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2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30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엄인정 옮김 / 생각뿔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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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나카레니나> 2권에는, 1권에서 다루던 갈등이 점차 풀리는 양상을 보인다. 등장인물들은 각자 추구하는 방식의 삶을 선택하게 된다. 그들은 마치 억압된 리비도를 푸는 것 같이 보였다.

오블론스키와 둘리, 레빈과 키티, 안나와 브론스키 커플은 모두 순수한 사랑이라고 볼 수 있다. 적어도 본인의 삶에 있어선 말이다. 그리고 그 순수함은 등장인물의 개인적 삶의 태도에 대한 결과로 나타난다. 누군가의 순수함은 다른 누군가에게 선 혹은 악이 될 수 있다.

작가는 <안나카레니나>를 단순한 연애소설로만 풀어낸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작가의 철학과 당시 사회의 결혼에 대한 시선, 풍습, 문화, 종교가 녹아들어 있다. 모든 것이 오늘날과 같을 순 없다. 오늘날 대체적인 '선'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요소는 있어도, '사랑'에 대해선 아직도 많은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특히 개인의 삶에 주목했을 때 그러하다. 처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혹은 '사귄다'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상대방을 알아갈 때, 실연을 당할 때 등 우리는 사랑을 통해 성장한다. 성장은 또 다른 개인적 삶의 배경이 된다.

'무엇이 사랑일까?'라는 명제에 대해 '사랑은 무엇이다'라는 식의 정의를 내리기 힘든 이유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사랑은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알렉세이는 아가페적인 사랑을 택하며 안나가 추구하는 사랑과는 다른 질의 사랑을 베푼다. 불륜을 알면서도 사회적 명성에 금이 가기 싫어서 덮어두려는 것과, 그것이 사교계에 소문이 나자 이혼을 요구하는 등 진정한 '아가페'의 가치를 전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누군가를 최대한 이해하려고 했다는 점에선 아가페와 가까운 사랑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알렉세이가 나름 경건한 아가페라면 오블론스키는 열정적인 아가페다. 한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사람을 사랑해본다. 결국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과를 하지만, 본능에 충실하며 많은 이들을 육체적, 심리적으로 사랑하고 싶어하는 호르몬에 충실한 아가페라고 생각한다.

둘리는 한 사람에 있어서 진득한 사랑을 보여준다. 처음에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결국 그 사람 자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금이 간 사랑을 한땀 한땀 꿰맨다. 맹목적인 사랑, 지고지순한 사랑이다.

레빈과 키티는 삶에 대한 성찰을 함으로써 자신이 사랑하는 것과 자신을 사랑하는 것, 앞으로 사랑해야 할 것을 깊게 탐구한다. 이후 나름 완성되고 안정된 사랑의 형태를 갖출 수 있게 된다. 둘의 공통점은 실연을 통한 성장이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실연은 자아를 돌아보게 만드는 하나의 사건이 되었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은 열정적인 사랑이다. 마치 경주마같이 옆을 가리고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랑이다.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물불 가리지 않는 사랑을 한다. 그렇게 앞으로만 달리다보니 진정 본인이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정의하지 못한 채 사랑을 진행하게 된다.




모든 등장인물의 사랑을 존중한다. 그들의 배경을 보면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남들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해도, 이해를 하지 못하더라도, 각자의 삶에 있어서 우선순위가 정해진 배경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이 옳은 사랑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통해 무엇이 바르지 못한 사랑인 것은 알 수 있다. 그것은 본인을 속이는 것이다. 본인 삶에 대한 성찰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사랑은 상처를 남기기 마련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보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이 책을 읽었던 사람으로써 더 나은 사랑을 위해 노력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랑은 나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면 타인도 이해하고 사랑하기 쉬울 것이다.


우리는 가끔 '순수함'을 '선함'이라고 착각한다. 그렇다고 순수함은 '악'이 아니다. 순수 역시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표출되는 성향이 달라지게 된다.

순수할 순 있어도 후회하지 않을 사랑을 하리라, 다짐을 하며 <안나 카레니나> 3권을 기대한다. 각 커플들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 지 궁금하다. 그래도 2권까지 읽으면서, 작가가 1권 첫 구절에서 얘기한 '불행한 가정이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한 것'이 무엇인지, 그 답을 어느 정도는 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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