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300쇄 기념 한정판)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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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짧게 단편만 다뤘었지만, 책은 미처 읽지 못했었는데 부산대 교양필수 강좌 ‘고전 읽기와 토론‘ 수업시간에 이 책으로 독서퀴즈를 한다고 해서 이를 계기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의 구성은 12개의 에피소드로 되어있으며, 각각의 에피소드의 내용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등장인물은 난장이 가족을 중심으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치상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1970년대의 사회 구조 상을 대표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난장이의 가족들은 조상 대대로 노비이기 때문에 가난을 대물림 받았으며 이를 극복하고 벗어나려 노력하지만 이는 좌절되고 만다. 반면 그 반대의 윤호, 인규, 은강회사 사장의 아들인 경훈은 위로부터 물려받은 막대한 부를 통해 고액의 학원에 다니고 과외를 받으면서 해외로 유학까지 가는 부유함을 누리며 산다. 나는 이러한 빈익빈 부익부의 현실상황에 대해 분노하며 읽으면서, 1970년대뿐만이 아닌 현대와도 관련지어 생각해 보았다. 요즈음 ‘흙수저’다 ‘금수저’다 하는 말들이 사회적으로 많은 만큼 ‘빈인빈 부익부’ 현상은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능력만큼 배워 벌고 재산을 축적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겉으로 보기에는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고 모두의 권리가 동일하게 보장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 내막을 들여다본다면 가진 자는 더욱더 부유해지고 못 가진 자는 더욱더 가난해져서 이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신분상승이 불가능해져 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빈부격차가 일어나는 것은 어쩌면 사회가 존재하는 한 항상 따라다니며 사라지지 않는 사회적 문제로 완전히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없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회 구조적 모습을 바꾸기 위해서는 과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다가 부의 세습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를 잘 만나서 자신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재산을 상속받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상속의 일정부분을 매겨 상속세를 거두고 이 돈을 가난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쓰도록 하는 것도 일조의 한 방법이 될 수도 있고, 부자들에게는 세금을 많이 걷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돈을 적게 걷어 부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1970년대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내가 그 당시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끔 했다. 하루 24시간 중 10시간 이상인 절반가까이 있는 시간 동안 일하고서는 그에 적합한 임금을 받지 못한다. 또 노동환경도 좋지 못해 노동자들의 기본 생존권인 건가에 위협을 받기도 한다. 반면에 고용자들은 계속해서 부를 축적해 가면서 자기 뱃속 채우기에 급급해 노동자들의 기본 권리조차도 아예 무시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동자의 대표인 영수가 했던 ‘살인’ 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이 어쩌면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영수의 살인사건에 대해서 재판하는 재판장에서는 경훈이의 시점이 나오는데 이는 가진 자의 측면에서 노동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노동자들을 게으르고 무능하게 바라보며, 그들을 위한 대우뿐만 아니라 아예 공감조차도 하물며 연민의 감정조차도 없는 사용자가 너무 심술 고약 하다고 생각되었다.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대립은 현재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사장이 최저시급도 주지 않아서 이를 따지다가 알바자리를 잘린 경험이 있다. 그래서 더욱 노동자들의 상황과 심정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노동을 제공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사용자들이 해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고용주들의 이기적인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다면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노사관계에 있어서는 상호 간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법을 제대로 숙지하여 사용자는 부당하게 노동을 강요하지 말고, 노동자들도 합법적이지 못한 노조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힘이 아닌 말과 마음으로 싸워야 하는데, 이는 서로 이해하며 배려해주는 감동적인 방법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것만이라도 잘 이해하고 실천한다면 서로 발전하는 성공적인 노사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970년대의 사회 구조적 문제들이 현재에 와서도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끼며 이러한 현실이 바뀌기 위해서는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짐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미래에는 난장이 가족들처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는 근로자들이 줄어들고 결국엔 모두가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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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메이커 2017-10-04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고전읽기와 토론> !! 오랜만에 들어보는 과목이름입니다!! 제가 들었을 때는 완전 형식적으로 했었는데.. 이렇게 자신만의 글로 이어져야 고전수업의 백미가 완성되는 것 같습니다

슈슈 2017-10-07 03:15   좋아요 0 | URL
수업이 형식적이라 좀 노잼이지만 ㅜㅜ 책읽고 자유롭게 얘기 할 수 있는건 좋아요~
 
쿠션 - 고단한 삶을 자유롭게 하는
조신영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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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비록 ‘고전 읽기와 토론’ 수업의 과제 때문에 읽게 되었지만, 지금 현재의 나의 삶에서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정도로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집 근처인 부산 남구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 학교 통학하는 동안인 지하철에서 틈틈이 보다 보니 통학시간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우선, 내용을 살펴보자면 ‘한바로’라는 가난한 중년남성의 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매사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항상 불평불만하고 남 탓하기를 좋아하는 아주 성격이 모가 난 사람이다. 그런 ‘바로’에게 알고 보니 엄청난 재력의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그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유산상속의 조건으로 할아버지의 유언장에 적혀있는 수수께끼를 풀어야만 했다. 그는 돈이 급해 할아버지가 내주신 그 수수께끼를 풀러 다니며 생활하다가 결국 돈보다 더욱 갚진 할아버지의 지혜로운 삶의 이론을 깨닫게 된다.

사실 나는 이 책의 주인공과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매사에 긍정적이지 못한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주인공이 할아버지의 퀴즈를 풀어나갈 때마다 그동안 나는 과연 올바르게 살고 있는지 반성해보게 하였고, 내 인생을 뒤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 자신이나 세상에 대해 너무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성격을 가졌던 나에게 한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는 있지만, ‘자유’는 빼앗아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즉 어떠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삶에 대한 태도만큼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라는 것, 자신이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같은 일을 겪어도 다르게 결정된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문득 ‘마술은 마음속에 있다. 마음이 지옥을 천국으로 만들 수도 있고, 천국을 지옥으로 만들 수도 있다.’라는 토머스 에디슨이 한 말이 생각이 났다. 자신의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물론 살면서 고통과 슬픔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성장할 수 없을 것이다. 성장하는 데에는 고통이 수반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고통은 일시적이지만, 성장은 영원히 남는 것으로 큰 고통의 결과는 곧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쉽고 편안한 환경에선 강한 인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시련과 고통을 통해서만 강한 영혼이 탄생하고, 통찰력이 생기고, 일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며, 마침내 성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 삶에서 만일 겨울이 없다면 봄은 그다지 즐겁지 않게 될 것처럼 우리가 때때로 역경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번영과 풍요는 그리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가 행복해지려고 마음먹은 만큼 언제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나 조건이 아니라, 늘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행복을 찾아내는 우리 자신의 생각으로부터 온다고 생각한다. 만약 슬픔이 찾아온다면 기쁘게 맞이하고 마음속으로 배울 준비를 하면 그만일 것이다.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슬픔과 절망 또한 지나가고 행복이 금세 찾아 올 것이다. 행복이란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행복해지고 싶다면 자신은 이미 행복하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슬픔은 어느새 기쁨으로 바뀌고 고통은 즐거움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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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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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가 쓴 이 책은 정말 슬픈 소설 이였다. 서울로 엄마가 올라왔는데, 서울역에서 함께 하던 남편이 엄마를 그만 놓쳐버려서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런 엄마를 찾기 위해서 온갖 고군분투하는 과정 중에 가족들 각각의 자신에게 있어서 엄마는 어떤 존재이고 의미였었는지, 또한 자신들이 그동안 엄마에게 너무 섭섭하고 서운하게 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과거의 자신이 엄마에게 했던 행동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며, 후회하며 뉘우쳐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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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메이 아줌마 (반양장) 사계절 1318 문고 13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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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부산대학교 교양필수 과목인 ‘고전읽기와 토론‘의 국어 수행평가라는 명목도 있었겠지만, 뉴베리 수상작이라는 타이틀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이 뉴베리 수상작인 만큼 ‘얼마나 재미가 있을까‘ 하고서는 큰 기대를 하며 책을 펼쳤다.

이 책의 주인공 서머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잃고 고아로 이집 저집을 전전하며, 떠돌이 삶을 살았다. 그러나 여섯 살 때 서머는 메이 아줌마와 오브 아저씨 부부를 만나게 되어 산골짜기 트레일러라는 차 속에 있는 집에서 살게 되었다. 그 두 부부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서머는 가정의 아늑함을 맛보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행복도 잠시 6년 뒤 메이 아줌마가 그만 돌아가시고 만다. 그 충격이 너무 컸던지, 오브아저씨는 메이 아줌마가 없는 삶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힘들어하셨다. 이에 서머는 오브아저씨 마저 메이 아줌마 곁으로 가실까봐 극도로 불안해한다. 이때, 서머의 친구 클리터스가 등장하여 아저씨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어주었다. 아저씨를 위로하려고 온갖 노력으로 심령교회도 찾아가보지만, 심령교회의 목사는 벌써 6개월 전에 죽고 없는 상태였다. 이에 오브아저씨는 더욱 절망감에 빠지게 되지만, 그 절망을 극복하여 이제는 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가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오브 아저씨는 그동안 집에만 두었던 바람개비들을 밖으로 날려 보내면서 다시 남은 삶을 살아가려한다.

사랑하는 메이 아줌마를 잃고 나타나게 되는 그리움과 슬픔들을 서서히 극복해가는 그 과정이 우리들의 삶과도 다를 것이 없기에 책을 읽는 동안 너무 마음이 아팠었다. 이 책 속에서는 메이 아줌마가 세상을 떠나게 되셨지만, 우리들의 삶에서는 우리 각자의 소중한 누군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더욱더 그랬던 것 같다.

오브아저씨께서 겪었을 슬픔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아저씨는 나이가 드셔서 소중한 것을 잃어보신 적이 많이 있으시지 않나 그렇지만 서머는 다르다. 서머는 아직 12살일뿐더러 메이 아줌마는 서머에게도 아주 소중한 사람이다. 그런 서머에게 오브 아저씨가 그렇게 슬퍼하고 아저씨 마저도 메이 아줌마 곁을 따라 가려고 했던 것은 너무 큰 짐이 되고 겁이 났을 것이다. 서머는 지금 덤덤한 듯 해 보이지만 그런 척을 하고 있을 뿐 속으로는 서머도 많이 힘들 것이다. 어쩌면 어려서부터 일찍 자신의 부모님을 잃어 보아서 그렇게 담담해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메이 아줌마가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두렵고 막막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이에 나는 과연 죽음이란 무엇인가?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곰곰이 하게 되었다. 나는 아직 서머처럼 내 주위 소중한 사람 누군가를 잃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곧 잃게 되는 날은 반드시 올 갓이다. 나는 과연 잘 극복할 수 있을까? 아마, 평생을 그리워하면서 살게 될 것 같다. 그 사람과 함께 했었던 추억들이 쉽게 잊혀 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이 책은 정말 소중한 가족의 죽음을 인한 슬픔과 상실감을 정말 잘 표현한 듯하다. 그 슬픔을 다시 희망으로 승화하며, 다시 자신의 생애로 나아가는 과정들을 잔잔하게 보여주고 있다.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서 어쩔 수 없이 겪게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그런 어려움들을 극복하여서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때야 말로 인간은 더욱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가족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가슴 아프게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그렇게 행동하다가는 나중에 잃고 나서 후회하지나 말고 지금 있을 때 최선을 다하며 서로 사랑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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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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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를 읽고....


저는 이 책을 부산대학교 ‘인간행동과 심리’ 교양수업을 계기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심리학자인 로렌 슬레이터가 저자로 대중의 인식변화를 가져온 10가지의 심리실험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심리에 대한 딱딱한 설명조로 쓰인 게 아니라서 저처럼 심리학에 관해서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또 10가지 심리실험의 배경이나 대중들 사이에 일으킨 반향, 찬반 의견 등이 상세히 서술되어 있으며 일반인의 처지에서 드는 생각들을 담담하게 쓰고 있어서 실험의 결과를 두고 개인마다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독자가 읽으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할 여지를 주고 있습니다.

많은 실험 중 다음의 세 가지가 제게 많은 생각과 함께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사람은 왜 불합리한 권위 앞에 복종하는가?’의 물음에 스탠리 ‘밀 그램의 충격기계실험’은 상황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피험자 중 절반이 넘는 사람이 450V까지 누를 것이라고는 이 실험을 하기 전까지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나라면 안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긴 했었지만, 그 상황에 똑같이 처해보지 않고서야 과연 어떤 행동을 할지는 정말 모를 일입니다. 환경은 사람의 행동이나 습관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랑은 환경이 만들어놓은 상황에 맞게 자신의 행동양식을 변화시켜 적응이라는 과정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실험은 어떤 양심의 가책을 느낄만한 상황에서 권위자가 책임을 면해주는 행동을 할 경우, 사람은 그 지시가 불합리하고 상대방에게 해를 끼칠 수 있음에도 양심의 가책을 뒤로 숨겨버린 채 그의 권위를 그대로 따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면책이란 권위자의 묵시적인 동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작용합니다.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 것은 권위자가 꼭 사람이지 않아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많은 불합리함을 뼈저리게 느끼지만, 거기에 딱히 저항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개인이 시스템의 뒷면으로 숨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즉, 상황과 시스템이 우리 자신의 책임감과 이성의 기능을 마비시켜 버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도적인 부분이 많은 사람을 책임에서 벗어나도록 합니다. 이러한 권력구조는 우리의 사회 안에, 우리의 마음속에, 사람들의 상호관계 속에 뿌리 깊이 배어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권력 구조를 노리거나 그 권력 구조를 악용하면 우리는 자신을 스스로 지워내 버릴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 시스템을 초래하였고 그게 우리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스탠퍼드 감옥실험’은 자신에게 주어진‘교도관’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시키지도 않은 사악한 행동을 일삼을 수 있음을 여실하게 보여준 실험입니다. 실험 속 내용을 읽고 있자니 이토록 인간이 잔인해질 수 있는지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잔인한 악마가 바로 우리 자신일 수 있다는 사실이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실험 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람이 환경을 지배하는 것’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환경이 사람을 지배한다.’는 사실이 이 실험을 통해 제대로 보이고 있습니다. 또 이 실험으로 개인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개인의 내재적인 특성이라기보다 상황일 수 있다는 의견을 지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제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의 의미를 깊게 깨닫고, 누구나 상황에 따라서 선인도 악인으로 변모할 수도 있겠다는 무서운 생각을 하도록 했습니다.

충격기계실험과 감옥실험 이 두 실험의 공통점은 어느 개인의 사악함과 잔인함은 기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인간이란 이성적이지만, 동시에 감정적 사악함을 가지고 있기도 하단 걸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천사에서 지옥으로 떨어져 악마가 된 루시퍼의 존재는 다름 아닌 바로 우리 인간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에 대해 생각해 보다가 몇 가지를 떠올려냈습니다. 인간은 각자의 행복을 실현 할 수 있도록 비전이 무엇일지를 항상 고민하고 생각해야합니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는 현재의 내 상황을 가늠할 수 없습니다. 내가 이 일을 왜 하고자 하는지, 이 조직에서 달성하려고 하는 개인의 비전이 무엇인지를 자주 상기시켜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환경의 힘에 휘둘리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구성원들이 함께 미래를 바라보며 협력할 수 있는 태도의 문화를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책임감과 결단력을 가져야 합니다.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잃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악마가 되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정신으로 정신병원 들어가기’의 정신진단 타당성에 대한 실험에서는 정신병 환자라는 낙인이 찍힌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을 비정상인 것으로 간주하는 사회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나온‘진짜환자’들의 대다수를‘가짜환자’로 오인했다는 것을 살펴보면 현실은 정신병원 환자 중 정신병원에 가둬두지 않아도 충분히 사회생활이 가능한 정도의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정신병을 감정하는 데 있어서 과연 절대적인 기준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 현재 정신병원에 억울하게 감금되어있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닐 텐데, 그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정신병원에 감금하기 전에 확실한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수의 기준과 다르면 무조건 정신병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소수의 기준을 정신병으로 낙인찍는 행위를 정신병원은 역사 속에서 꾸준히 해왔을 것입니다. 즉, 타인의 가치관을 어디까지 정상으로 규범 할 것인가의 문제일 텐데, 정신병이라는 진단의 경계가 모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간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정신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실상 어떤지는 모르는 채로 꼬리표를 붙여대기에 그들은 스스로를 그런 존재로 만들 수밖에 없는 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반대로 정신병자가 바라보는 세상에선 정신병자 외에 다른 사람들이 다 미치광이로 보일지도 모를 것입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오히려 멀쩡한 사람에게 정신병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정신병을 앓게 된 것이 아닐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결국,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든 것은 상당수가 사람들의 편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 끝에 나는 과연 편견 때문에 누군가에게 괴로움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볼 수 있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식은 저마다 제각각일 것입니다. 자신이 기준이 되어서 세상의 어떤 면들은 확대 축소되고, 때로는 뒤틀린 채로 남을 것입니다. 그동안 나는 내가 보고자 하는 대로만 보면서 눈에 보이고 느끼는 것만을 마치 전부인 양 믿는 바보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다가가서 직면하고 온몸으로 부딪쳐 진실로 보고자 하는 자세를 목표로 삼으며 나 자신을 반성해 보았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나의 편견과 마주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스키너는 미국의 행동주의 심리학자로 자신만의 상자라는 새로운 장치를 고안하여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풀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주무르는 대로 인간을 만들고 싶다는 스키너의 바람은 결국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누군가를 어떤 힘으로 조종한다고 해서 인간의 행동을 하나하나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저의 마음속에도 알 수 없는 빛깔의 심리 상자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 상자에는 어떤 비밀이 존재하고 있는지 스키너와 함께 한번 살펴보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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