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필의 미학
이태동 지음 / 문예출판사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엔 에세이로 많이 불리는 수필은 사전에서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글을 쓰는 목적이나 효용, 가치는 다양하지만 인생, 자연, 일상생활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대부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데 그 공통적인 목적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미학 즉, 아름다움에 대한 연구는 세상 모든 자연과 인간의 창작물에서 찾는 것이 가능하지만, 주로 아름다움이라는 기준으로 맞는 대상은 그림이나 음악, 건축물 등에 한정되어 있었던 것 같고, 문학 중에서 꼽으라면 시 정도 외에는 개인적으로 아름다움 혹은 미학이라는 기준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시나 소설은 전업작가들이 주로 쓰는 반면, 수필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편하게 쓰기 때문일 수도 있고, 수필은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굳이 음미하지 않으면 현실 속에서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수필에 있어서의 아름다움을, 특히 서양의 수필이 아닌 국내 작가들의 수필에 나타난 미학적인 측면을 살펴 본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를 위해 저자는 한국의 대표적인 수필가 22명을 선정하여 그들 각자의 삶과 전체적인 작품활동 그리고 대표 수필을 자세한 해설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사실 수필은 그 정의처럼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자유롭게 쓴 글이라는 점에서 그 소재나 내용 및 전개 방식 등이 작가의 삶만큼이나 다채롭기 때문에, 책에 등장하는 수필가들을 중심으로 편안하게 훑어 보면서 자신이 선호하는 성향의 작가가 있다면 그 작가와 작품에 깊게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수필이 우리의 삶과 밀착되어 있다는 점에서 글 쓸 당시의 우리네 삶을 볼 수 있는 수필들이 더 정감이 갔다. 예를 들어 김태길의 복덕방 있는 거리를 보면 요새는 많이 사용되지 않는 복덕방이라는 단어부터 아련하게 하면서 지금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그 당시의 복덕방과 주위의 풍경들을 머리로나마 그려보는 가운데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한편, ‘삼남삼녀에서는 아들을 기대하고 세 번이나 딸을 출산한 얘기를 그렸는데, 초음파 검사로 바로 성별을 확인할 수 있는 지금 시대에는 나올 수 없는 나름 진지한 성별확인 방법이 흥미롭고, 더욱 재미있는 점은 원래 산달보다 조산하는 바람에 딸이 나왔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진권의 비닐우산은 예전 비 오는 날이면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싸구려 비닐우산을 소재로 비닐우산의 가치와 의미, 그로 인해 한 번씩 경험했음직한 일들을 소소하게 표현하여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예전에는 우산 없이 비를 맞는 경우도 제법 많았고, 그럴 때 다른 사람의 우산을 같이 쓰기도 하고 우산 없는 사람을 씌워 주면서 같이 가기도 했는데, 이제는 일기예보가 정확해져서 인지 걷는 일이 많이 없어져서 인지 그만큼 정이 없어져서 인지 모르지만 예전의 아련한 추억인 것은 분명하다.

저자의 바람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수필가들과 작품들이 많이 나와서 다른 문학 장르처럼 다른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고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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