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네껜 아이들 푸른도서관 33
문영숙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아프고도 슬픈 우리 역사의 한 자락이 멕시코에도 있다!

 

이 이야기는 우리의 슬픈 역사의 한 부분으로

1905년 나라의 힘없음으로 보호받지 못한 국민들이

영국인 마이어스와 일본인 다시노 가니찌에게 속아서  멕시코로

일포드호를 타고 떠난 이민사이다   

 

책을 처음 접함에 제일 먼저 떠오른 궁금증이 ‘에네껜’이다

 

에네껜!

‘에네껜(henequen)’은

남미가 원산지인 용설란의 일종으로 잎에서는 섬유를 채취하고

꽃줄기의 수액은 풀케(pulque)라는 술을 만드는데 사용되고

에네껜에서 추출한 섬유는 선박용 로프를 만든다고 한다.

‘에네껜’은 한인들이 관련농장에서 처음으로 일자리를 얻게 되면서

멕시코 이민자들을 대변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부자가 될 수 있는 길>
 

 아메리카 남쪽의 묵서가는 미합중국과 같은 지상낙원의 부자 나라.

 물과 땅이 좋고 기후가 온난하여 장질부사 같은 역병이 없는 나라.

 금이 많이 생산되어 부자가 많은 나라.

 중국인과 왜인들이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된 꿈의 땅.

 마흔살 이하의 일할 사람을 구함.

 열다섯 살까지의 아이들은 학교에 보내줌

 
대륙선민합자회사의 매혹적인 구인광고에

백정인 덕배 아버지는 아들 덕배를 교육시켜 인간답게 살 수 있기를 바래서

조선 황족인 옥당대감은 정혼자의 죽음으로 신랑없는 시집살이를 해야하는  

딸 윤서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

감초영감네는 일하던 의원댁의 의원이 죽자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서

봉삼이는 고아로 일본 순사에게 잡혀 감옥대신 등등

각 각의 사연을 가진 1033명이  좀 더 나은 이상적인 미래를 꿈꾸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꿈을 찾아

도착한

말도 안통하는 땅에서

거짓광고에 속았음을 알았을 때 얼마나 절망했을까?

안타까움과 가슴 아픔속에  나 또한 그들과 동화되어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들앞에 기다리는 건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삶의 절규와 몸부림으로

4년의 계약기간에 묶인 노예생활

날카로운 가시를 지닌 어저귀 잎과 이른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사투를 벌여야 하는 생활

충분하지 않은 이국의 음식에 주린 배를 움켜 잡고 

작업 감독관의 채찍이 날아 올까 불안해 하는 생활이었다.

모진 삶의 처음은 신분의 차이때문에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서로 이해하며 함께 그 시련을 견디고 인내한다.

하지만 무지막지한 감독관에게 농락당하고 죽음을 택하는 소녀 윤서와

계약 기간을 무사히 마치고 조국으로 돌아 갈 새로운 희망을 품고 간 곳에서

돌아갈 나라가 없어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절망한다.

절망속에서 그들은 맥을 놓고 주저앉아 있지 않았다.

학교를 세우고 새로운 목표로 진정 바라던 삶을 위해

다음 세상의 주인인 아이들을 위한가르침을 시작하며

‘더 나은 미래의 세상

차별과 어려움 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자’ 라는

희망을 이어 멕시코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나와 내 아이가

나라가 힘이 없기에 겪어야만 했던 그 많은 아픔 중에

멕시코 이민사를 기억했을까?

또 나라와 국민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을까?

절망뿐인 환경에서 희망을 키운 이야기에

감동으로 가슴 먹먹함이 책을 다 읽고도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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