이 책을 자주 펼쳐볼 것이다. 마침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하나 '0시를 향하여'를 재밌게 읽고 있었고, 앞으로도 책에서 호기심이 생긴 작품들을 맞춰보면서 읽을 생각이니 말이다.
*리딩투데이 리투사랑해유 지원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