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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평점 :

가장 뛰어난 SF소설에 쥐어지는 네뷸러상을 수상한 엘리자베스 문의 대표작으로, 전면 수정을 거쳐 재출간되었다고 한다. SF소설가 정소연 작가가 다시 한번 번역을 맡았다.
가까운 미래, 마지막 남은 자폐인 루 애런데일의 ‘정상화 수술’ 과정을 통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거대한 질문을 던지는 책으로,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인 김초엽님이 추천해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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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내 기대를 완전히 충족해주고도 남았다. 우선 세계관이 탄탄했고, 전면 수정을 거쳐서인지 언어도 부조화스럽거나 어색하지 않아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옮긴이의 말이나 작가 인터뷰를 제외하고도 502쪽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에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지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다. 특히 SF 장편소설이나 정상과 비정상에, 자폐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아래 구절에서도 드러나듯 자폐아를 키우는 부모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자폐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탄탄한 세계관이 구성되어 있다는 기분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탄탄한 세계관과 개연성 있는 서사를 좋아함을 넘어 사랑하는 나로서는 정말 반가운 이야기였고,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같은 작가분이 집필한 도서, '잔류 인구'를 알게 되었다. 스스로가 잔류 인구가 되길 택한 70대 노인의 행성 생존기라고 하던데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고 싶다. 잔류 인구도 어둠의 속도만큼 나를 매혹적으로 끌어들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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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이게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이게 어떻게 보면 힐링과 위로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자신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헷갈리고 불편한 사람이라면 힐링과 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 자신이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해 결국 나 자신이길 포기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책이 힐링과 위로를 구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