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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드 수국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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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에 충실한 깔끔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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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사냥꾼 - 이적의 몽상적 이야기
이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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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이적(李笛)”이라는 대중음악가가 자신의 홈페이지인 <夢想笛-liijuck.com>에 올려왔던 글을 모아서 엮은 책이다.


이 책을 처음 대하면서 느꼈던 것은 다소 걱정스러운 마음이었다. 이적은 탁월한 대중음악가 이지만, 탁월한 대중음악가가 동시에 훌륭한 글쟁이가 되는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가 선택한 장르가 환타지 문학이라는 장르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환타지 문학은 기존 세대의 무협지의 역할을 대체하는 장르로 성장해 왔다.

‘주인공은 십대 미소년이고 우연히 드래건이나 마족을 만나서 엄청난 힘을 갖는다.’라는 설정은 ‘십대 후반 또는 이십대 초반의 미소년이 기연을 만나서 엄청난 내공을 갖는다.’는 설정과 다를 것이 없고, 지금까지의 우리나라의 환타지 문학이 이와 유사한 형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적의 “지문 사냥꾼”은 이런 우려를 말끔히 날려주었다.

환타지 문학, 다시 말하면 환상 문학이라는 문학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얼마나 창의적이고 신선한 상상력을 독자에게 전달하는가 하는 것이다. 읽다보면 어디서 한번쯤 읽었던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글은 환상 문학으로서의 생명력을 잃은 난잡한 서술일 뿐이다.

이러한 생명력을 잃지 않은 책이 “지문 사냥꾼” 이다. 이 책에 써 있는 글들은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글들이다. 그가 사용하는 소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 소재에서 익숙한 형상만을 보고 있을 때 그는 그 뒤에 숨어있는 다른 모습을 보고 있다. 젖은 양말을 보면서 거기에 숨어 있는 외계의 영을 생각하며, 지하철에 놓여있는 주인 잃은 우산을 보면서 수천만 개의 우산들이 날아오르는 잃어버린 우산들의 도시를 생각한다. 이쯤 되면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하고 묻고 싶지만 이적은 자신의 꿈과 상상력을 노래와 글로 전달하는 사람이다. 일상에서는 허락되지 않는 것도 그에게서는 바람직한 개성으로 볼 수 있다.


이 책에는 서문이나 추천 글이 없다. 전주 같은 이야기로 바로 시작된다. 전주를 마치고 목차가 나오고, 그리고 한달음에 열두 편의 이야기를 마친 뒤에 소설가 김영하의 소개 글이 있고 마지막으로 후주로 마친다. 책을 읽는 것이 아니고 콘서트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적이 책을 통해서 전하고 싶었던 것도 그것일 것이다. 정형화된 책을 읽는 것이 아니고 콘서트 장에서 나와 교감을 나누는 것 같이 이 책을 접해 달라고. 그가 펼치는 열두 편의 이야기도 정형화 되어 있지 않다. 어떤 것은 길고 어떤 것은 짧다. 이 책의 형식은 그야말로 자유로움 그 자체이다. 그리고 그 자유로움의 틀 안에 담아내는 이야기는 풍부한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소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것이다. 지하철에 놓여있는 우산, 밤에 어두운 골목길을 걷다 보면 듣게 되는 고양이의 울음소리, 극장에 가면 항상 내 앞에 앉아 있는 거대한 머리등은 항상 우리 주변에서 보고 접하게 되는 것들이다. 이적은 이러한 것들을 자신의 풍부한 상상력과 하나로 묶어서 읽음직한 열두 편의 이야기로 만들어내었다. 그래서 양장으로 되어 있는 이백여 쪽의 책은 읽기에 전혀 부담스럽지가 않다. 책의 중간 중간에 들어가 있는 인상적인 일러스트들도 읽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 책의 아기자기한 구성과 함께 특이한 종이의 질감도 감칠맛을 더해 준다. 이러한 것들이 하나로 어울러 한 권의 작품이라는 느낌을 주게 된다. 이적이라는 종합 대중 예술인의 분위기에 잘 맞춘 구성이라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떠올리게 되는 책이 하나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가 그것이다. 이 책의 느낌은 아무래도 나무의 그것을 많이 닮아 있다. 이적이 음악에는 프로이겠지만 글쓰기에는 아마추어인 만큼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많이 참고하지 않았는가 하는 느낌이다. 이 부분은 이 책의 단점이다. 그러나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걸출한 작가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책을 만들었다는 부분만으로도 그에게 점수를 더 주고 싶다. 그만큼 상상력이 풍부했다는 뜻일 것이다.

이 책은 기존의 정형화 되어 가던 우리나라 환타지 문학에 새로운 형식을 불어 넣어 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 환타지 문학의 초창기에는 이영도나 이우혁 같은 주목할 만한 작가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환타지는 글쓰기가 쉽다고 생각한 많은 중고생들에 의해 환타지 문학은 중고생들의 연습장이 되어버렸다. 그중에 주목을 받는 글들이 있어서 출판까지 이어졌지만 대부분 가볍고 천편일률적인 비디오 게임 같은 글들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여기에 이적은 우리나라 환타지 문학 장르에 대해 새로운 발전 방향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에 대해 독자들은 “베스트셀러”라는 호응을 보여주었다. 인터넷에서 발전하게 된 우리나라의 환타지 문학 장르의 특성상, 독자가 돈을 주고 책을 산다는 것은 그 책에 대한 독자의 지지와 신뢰를 보여 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은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즐겁고, 특히 “자백”같은 글은 통쾌함까지 느끼게 해 준다. 책읽기에 자신 있는 사람이나 평소에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나 누구든지 부담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생각된다.

이적은 이제 “지문 사냥꾼”으로 음악가에서 음악과 문학을 아우르는 종합 예술인으로서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 글이 한번의 유희가 아니고 다음의 좋은 글로 이어진다면 그의 문학적인 능력도 높게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한번의 외도로 끝나지 않고 다음의 좋은 글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아직은 그의 글에서 그의 가치관이나 인생관이 충분히 읽혀지지 않는다. 단지 그의 개성과 자유로운 사상이 얼핏 비쳐질 것이다. 단발의 가벼운 글로 끝나지 않고 깊이 있는 글을 계속 이어주기를 바란다.

이적이 그렇게 훌륭한 작가로 성장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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