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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희란국 연가 (외전증보판) (총2권/완결)
김수지 지음 / FEEL(필) / 2019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이지만 요물 취급을 당했던 '소루'와 지극히 인간다웠던 '자현', 인간이 되고자 했던 요괴 '야토'. <희란국연가>는 요괴보다 더 요괴 같은, 인간의 내재된 이기심과 폭력성을 담은 글이다. 김수지 님의 필력 덕분에 역시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기도 했고.
인간과 요괴의 세상, 그 어디에도 자리가 없는 소루.
인간으로 잘못 태어난 천인, 소루 공주. 그녀는 출생부터 천륜을 거스른, 누구에게도 축복받지 못한 시작이었다. 오랜 시간 세상과 격리된 채, 자신을 탐하는 요괴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견뎠던 소루. 이후 드디어 '빛'을 따라 인간 세상에 나왔건만, 여전히 그녀를 수단으로 여기는 그들에게 철저히 이용을 당했을 뿐. 인간과 요괴, 어느 세상에도 오롯이 속할 수 없는 처지의 소루가 가여웠다.
인간의 솔직한 욕망을 표현한, 뒤늦은 후회남 자현.
반면 자현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타입이었지만, 인간다운 본연의 욕망을 가진 솔직한 남자였다. 그의 주변 역시 권력이나 재물을 탐하는 인간으로 가득하기도 했고. 전리품을 연정으로 착각할 만큼 사랑에 무딘 자현이, 소루에 대한 자신의 이상한 태도를 간과했던 건 당연한 일이었을 듯. 뒤늦게서야 마음을 깨닫지만, 후회한다고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은 이미 흘러버렸다.
단지 사랑을 알고 싶은 요괴, 내 마음 속 남주 야토.
극 중반에서야 존재감을 드러낸 야토는, 사연을 알아갈수록 마음이 아릿해지는 인물이었다. 괴상하고 비루한 몰골의 요괴에게 손을 내민 유일한 존재, 소루에게 집착한 야토. 그녀와 비슷한 외로움을 공유하는 그였기에, 세상에서 누구보다 소루를 아껴줄 수 있는 존재였다. 비록 인간으로서 그토록 원했던 사랑을 배울 순 없었지만, 야토를 야토답게 바라보는 소루가 있어 다행이었다.
<희란국연가>은 누구를 남주로 보는 지에 따라 해피와 새드로 갈릴 만한 결말이었다. 개인적으로 자현보다는 야토가, 소루를 위해 더 적합한 상대였다는 생각. 안타깝게도 소루는, 깜깜한 그녀의 세상에서 유일한 '빛'인 자현을 마음에 담은 듯 했지만. 더 이상 소루도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지 않고, 웃으며 살아가길 바라게 되는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