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팀프러너가 되다 - 팀으로 배우고 창업하는 혁신적 교육 모델, 핀란드 티미아카테미아 이야기
티모 레토넨 지음, 김강현 외 옮김 / 착한책가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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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좀 싱거운 얘기지만, 이 책을 보는 순간, 가장 먼저 내 머리를 스친 건 ? 펭귄이 이렇게 생겼던가?’였다. 게다가 영어가 아닌 외국어 단어들은 교육 선진국 핀란드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만큼이나 멀게만 느껴졌다.

EBS연습생 펭수에게 너무 익숙해져 있었고(펭수의 팬클럽인 펭클럽인 건 안 비밀), 영어발음을 표기한 우리말 단어(세종대왕님 만세)들에만 뇌가 빠르게(그나마) 반응했다. 그래서 그런지 책장이 쉬이 넘어가지 않았다.

설상가상, 한국어판 서문의 티미 아카데미아는 완전히 다른 학교입니다. 학습이 일어나는 독특한 장소로, 사실 우리는 학교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라는 문장에 알 수 없는 흥분을 살짝 느꼈던 것도 잠시, 주인공 가 티미 아카데미아에 대한 많은 것들이 이해되지 않아 혼란스러워 하는 지점에선 급성 이석증까지 찾아와 침대에 계속 누워 있어야만 했다. 애써 독서로 마음을 달래보려 했지만, 무심코 넘긴 페이지에는 나는 도대체 무슨 일에 발을 들여놓은 걸까? 내 머릿속에서 놀이기구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런...

나는 이렇게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어느새 한 마리의 펭귄이 되어 있었다. 오래 몸담고 있던 교직생활에서 나름 열정을 다하고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위해 애써왔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시대의 큰 변화 때문에 모든 것이 초기화 되어버린 듯한 상황에 맞닥뜨리다 보니 머릿속도 마음도 복잡했다. 늘 정퇴가 꿈이라 외쳐 왔건만 복잡한 심경에 더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차츰 줄어들고 있었다.

그런데 회복과 함께 책장도 술술 넘어가 지더니, 나는 확실히, 티미 아카데미아에 속한 한 마리의 펭귄으로서 코칭을 받으며, 함께 대화하고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이 책이 왜 한국어로 번역되었는지를 포함하여 저자가 팀코치로서 만난 다양한 팀을 통해 얻은 통찰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렇다. 이 책은 몇 년 안 남은 나의 교직생활에 내 스스로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는 힘을 불어 넣어 주었다. 매 챕터를 읽어 나갈 때마다 우리 반의 스물여섯 마리 펭귄이 떠올랐고, 또 어떤 때는 의식적으로 떠올리기도 했다. 생소했던 앙트러프러너십(기업가 정신), 팀프러너(+앙트러프러너십: 팀 구성원의 시너지를 원동력으로 일을 만들어내고, 함께 성장하면서 혁신적이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등 생소했던 북유럽의 단어들이 익숙해져 가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우리 반, 내 수업반 아이들(펭귄)을 이끄는 팀코치로서 내가 놓쳤던 것은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경청과 대화가 부족했던 것은 없었는지 등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학교에서 혹은 기업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면, 특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한 개인을 변화시키기는 힘들지만, ‘을 만들어 문화를 바꾸면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평소의 지론과도 통하는 면이 많다는 것을 느낀 것은, 그래도 조금은 내가 깨어있는 사람이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육체적, 정신적 피로에 무너지지 않을 셀프리더십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용기도 함께 주었다.

 

아무도 자신들이 이끌려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팀을 이끄는 것이 그렇게 복잡할 리가 없다. 팀은 팀이다. 팀은 리더와 운영 그룹이 필요하다. 거기에 위계질서와 지배 집단이란 없다. 모두 한 배에 타고 있는 것이다.”(253-255),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함께 일하는 법’, ‘대화의 중요성’, ‘배우는 능력, 즉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진솔하게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한 번에 한 가지 스킬을 정하고 연습하기등의 내용은 학급과 수업 운영에 많은 영감과 성찰을 가져다주었다.

수십 년 전 이미 혁신 모델을 만들어 놓은 핀란드의 티미 아카데미아 사례는, 그간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촉진하고 상호 협력하며 그것을 응용해보는 체인지 메이커 활동 등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기르기 위한 한국교육의 다양한 시도와 그에 따른 급격한 변화의 파도 속에서 목적지를 잃고 표류하거나 항해를 포기하고 싶은 좌절감을 느껴본 사람들에게 또 다른 영감과 자신감, 그리고 용기를 줄 것이라 확신한다.

이제 노트를 꺼내 메모를 하면서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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