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함정 -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물리학자들
자비네 호젠펠더 지음, 배지은 옮김 / 해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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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집어들게 된 이유는 호기심 때문이였다. 이 책을 소개하는 카드뉴스와 출판사에서 작성한 책 소개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산수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수학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하여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약 12년간 다양한 분야의 수학을 공부한다. 처음에는 주로 생활속에서 접할 수 있는 현상을 수학적으로 나타내고 표현하는 방법부터 접근한다면, 중학교 이후부터의 수학은 어느덧 우리의 머리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그런 수학들을 접하기도 한다. 나는 수학을 머리속에서 이해가 되어야 문제를 풀 수 있다 믿었는데 도무지 무한연산은 잘 상상이 되지 않아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수학을 배울 때 자주 들었고 강조되어 들었던 것은 어쨌든 수학은 딱 떨어지는 답이라는 것이 대체로 존재한다는 것. 그러한 수학적 확신을 확고히 하기 위해 교육과정에서는 일정한 규칙에서 벗어나는 반례는 아예 다루지 않기도 한다. 그렇게 정선된 수학적 내용을 배우다보면 수학은 언제나 아름답고 완벽하다고 느껴진다.

이런 수학이라는 영역과 가장 관련된 탐구 지식이 바로 물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리의 대부분의 내용은 소위 말하는 공식으로 표현이 가능하고, 이것이 왜 그렇게 되고 이론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수학적으로 그것이 항상 맞아들어야되기 때문에 우리는 다양한 물리적 지식을 익힐 때 자연스럽게 수학적 개념을 함께 버무려 배우게 된다. 그러다보니 나도모르게 자연스럽게 물리는 수학적으로 생각해야하는 공부라 여기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것이 비단 나만 그런 것이 아닌가보다. 물리학자들도 계속된 자연 현상들 속에 든 물리학적 의미를 찾아내고 정립하는 데 수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물리학의 세계가 점점 넓어지고 어느덧 우리가 직접 탐사하지 못하는 영역의 물리학적 역학관계까지 탐험하다보니 이런 부분을 계산하고 이론적으로 확립하기 위해 자연적으로 수학을 먼저 활용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 것들을 이론물리학이라고 한다는데, 내가 들어본 적 있을 정도의 아주 유명한 물리학적 이론들이 이곳에서 소개되고 있었다. 사실 그런 지식을 접할 때에는 난 자연스럽게 당연히 그러리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보다 훨씬 더 그 분야에 전문적인 사람들이 수학적으로 증명까지 마친 그런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기에 그 말에 힘이 실린다고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이런 이론물리학에 대하여 물리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학적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완벽한 이론을 추구하는 이러한 경향성에 대하여 나와는 달리 경계하는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그러한 이야기를 물리학자들의 입을 통해 듣다보니 약간 내부고발 같은 느낌도 들기도 했고, 내 생각의 틀도 깨진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예전에 접했던 과학 혁명의 구조를 읽는 것 처럼 뒷통수를 맞은 기분도 들었다. 그리고 사실 딱딱하진 않을까 어렵진 않을까 고민했던 부분이 인터뷰 형식으로 풀려 오히려 친근하고 반갑기도 했다. 

특히 수학적 아름다움에 매몰되어 그것에 맞는 이론만 찾으려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새로움을 개척하지 못하는 물리학자들을 질타하는 내용을 보았을 때에는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새로움은 편견없이 사물을 바라볼 때 가능할텐데, 그리고 기존의 배경지식을 깰 수 있어야 비로소 새로운 지평이 보일텐데, 지금 갖고 있는 지식의 아름다움만을 숭상하고 있는 것은 땅이 평평한 줄로만 알았을 예전 사람들과 무엇이 다른가 고민해볼 부분이었다.

아이들이 내게 던지는 과학적인 질문을 마주할때면 나도 모르게 당연하다는듯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최대한 쉽게 과학적으로 풀어서 알려주는 것이 나의 의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렸을 적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았던 내가 어느덧 궁금한 것 하나 남지 않고 이 세상의 많은 현상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어른이 되어 있던 것 같다. 물론 그만큼 경험이 생겨서이기도 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쌓이는 당연하다 여겨지는 과학의 지식들로 내 머리가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기에 아마 새로움을 만나도 호기심보다는 배우려는 의지가 들고, 창의적인 생각보다는 어딘가에 있을 답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내 사고를 가두고 있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러한 나의 모습이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되물어주고 스스로 생각하게끔 해보는 힘,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움을 발견하게끔 하는 힘이 내게도 아이들에게도 또 물리학자들에게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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