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스테판 뮬홀 지음, 김해성 외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한울에서 번역되어 나온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는 1970년 후반 부터 시작되는 권리 중심 자유주의자들과 공동체주의자들의 논쟁을 공동체주의를 소개하며 상세히 기록한 책이다. 권리 중심 자유주의자들의 대표자라 할 수 있는 롤즈의 정의론에 제시된 원초적 입장을 제시하고 이를 비판하며 등장한 네명의 공동체주의자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원래 제 1 판에서는 샌달, 매킨타이어, 테일러, 왈쩌라는 네명의 공동체주의자와 이들간의 논쟁을 보다 폭넓게 이해시키고자 라즈와 로티를 소개하였으나 2판에 권리중심 자유주의자인 드워킨이 추가되었고 이 제 2 판이 번역되어 나온 것이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인듯 싶다.

원저의 제목은 자유주의자와 공동체주의자들로써 이 책이 인물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소개된 책임을 밝히고 있다. 이 책에 제시된 내용들이 롤즈를 중심으로 빚어지는 두 입장 간의 논쟁을 심도깊게 다루고 있는 까닭에 롤즈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으면 자칫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의 서론에서 논쟁거리가 되는 롤스의 원초적 입장에 대해 상세히 소개되고 있으므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잘 읽고 넘어간다면 뒤의 논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들 간에 빚어지는 논쟁은 크게 세 가지 논점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가 자아관으로 사회에 무관심한 자아와 사회적 자아의 대립이 나타난다. 둘째는 사회 운영원리의 보편주의와 공동체의 상대성이며 세번째가 가치에 대한 국가 중립과 국가 판단의 문제가 핵심이 된다.

앞쪽에 언급한 사회에 무관심한 자아와 보편적 사회운영 원리, 가치에 대한 국가 중립은 원초적 입장과 이에서 파생되는 롤스의 입장이며 사회적 자아와 공동체의 상대성, 가치에 대한 국가 판단의 문제가 공동체주의의 입장이다.

내용을 개괄적으로 이해해 본다면 롤스가 공정한 사회재화와 가치의 분배의 원칙을 설정하기 위해 설정한 원초적 입장의 자아들이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정보에 대해 무관심하게 나타나는 데 이는 정보를 알고 있을 경우 공정한 합의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롤스의 원초적 입장에서 설정되는 정의의 두 원칙은 모든 사회에 적용될 수 있는 공통적인 것이다. 한편 롤스는 개인이 소유하는 가치에 대해서는 주관적인 입장을 취하며 공동체의 가치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가치를 소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가치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반대한다.

반면 공동체주의는 어떤 자아들이 결코 사회와 격리될 수 없기에 모든 자아는 사회적 자아이며 각각의 공동체는 고유의 문화와 배경을 가지고 있기에 정의의 두 원칙의 보편성은 특정 사회에서는 적용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나아가 개인들이 보다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해선 국가가 나서서 무엇인 좋은 삶인지를 판단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는 이 세 가지 논점을 잘 얽어내 논리적으로 이들 간의 상호 관계를 잘 설명해주고 있는 대표적인 서적이다. 입문서로는 다소 어렵고 무거운 느낌이 있지만 이들간의 논쟁을 정리한 서적으로는 아직 이만한 책이 없는 실정이다. 이들간의 논쟁은 현대 자유주의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사안중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이 번역서는 학문적으로나 대중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역자들이 전문적으로 정치철학을 연구한 학자가 아닌 탓인지 번역상의 오류가 보인다는 점이다. 역자들은 asocial을 반사회적으로 번역하였는 데 이는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asocial은 사회에 무관심하다는 의미에 가깝다. 마치 apolitical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란 의미와 유사하다. 번역상의 오류로 인하여 롤스가 반사회적 자아를 주장했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을 것 같아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원저는 별 5개 감이지만 이 번역서에 별 네개를 주는 것은 이러한 오류가 독자에게 불만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몇 가지 오류를 제외한다면 이 책의 전체적인 번역은 매우 무난하게 되어 있다고 생각되며 학술적으로도 매우 큰 기여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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