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잘쓰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의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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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써야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면 머리에 온통 논문 생각만 있는데 어떻게 이런 책까지 읽냐고 한 마디 할 지 모르겠지만, 가끔씩은 이런 책이 도움이 된다. 게다가 움베르토 에코의 조언이다.

'6개월에서 3년 이내에 완성되지 않으면 그것은 논문이 아니다'라는 에코의 말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온 에너지를 소진하며 하고 있는 것이 결국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버릴까봐, 그 허무함을 방지하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했었다. 그때는 끝이 안 보였기에 어떻게 3년 안에 논문 쓰는 것이 가능한지 궁금했다. 당연히 그런 방법을 에코가 알려 줄 리 없지만.

그러니까 이 책은 논문을 쓰기 위한 실용적인 테크닉보다는 논문을 쓰는 의미에 좀 더 중점을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논문을 위한 준비단계, 자료찾기, 작성법 등이 소개되고(그러나 우리나라 실정에 안 맞는 것들도 많다), 막 논문을 쓰기 시작할 때의 그 막연함을 이겨내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재미있다. 공감하면서 웃게 되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다. 논문을 쓰다 보면 정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생긴다. 그 에피소드들로 또 하나의 논문을 쓸 수 있을 만큼. 에코는 자신에게 오는 이메일을 예를 들었다. 어떤 주제로 쓰면 좋을지, 주제를 정해달라거나 참고문헌을 알려달라는 어이없는 이메일 등등. 또 다른 예는 자료찾기의 절박함이다. 대출이 안되는 희귀도서가 안에 내용물 없이 하드커버만 남겨진 채 서가에 꽂혀 있는 것을 대학 도서관에서 많이 발견했다고.

논문쓰는 일로 지쳐 있을 때 일종의 기분전환으로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모두 논문을 잘 쓰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논문을 열심히 쓰고 싶게끔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은 사실이다. 지적 호기심이 의지한 채 하나의 주제에 대해 글로 정리해 나간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 과정을 즐겨야한다. 스스로의 능력과 한계를 깨닫게 되겠지만 여하튼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광활한 우주안에서 띠끌만한 지식을 얻고자 하는 그 의지가 스스로를 보다 나은 길로 인도해 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에코는 유머를 잃지 않은 사람이다. 그가 이토록 방대한 분야를 쉼 없이 논할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즐겁게' 연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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