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의 비밀
딕 프랜시스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4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 내게 어떤 작가의 작품을 가장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딕 프랜시스’라고 해야 할 것 같을 정도로 열심히 찾아 읽는 중이다. 변덕이 심한 관계로 선호하는 장르는 시시때때로 바뀌지만 좋아하는 작가는 어지간하면 그대로 가는 편이라 한 번 꽂히게 되면 절판 도서들까지 구해 읽고 싶어진다. 그렇게 딕 프랜시스의 책을 구하던 중 [경마장의 비밀 Decider]을 입수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기시감이 몰려든다. 오래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던가?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무척 재미있었다. 역시 그의 작품은 실망을 시키지 않는다. 물론 아주 흥미진진한 작품만 있는 건 아니고 조금 시시하게 전개되는 경우도 있지만 누군가의 서평에서 본 ‘딕 프랜시스의 작품은 평타는 친다’는 말에 백배 공감한다. 특히 이 소설은 살인 사건 중심이 아닌데다 영리한 아이들의 등장으로 인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따스한 이야기다.


폐가를 개조해서 파는 일을 하는 건축사 리 모리스는 어느 날 경마장 직원들의 방문을 받는다. 스트래튼 파크 경마장 주인의 사망으로 인해 가족 간에 대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 주주로써 참여해달라는 것. 리의 엄마는 돌아가신 스트래튼 경의 둘째 아들의 전부인으로, 심각한 가정폭력을 피해 이혼한 후 재혼, 리를 낳았고 위자료로 받은 약간의 주식을 남겨준 것이다. 한 성격하는 사람들만 모인 그 가족과는 엮이고 싶지 않으나 고 스트래튼 경에게서 받은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한 리 모리스는 지독한 냉대를 받지만 어쩌다보니 혼잡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다섯 명의 아이들과 경마장 구경을 하러 간 날, 하필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뒷수습을 하던 리의 일행에게 위험이 닥쳐온다.


세상에 아이를 낳는 취미를 가진 여자가 있다니, 리 모리스의 아내는 여섯 명의 아들을 낳고도 또다시 아기를 원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름답다. 하지만 살다보면 부부 사이는 위기가 닥쳐오고 서로가 다른 곳을 보기도 한다. 그런 불안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써 부단히도 애를 써야 하는 우리의 주인공이 쏟는 노력은 눈물겹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불 속으로라도 뛰어들 수 있다는 부성애를 보여준다. 진정한 영웅이란 이렇게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아빠의 모습이 아닐까. 나는 그다지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이토록 귀엽고 영리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이야기에는 마음이 말랑말랑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비틀어지고 병든 가족의 모습을 보자니 부유함이 무슨 소용이랴 싶다. 조금은 생활에 쪼들리고 다사다난하더라도 풍요로운 마음을 지닐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 아니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