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공간 모리스 블랑쇼 선집 2
모리스 블랑쇼 지음, 이달승 옮김 / 그린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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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힐 수 없는 공동체>는 장-뤽 낭시의 <무위의 공동체>에 대한 모리스 블랑쇼의 응답이자,내가 처음 읽었던 브랑쇼의 글이다. ​역시나 모호하고 어려웠지만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 <죽음에 이르는 병>을 예로 든 ‘연인들의 공동체’와 같은 글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당시 나의 관심사는 바타유, 뒤라스, 양혜규였다.) 나는 이 베일에 싸인 작가의 또 다른 글을 읽어보고 싶었으나 좀처럼 국내에 소개된 자료를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놀랍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블랑쇼의 선집이, 그것도 아주 방대한 분량으로 출판되었다. 블랑쇼의 선집은 ‘문학’과 ‘글쓰기’에 관한 저서들이라 나의 관심사를 모두 담고 있다. 그 중에서 목차를 보고 <문학의 공간>, <도래할 책>, <카오스의 글쓰기>만을 우선 구입했다.


카프카의 영향으로 요즘 <문학의 공간>을 아주 천천히 읽고 있다. 블랑쇼는 문학의 본질을, 글쓰기의 본질을 이야기하기 위해 끊임없이 카프카를 추적하고 질문하고 마주한다. 절망에서시작된 글쓰기가 비범한 문학작품이 되기 까지 생각해 보았다. 말할 수 없이 고독하고 고통스러운 과정. 현실과의 혹독한 싸움. 부정하고 싶은 자아와의 싸움. 또 다른 세계, 타인들과의 충돌. 그러나 이 모든 어려움을 짊어지고 가야만 하는 숙명적인 ‘쓰기’의 시간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그 이상으로 문학에 대한 커다란 열망을 지녔던 카프카는 왜 이토록 오랫동안 ‘바깥’에서 서성였을까. 카프카는 문학 안에서 많은 것을 시도했으나 정작 본인은 후회와 번민으로 괴로워했다. 하지만 그가 걱정하던 모든 것들이 순탄했더라면 과연 이토록 귀한 작품들이 탄생했을까? 나는 오히려 절망이 카프카를 완성했다고 본다. 그리고 그 절망으로 시작된 글쓰기 덕분에 누군가는 희망을 얻을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고 <카프카에서 카프카로>까지 언제 다 읽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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