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악한 전쟁 - 아프가니스탄, 미국 그리고 국제 테러리즘
존 K. 쿨리 지음, 소병일 옮김 / 이지북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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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쿨리라는 미국 저널리스트(영국이던가?)가 쓴 '추악한 전쟁'이란 책을 방금 읽었다. 원제는 UNHOLY WARS. 즉 성전을 뒤집어 제목으로 삼았다. 결코 재미있거나, 흥미진진하거나 분노로 손을 불끈 쥐게 하거나 하진 않지만, 전국민 필독도서 아니 지금 전세계 필독도서가 있다면 바로 이책이 될거다.

아프간에서 벌어진 냉전시대의 괴물이 어떻게 추악한 테러리즘을 낳게 되었는지 지루하고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이책을 읽다보면 정말 얽히고 설킨 분노와 폭력의 악순환이란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지나온 20세기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폭력과 비이성의 시대였는지, 특히 미국 그리고 소련이 만들어낸 냉전이 얼마나 냄새나는 추악한 전쟁이었는지 알수 있다.

탈레반과 오사마 빈 라덴, 지금 마치 악의 화신인양 표현되는 그들의 아버지가 사실은 프랑스의 첩보단체, 영국의 무기시장과 용병시장, 잇속챙기기 바쁜 파키스탄의 독재자, 이란의 어리석은 민족종교주의, 멍청한 소련의 냉전사고와 전술, 극악한 이스라엘의 폭력,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 CIA내부의 폭력 극우주의자들이란 사실을 이책은 시시콜콜한 자료와 (정황)증거로 잘 보여주고 있다.

비극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1979년 소련은 점증해가는 아랍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아프간을 무력으로 점령한다. 이에 미국은 자신들의 베트남의 실패를 반복하고 있는 소련에 대해 쾌재를 부르며 자신들은 파키스탄을 통한 대리전(은밀한 무기 공급과 심리전)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무기들이 통제없이 뿌려지고, 아프간은 마약과 폭력의 끊임없는 나락으로 빠진다. 비단 미국뿐 아니라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던 영국, 프랑스, 이란, 파키스탄, 이집트등등의 나라들이 잇속을 챙기기 위해 이런저런 폭력을 조장하게 되고, 수많은 더러운 눈먼 돈과 무기들이 이땅에 뿌려진다.

소련은 마침내 나락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프간을 버린다....남는것은?

미국 CIA 교본에서 배운 가장 잔인한 살인기술과 가장 위협적인 폭발기술, 프랑스 첩보대로 부터 배운 더러운 심리전, 소련병사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장된 마약거래망, 전쟁용병을 모집하기 위해 조장되고 왜곡된 이슬람주의, 검은돈이 오고가는 금융망 그리고 무엇보다 남겨진 수많은 무기들....

아프간이 겪은 그리고 겪고 있는 정말로 추악한 역사가 보여주는 것은 탈레반과 빈 라덴이 나쁜놈들인가 아닌가, 혹은 미국의 공습은 필요악인가 아닌가하는 단순한 구분으로 현재 상황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좀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아프간과 이슬람 테러리즘은 1,2년 동안 생긴 문제가 아니다. 빈라덴으로 추측되는 쌍둥이 빌딩 피습은 극악한 테러임에 틀림없지만 결코 미국이 주장하는 복수의 '성전'을 정당화해주지 않음을 이책은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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