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생태사상가 - 2020 우수콘텐츠 선정작
황대권 외 27인 지음, 작은것이 아름답다 엮음 / 작은것이아름답다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19와 기후변화로 인한 온갖 재난들로 인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하면서 생태적 삶으로의 전환을 꿈꾸게 되었다. 여기 이 책에는 이미 이런 생태위기를 내다보고 대안을 삶으로 제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28인의 동서양 사상가들의 자연과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을 통해 나는 어떤 질문과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각기 다른 사유의 흐름을 보며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고 저렇게 할 수도 있겠구나!' 감탄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 생각과 이상이 너무 허무맹랑한가? 극단적인가? 하는 의심이 종종 들 때가 있었는데 앞서 몸소 생태적인 삶을 살아간 사람들을 보며 위안과 희망을 얻었다. 이 책의 많은 사상가들이 지적하듯 인간 중심적이고 착취적인 근대 문명으로 인해 생물 다양성과 문화 다양성이 파괴되어 지구가 황폐화되어가고, 그 위에 살아가고 있는 인간과 동물을 비롯한 유기체들이 고통받는 것보다는 제각기 본성을 유지하며 더불어 사는 쪽이 더 바람직하고 행복한 삶이지 않을까? 이 논리로 끌고 가자면 생태적인 삶에 있어서도 획일적인 기준에 맞춰 살기보다는 자신이 끌리는,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가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웬델 베리의 사상이 특히나 끌렸는데, 이는 그가 농본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웬델 베리는 우리 시대 혼란과 위기의 진짜 원인은 지역에 뿌리박은 소농 경제의 몰락, 다시 말해 산업 경제-착취 경제가 지구 전체에 번성한 탓이라고 한다. 그는 우리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농업을 중시하는 순환적 소농 경제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한다. 귀농에 관심을 가진 요즘 이 말이 크게 와닿았다. "농본주의가 세상을 살린다."

 

이와 더불어 반다나 시바, 캐롤린 머천트의 에코페미니즘 사상도 몹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격과 파괴 성향의 진보 개념으로 일그러진 '가부장제' 전반의 문제를 다루지 않고서는 인간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관계도 파멸을 맞게 될 것이 분명하다. 시바의 '자급적 관점'에 따른 자급 사회를 이루고 오래된 미래의 가르침을 찾아 지구 어머니에 대한 경외심을 회복하는 날이 오기를 꿈꿔본다.

 

사상가마다 의견과 주장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은 인간은 개별적인 존재가 아닌 모든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러므로 서로에게 의존하는 감각을 다시 되살리는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이들이 뿌린 씨앗 중에 어떤 것을 받아 키울지, 어떻게 키울지는 이제 우리의 몫이다.  

 

"우리는 땅에서 와서 땅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일 뿐이며 자연보다 높거나 분리돼 있는 존재가 아니다. 자연은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다. 기쁨과 축복, 예술과 상상력, 시와 영감, 기술과 발명의 근원인 것이다. 취약함과 겸손함을 껴안고 지구에 조건 없이 의지하고 있음을 선언하자.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 사티쉬 쿠마르,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하늘과 땅과 모두가 나와 함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곧바로 나다, 하는 것을 일속에서 빨리 체득해 주시길 부탁해요. '하늘과 땅과 생물이 바로 나다'하는 것을 체득하시라 이 말씀입니다. ... 나락 한 알 속에도, 아주 작다고 하는 머리털 하나 속에도 우주의 존재가 내포돼 있다 그 말이에요."

 

- 장일순,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