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리는 단식
장두석 지음 / 정신세계사 / 1993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람을 살리는 단식

2008 09 06

“내가 왜 이 책을 샀을까?”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생각이었다. 생각이 좀 복잡했다.

소싯적에 가졌던 단식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내게 이 책을 사게 한 동기였었다. 신입 사원 시절에 “생활 단식”을 하는 동료가 있었는데, 직장을 다니면서 하는 단식이라는 얘기를 들었었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동료의 얘기가 잊혀지지를 않은 것이 이 책을 손에 넣게 된 이유였다. 바쁘기도 했고, 뭐 대단한 것도 아닌 것 같아 나도 언젠가 한 번 해보야지 하던 것이 벌써 수십 년이 지난 것이다. 용기를  내어 샀다. 특별히 내가 어디가 아프다거나, 치료를 해야 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활 속에 단식을 하여 건강한 중년 이후를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었던 것. 새삼 그 동료를 만날 수도 없고, 자세하게 물어서 알아봐 둔 바도 없어서, 생각하다가 책방에 가서보고, 마음에 들어서 샀던 책이다. 여러 가지의 단식에 대한 책이 있지만, 비교 검토해보니 출판사도 그 쪽에 많은 책을 내기도 했던 것을 알고는 있었고 내용도 가장 충실해 보여서 골랐다.

생각대로 책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서론 본론 결론이 잘 정리된 것이다. 처음에 건강에 대한 저자 나름의 정의와 단식의 각국별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신체 구조에 대하여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른 단식에 연관된 의학적 소신을 피력하였고, 단식이 왜 필요한 지를 자연계의 동물과 연관하여 예를 들어가면서 알기 쉽게 설명하였다. (이건 다소 무리가 있으니,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이 드는 것만은 아니고 부분적으로는 동의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 예를 들면 아플 때 식욕이 없어지는 데 이것이 단식을 하라는 신체의 말없는 표시라는 대목인데, 어디가 어떻게 아프냐에 따라 단식이 필요할 때가 있고 오히려 더 잘 섭생을 잘 해야 좋을 것 아니냐는 것이 내 생각이다)

본론에서는 단식하는 방법을 아주 상세히 표와 그림으로 설명하였다. 단식의 개요와 단식 전의 50가지 주의 사항, 단식 중의 50 가지 주의 사항, 단식 후의 50 가지 주의 사항 등이 그것이다. 또 단식 보조 요법으로 6가지 보조 운동 (평상, 경침, 붕어 운동, 모관 운동, 합장 합척 운동, 등배 운동), 풍욕, 냉온욕, 뒤통수 냉각법, 생식법 등을 소개하여 단식을 도와주는 방법을 일러주고 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이 단식을 하야야 하나를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결론에는, 실제 단식을 하여 병을 이겨낸 사람들이 쓴 수기도 있고, 그 수기와 관련한 단식의학적(?) 소견도 붙여 놓았다. 척추근종암, 유방암, 고혈압, 만성기관지 천식, 갑상선암, 당뇨, 심장병, 자궁종양, 후두암, 간경화, 간질 등 많은 고질병에도 효험이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책에 있으니 맞겠지 하는 생각은 드나 정말 믿기는 어려운 노릇이었다. 그런데, 믿으면서 하면 병이 나을 것 같고 안 믿고 건성으로 하면 안 나을 것도 같다. 실패담도 물론 있다. 그로 인해 맘 아파하는 장면에는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한편, 자연계에 순응하는 삶과 거스르며 사는 삶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도 생각게 하기도 한다. 끝에 “발문: 장두석을 생각한다”는 사족이라고 생각이 들면서 차라리 빼는 것이 낫지 않겠나 싶다. 너무 내용이 없는 것 같다.

나의 결론:

두서없이 글을 쓰면서도 과연 써야하나 싶지만, 단식에 관심을 둔 독자들에게 나같은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하고 싶어 이 글을 쓴다. 한 마디로 단식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너무 쉽게 생각하고 접근해서 그런지, 책을 보니 나로서는 도저해 단식을 결행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150가지나 되는 “꼭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킬 자신이 생기질 않는다. 써 있기를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실패하게 되고, 실패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엄포(?)를 질러 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한 번이라도 하려면 잘 하란 뜻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또 그대로 잘 지켜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겠지만, 아예 시작조차 못하게 하고 있다는 기분이었다. 단식은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단식원에 가서나 할 수 있는 것으로 몰고 있다는 기분도 들었다. 여기서의 단식은 건강 생활이 목적이 아니고, 치료가 목적인 듯 겁을 준다는 느낌이다. 단식이 만병치료 요법인가? 건강 생활을 위하여서는 소식을 하여야 한다는 얘기는 마음에 닿는다. 옛 어른들 말씀도 위에 7부 되게 밥을 먹으란 얘기를 많이 듣긴 했었다. 군데군데 부담 없이 단식 생활을 하라는 얘기는 있지만, 꼭 지켜야만 할 것들과  그냥 지키면 더 좋을 것들을 구별해야 독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생활 단식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소개하거나 가르쳐주었으면 어떨까 싶은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내가 책을 잘 못 읽은 탓일까?
그래도, 단식을 한 번 해보고 싶다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어떤 책보다도 이 책을 읽고 어떤 결론이든지 내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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