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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허수아비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52
베스 페리 지음, 테리 펜 외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9년 10월
평점 :
책읽는 내내 조상님들이 왜 허수아비를 쌍으로 만들지 않으셨는지 싶었네요. 어린 까마귀를 안아올리려고 기둥을 살짝 뽑고 허리를 굽힌덕에 까마귀가 가버린 뒤에도 내내 허리 숙이고 있는 허수아비가 가여웠어요. 허수아비의 행복은 공짜가 아니였죠. 평소 자신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이상한 일을 해야 했으니까요. 그 댓가로 허리는 굽었고, 다시 또 느낄 수 있을지 모를 그 행복을 맛본 뒤 가슴은 비어버려 아팠으니까요.
문장이 너무 간결해서 깜짝 놀랐어요. 헐렁한 문장 사이 사이를 메우며 읽었답니다. 짧은 문장 안에 긴 세월이 집약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가들은 그 세월을 모르니 이야기가 짧게 끝나겠지만 그 세월이 읽히니 이야기가 길더라구요.
이렇게 다른 이야기가 많이 떠오르는 그림책은 처음이었어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
<오즈의 마법사>
<알을 품은 여우>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
이 한 권으로 많은 책을 읽었네요. 황금색 시 한편을 읽은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