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주변 관찰은 재미있고 때때로 귀엽다. 그래서 <아이스크림>같은 글이 나오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가가 마트에서 일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14년이나 되었다는 건 이번 서평단을 신청하면서 알게 되었다. 14년은 간단한 숫자가 아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작가가 바라보는 마트 안 세계와 작가의 세계가. “스스로를 너무 미워하지 말고 지키고 싶은 것을 지켜. 내가 하는 일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꼭 필요한 것만 살아남는 시대에 필요 이외의 것들이 발 딛고 설자리는 없었다. ‘그럼에도’ 사랑한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좋은 일은 없는데 좋아지고 싶어서. 글을 쓰며 나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 책을 읽다가 가슴에 박히는 문장을 하나의 공간에 모아 적는다. 문장의 순서가 어떻든 책을 통해 내가 느꼈던 대로 재배치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작가의 기분과 생각을 조금 더 가깝게 마주한다. 어떤 문장은 담담한 위로가 되고 어떤 문장은 매운 껌처럼 톡 쏘아댄다. 작가는 마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는 동시에 내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직업, 꿈, 희망을 이야기한다. 10대 이후 나는 내 꿈과 지키고 싶은 것에 대해 얼마나 생각했지? 그런 건 어린아이들이나 하는 거라고 쑥스러워하며 친구에게도 말을 얼버무린 적이 있다. ‘내 꿈은 000이야.’라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아이슬란드 사람 이야길 들은 적이 있다. 지키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꿈이든 직업이든 뭐든 이런 것들이 있어야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게 아닐까? 각자의 상황에 맞게 지금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우리는 우리가 갈 길을 선택해야 한다. 분명 쉽고 가벼운 시간은 아니다. 선택의 길 위에서 우리는 조금 더 나아지려고 마지막까지 고민할지도 모른다. 그 고민은 나를 보듬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하는 일이 그저 소모적일지 모른다고 불안해하지 말자. 작가의 말처럼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말고, 지키고 싶은 걸 지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