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 플라스틱 먹는 애벌레부터 별을 사랑한 쇠똥구리 까지 우리가 몰랐던 곤충의 모든 것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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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곤충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싫어한다기보다 무서워한다. 곤충만 보면 유난스러워지는 탓에 주변사람에게 미안할 정도다. 하지만, 나는 내가 곤충을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누군가는 새를 무서워하고 또 누군가는 개를 무서워하듯 사람이라면 하나쯤 갖고 있을 공포의 일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곤충공포증을 고쳐야 겠다는 계기가 생겼다. 코타키나발루에 놀러가서 반딧불이 투어를 할 때였다. 모두들 반딧불이의 은은한 불빛, 별이 쏟아지는 것처럼 총총총 다가오는 불빛에 넋을 읽고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낭만에 취할 틈 없이 연신 손을 휘저었고, 행여 내 곁에라도 올 새라 요리조리 피하느라 진땀을 뺐다. 반딧불이는 낭만이기 전에 곤충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시간을 공포 영화의 한 장면 마냥 가슴 졸였고, 제대로 만끽할 수 없었다. 그 일이 있고난 후로 이 공포증으로부터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 책을 읽게 됐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신기한 사실을 여럿 알게됐다. 덕분에 그저 징그럽고, 무섭게만 느껴졌던 곤충들이 새삼, 가깝게 느껴졌고 몇몇 곤충들은 사랑스럽게까지 느껴졌다. 물론 아직도 곤충의 날개짓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곤 하지만...이 책을 읽고 나서는 유난스러울정도로 깜짝 놀라는 감각이 무뎌질 수 있을 것 같다. 곤충은 각자의 길을 가고 있을 뿐, 나에겐 아무런 관심도 없을 테니깐-

 

책을 읽으며 정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기는 작은 것들일지라도 얼마나 열심히 제 몫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더불어 땅을 비옥하게 하며 자연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란 생각을 하니 무서움 보다는 친근함과 애잔함마저 들었다. 모든 생명체에는 다 이유가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동시에 나의 곤충 공포증도 한결 무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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