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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다 히토미 11세, 댄스 때때로 탐정 ㅣ 마이다 히토미 시리즈 1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우타노 쇼고의 작품은 처음 접했다. 책을 소개하는 글을 보니, 마침 내가 읽은 『마이다 히토미 11세, 댄스 때때로 탐정』이 포함된 <마이다 히토미 시리즈>는 작가의 여타 작품들과는 달리 발랄한 분위기라고 한다. 소설을 읽어보니 발랄한 분위기인 것은 맞다. 하지만, 발생한 사건들은 결코 발랄하지 않다. 사채업자 할머니가 살해된 후 시신이 불에 타 버린 사건. 중학생 남자아이가 비오는 밤 친구 집 앞 전신주에 매달려 죽은 사건. 존경받는 시의원이 한 밤에 살해 된 사건. 대학생 유괴사건. 시의원 후보자의 독살 사건. 해외에서 유학 온 농대 대학원생의 시신. 이처럼 책이 다루고 있는 6편의 단편 가운데 한 편을 제외하곤 여지없이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런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음에도 발랄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음이 작가의 능력이라고 해야 할까? 우타노 쇼고란 작가를 새롭게 알게 됨이 기쁘다. 수많은 작가들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추리소설계가 부럽기도 하고. 아무튼 책은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단편은 주인공들이 동일한 연작소설이자, 각각의 사건들은 별개의 사건이면서도 묘하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연관되어 있다.
책 제목을 접하며, 대부분의 독자들이 그랬겠지만, 나 역시 11세 소녀인 마이다 히토미가 탐정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아니다. 탐정 역할은 다름 아닌 마이다 히토미의 삼촌인 마이다 토시미다. 34살의 경찰관으로 하마쿠라시 중앙경찰서 소속 형사인 토시미는 각 사건들을 해결해내는 명수사관이다. 그런데, 토시미가 사건을 해결해내는데, 조카인 히토미와 히토미의 아빠이자 토시미의 형인 마사카즈가 묘하게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다. 이들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사건해결에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그들이 무의식 가운데 내뱉은 말이나 행동, 문제제기 등이 형사인 토시미에게 영감을 주고, 사건 해결의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대체로 히토미가 학교나 학원에서 가져오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나 이야기들이 엄청난 살인사건의 결정적 단서가 되곤 한다. 이런 우연성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히토미가 물어오는(?) 에피소드들이 과연 어떤 식으로 사건과 연결될까 싶어, 아무런 연관성이 없고 영양가 없는 잡다한 에피소드가 과연 얼마나 결정적 단서가 될지 추측하며 궁금하게 만든다.
처음엔 이게 뭐지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는데, 단편들을 읽어가는 가운데 묘하게도 소설 속에 빠져든다. 그러다가 독특한 분위기의 본격추리소설의 맛에 푹 빠져들어 빠져나오기 어려울 만큼. 아무래도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홀아비 교수이자 딸을 양육하는 충실한 가정주부 역할인 형 마사카즈. 그리고 사건에 쫓기면서도 조카와 게임 삼매경에 빠져들고, 형과 맥주 한 잔을 마시기를 즐기는 노총각 경찰관(지금으로 본다면 34살이면 노총각이라 말하기엔 뭣하지만 말이다.). 이 둘이 맥주잔을 기울이며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사건 해결의 단서들을 찾아내는 묘한 분위기의 본격추리소설, 『마이다 히토미 11세, 댄스 때때로 탐정』, 이제 그 2권인 『마이다 히토미 14세, 방과 후 때때로 탐정』에서는 히토미가 탐정 역할도 해낸다니 2권 역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