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히 많은 밤이 뛰어올라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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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래의 글에는 책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추리물을 좋아한다.

조금 오래된 CSI 시리즈를 좋아했다.

<명탐정 코난>같은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추리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장르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곳의 범죄를 따라 해 보고 싶었다는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조차 해 보지 못했다.

모방 범죄라는 말의 무서움이

현실이 되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비 오는 저녁 마음이 무겁다.


표지가 심플하다 생각했었는데...

도서관 책이다 보니 시원하게 겉면이 없었던 거였다.


번역가의 말에 따르면 작가 후루이치 노리토시 씨는

사회학을 전공한 이력이 있는 작가였다.


표지도 심플하고 목차도 특이해서

책을 골랐는데 나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듯해 기분이 좋아졌다.

주인공 쇼타는 제법 공부를 잘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4년제 대학을 들어갔다.

1지망은 아니었지만, 순조로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기업 면접에서 자신은 계속 떨어지고

비슷한 환경이었던 친구들은 붙자

꺾이고 꺾여 어느 순간 시들해져 버리고 만다.

그러다 도시의 높은 빌딩을 닦는 사람을 보고

그 일을 해보기로 하고는 덜컥 바로 출근을 하게 된다.

창문을 닦은지 어느새 1년의 시간이 지났다.

일부러 돈을 모아서

비싼 값을 들여

이런 갑갑한 경치를

내려다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놀랍다.


얼마 전 호텔의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영화 <기생충> 속의 건축학 이야기에서

다른 사람은 나를 볼 수 없지만

나는 다른 사람을 내려다보는

쾌감이 있을 거라.는 기억이 났다.

프리 한 선배 마사키와

고급 맨션의 창문을 닦던 쇼타는

3706호의 노부인의 초대를 받게 된다.

노부인은 쇼타에게, 쇼타가 보는 세상의

모습을 좀 찍어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한다.

책을 읽으면서 쇼타의 일을 생각해 보았다.

높은 건물에서 일하니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던 차에

내 생각이 들킨 것 같아 흠칫 놀라게 되었다.

노부인은 빈말이 아니었고

장비를 사라며 돈을 주고 또 작업물을

들고 오면 돈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글을 수정한다.

난 높은 빌딩에서 바라보는 시간의 변화나

도시의 풍경을 생각했는데 도서를 찾으면서

몰카 범죄에 대해 나오는것을 보고 심각성을

깨달았다. 이 부분에서는 오해가 없기를!)


그건 분명히

나 자신이 선택한 길이다.


처음에는 거절할까 하던 쇼타는

머뭇거리다가 일을 하게 되고

이름도 모르는 노부인과 만남을

갖게 되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음을 알게 된다.

면접에 계속 떨어져 이 일을 하게 되었지만

건물 창을 닦는 일은 익숙해졌고

함께 일하는 사람과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노부인과의 시간도 점점 익숙해져서

같이 고급 진 저녁을 먹으면서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는 날이 이어졌다.

예고 없이 시작된 만남.

다음에 또 만나자는 약속이 깨졌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쇼타는 창문을 닦는 일을 그만두고

사진을 찍는 일을 새롭게 시작하게 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는 순간은

언제일까 누구나 계획했던 대로의 삶을

살지는 못한다.

나는 나대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꼭 한두 번씩 그걸 자신의 잣대로 점검하려는

사람들을 만난다.

내 쪽을 아무 생각 없이 작은 목표도 없이

사는 사람처럼 보는 사람이 있다.

짜증이 난다. 매번 자신은 나를

그렇게 위에서 내려다봐도 된다는 자세가.

쇼타는 자신의 삶에 만족했다.

크게 욕심을 내거나 조바심을 내지 않는 삶.

만약의 내일을 위해 조금은 준비하는 자세.


마사키 씨, 지구가 둥근 건

어째서인지 알아요?

- 갑자기 무슨 소리?

우리가 너무 멀리 보지

않게 하려고 그런 거래요.

-멀리까지 보고 싶으면

직접 어딘가로 갈 수밖에는

없단 얘기네.

나는 인생은 누구나 자신만의 보폭을 만들어

걸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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