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지정학 수업 - 지리는 어떻게 세계 역사를 움직이는가? 사고뭉치 21
전국지리교사모임 지음 / 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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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 게임으로 지리에 대한 개념을 익히고, 이후로 좋은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지리교과를 좋아해서 예전 교육과정에서 쓰리지라 불리던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지리를 모두 선택했던 아련한 추억이 있는데, 그래서인가 지리는 언제나 내게 많이 가깝고 익숙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었다. 모두가 역사를 이야기하고 재미있어하지만, 사실 시계열로 세상을 바라보는 역사만큼이나 공간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지리라는 렌즈 또한 중요하다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런 나 역시 별로 지정학에 관심이 많진 않았다. 지리는 지형, 기후, 위치, 그리고 그 안에서 그런 여러 환경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역사를 바탕으로 나타나는 문화 등을 공부하는 학문이라고 단순히 생각했기 때문이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리를 재미없는 학문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또 오죽 그랬으면 최근 교육과정을 보니 여행지리라는 뭔가 재밌어보이려고 노력한듯한 교과 시도도 눈에 띈다. 그러한 이유 중 하나가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어 온 지구촌의 (국지적으로는 아니지만) 전반적인 평화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속된 평화는 국경선을 고착화시켰고, 또 서로에게 이념과 경제적 요구 때문에 벌어지는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갈등 정도만을 관심갖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전쟁 이슈가 세계에 번지고 있고, 예전의 평화보다는 냉전과도 비슷한 갈등들이 대국을 중심으로 퍼지며 그 안에서의 일종의 줄세우기와 같은 영향력 또한 번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 이런 지정학에도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맘 때 나왔던 베스트셀러가 지리의 힘일텐데,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책이 조금 교과서스럽게 재미없고 지루하기에, 나처럼 지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재미있게 읽고 배경지식을 활용하여 상상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주변 친구들은 재미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더불어 저러한 시각은 저자가 외국인이라 외국의 시선이 아닐까 궁금하던 차에, 우리나라 지리 선생님들이 모여 책을 냈다니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책은 친절하게 쓰여진 편이다. 술술 읽히고,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도 좋아할만한 것이 그 지역 여러 민족이나 국가에 대한 역사들이 지리적으로 어떻게 생겼다 사라졌는지 공간감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여러 지리 정보를 소개하기 위해 지도를 많이 소개하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많이 보지 못한 지리정보를 다른 지도가 많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워낙 지명이라던가 위치에 대한 정보들을 다루다보니, 그리고 이러한 정보가 많다보니 그러한 정보에 대한 위치가 모두 소개된 지도 등은 없어서, 나처럼 지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아 거기!!하고 대략적으로 알 수 있지만, 중간 중간 읽으며 모르는 지명이 소개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아쉬운 부분이지만, 사실 책 전반적으로 놓고 보면 꼭 그 지명을 알아야 이해되는 내용들은 또 아니기에 그것을 다 넣으면 불필요하게 복잡해질 수도 있었겠다 싶어 저자들의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지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이유들을 여러 장면에서 뽑는 글을 전에 읽은 적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나라가 강대국들 사이에 있어 다른 곳에 진출하지 못할만한 지리적인 입지에 있고, 그러기에 자연스레 관심이 멀어져 우리 나라 안에서만 복닥거리기 바빴다는 하나의 견해도 있었다. 그에 비해 식민지배를 했던 일부 나라들은 뉴스를 다룰 때에도 세계의 소식들을 메인 뉴스로 다루고 자국의 정치나 경제 등의 뉴스들은 우리가 지역뉴스 다루듯 끝에서 다룬다는 이야기가 세삼 재밌는 포인트이기도 했다. 우리가 꼭 교과목이나 부동산적인 측면으로만 접근하기 보단, 세상을 바라보는 두 렌즈 중 하나로서 지리와 역사를 다루어야한다면, 역덕후가 많은 만큼이나 지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일 수있는, 그리고 단순한 지리 위치 정보나 여행지리같은 내용 뿐 만 아니라 지리적 요건이 나라에 작용하는 힘과 그로 인해 나라가 갖게 되는 여러 관점들을 알아보는 것은 제법 흥미로운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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