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후예 - 황순원 소설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23
황순원 지음, 김종회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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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발표된 황순원의 카인의 후예1946년 북한 평안남도 양짓골에서 실시된 토지개혁으로 인한 사람들의 변화과정과 그 속에서의 지주 아들과 마름 딸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의 제목속의 카인은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인물이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담과 하와(이브)의 큰 아들이다. 둘째 아들은 아벨이다.

농부였던 카인은 하느님에게 자신의 지은 농산물로 제물을 바치고, 양치기였던 동생 아벨은 첫 아기 양을 받쳤는데, 자신의 것은 반기지지 않고, 아벨의 것만 반기신 것에 대한 불만과 질투 때문에 결국 동생을 죽이고, 낙인 찍혀 그 땅에서 추방된다.

추방된 카인은 자신의 죄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작가는 부조리한 세상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부도덕해지고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인간들을 표현하기 위해 카인이라는 인물을 생각해 냈을 것이다.

 

그러면 이 소설에서 카인은 어떤 한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이념과 계급 대립이 격화되고 급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현실과 타협하고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모두 사람이 아닐까 한다.

지주제 사회에서 지주의 충실한 마름 역할을 했으며,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권력지형이 지주에서 공산당으로 바뀌는 상황임을 확인하고 자신의 생존과 사욕을 위해 그동안 잘 모셨던 지주를 배신하고 공산당의 마름이 되고자 몸부림치는 도섭영감.

힘없고 빈농이라서 프롤레타리아의 상징적 인물로 선정되어 농민위원장이 된 남이 아버지를 죽인 명구와 불출이. 지주의 아들과 야학을 함께 했으며, 공산사회의 민청위원장으로 변신한 박흥수

어릴 적 자신의 생명을 구해 주었던 도섭영감을 죽이려고 결심한 박 혁.

박혁을 대신해 도섭영감을 죽이려고 결심하고 결행한 박 훈.

작가는 이 모두 사람들이 카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는 항상 흔들리고 자신의 욕망에 허우적거리는 나도 카인의 후예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급변하고 권력지형이 바뀌는 시대 상황 때문에 생존하고자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하고, 생존욕망에 따라 행동을 했다고 하면 그러한 행동들이 모두 이해되고 용서되는 것일까?

일제시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보아왔던 기회주의적이고 비양심적인 행동들을 어쩔 수 없는 일로 합리화하고 묻어 두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던 것은 아닐까?

어떤 기준 극한 상황 속에서의 인간의 행동이 받아들여질 만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필요하다면 그 기준이 무엇일 될까?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웠는지... 나의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주었는지... 이러한 것도 좋은 기준이 아닐까 한다.

부조리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내는 것은 어느 시대이건 간에 어려운 일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나는 자신을 온전히 지켜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양짓골 사람들처럼 현실과 어물쩍 타협하며, 내 자신을 지키는 일은 생각지도 못하고 허우적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끝없는 허무와 싸우며 현실에 저항하는 그가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아마도 알베르 까뮈가 시지프의 신화에서 말하고 있는 부조리한 세상을 자각하고 자신의 도덕 기준을 지켜며 살아가는 도전적인 인간의 모습을 동경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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