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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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 없이 갔던 브루클린 미술관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하루 종일 머물렀던 기억이 난다. 새로운 작품을 둘러보다가 방대한 컬렉션에 놀라고, 미처 몰랐던 19-20세기 미국 화가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미국의 역사가 궁금하거나 미국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이 미술관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달빛을 소재로 낭만적이고 신비한 그림을 그렸다는 미국의 화가, 랄프 알프레드 블레이크록.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을 읽다가 처음 그를 알게 되었는데 내가 만약 이 책을 일찍 읽었더라면 브루클린 미술관에 갔을 때 <Moonlight>라는 그림을 가장 먼저 찾아보았을 것이다. 에핑이 포그에게 지하철을 탄 후 눈을 감고 있다가 천천히 보고 오라고 했던 그림. 제목도 '달'의 궁전이고 작품 안에서 달이 상징하는 바가 많기 때문에 나는 폴 오스터가 소설의 필요에 의해 지어낸 가상의 작품일 거라 생각했는데 브루클린 미술관의 소장품이었다니. 아쉽지만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지.


<달의 궁전>은 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진진하다. 주인공 포그가 어머니와 외삼촌을 잃고 빈털터리 신세가 되어 험난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때를 묘사한 초반의 에피소드들이 가장 재미있다. 굉장히 힘든 상황인데 작가의 유쾌한 묘사때문에 웃으면서 읽게 되는 아이러니.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가 조금 억지스럽고 황당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끝까지 '소설'답게 이어나가는 힘도 모두 소설가의 능력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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