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지켜라 - 풋내기 경찰관 다카기 군의 좌충우돌 성장기
노나미 아사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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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미 아사의 장편소설 <마을을 지켜라 ボクの町>는 나오키상을 수상한 박진감 넘치는 경찰소설 <얼어붙은 송곳니>를 쓴 작가와 같은 인물인가 싶을 정도로 산뜻하고 코믹하게 그린 경찰관의 성장 이야기이다. 노희경 작가의 tvN 드라마 <라이브(Live)>를 감상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미묘하게 겹쳐 보이는 신입 연수 경찰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기분이 들었다. 드라마 ‘라이브’의 청춘들도 경찰이 되고 싶다거나 불타오르는 정의감 때문이 아니라 생활고로 인해 공무원이 되고 싶었을 뿐이었던 것처럼 이 소설의 주인공 다카기 세이다이 역시 여자 친구에게 차이는 바람에 홧김에 경찰학교에 들어간 것이었다. 경찰로서의 마음가짐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지역실무연수를 받게 된 다카기의 생활이 순조로울 수가 없음은 당연한 결과이리라.


역전 파출소로 출근한 첫날부터 상사에게 찍힌 다카기는 이후에도 각종 문제에 연루되지만 줄기차게 마이페이스를 유지하는 캐릭터다. 이상하게도 다카기의 돌출 행동은 의외로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고 엉뚱하지만 솔직한 다카기를 동료들은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가 없다. 드라마 ‘라이브’에서의 염상수와 오양촌을 연상시키는 신입 다카기와 사수 미야나가 반장 팀의 활약은 유쾌함과 잔잔한 감동을 번갈아 전한다. 남부럽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던 터라 외출할 때는 짧은 머리를 젤로 정리하고 보디 코오롱과 은빛 피어싱을 잊지 않던 다카기도 점점 제복에 익숙해지기 시작하고 모범생 경찰학교 동기 미우라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달린다. 


겉보기에는 조용해 보이는 곳이라도 마을에는 자잘한 일들이 쉬지 않고 일어난다. 길 안내에 도둑, 치한, 취객 등을 상대하며 때론 얻어맞기도 하고 수면부족에 이런저런 시달림을 당하면서도 한건도 성과를 올리지 못한 다카기는 자신에게 경찰이 맞지 않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한다. 어울리지 않게도 풀이 죽어서 지내던 중 자살사건, 방화사건, 동료의 상해사건을 마주하며 드디어 경찰의 본분에 눈을 뜨게 되는 다카기의 성장이 마치 내 가족이나 친구의 일처럼 대견하기만 하다. ‘젊고 귀에 피어싱 구멍이 있는 사람’으로 통하는 경찰, 다카기가 지키는 마을에는 늘 건강한 웃음이 피어날 것만 같다. 결국 여자 때문에 경찰이 되고 갈림길에서도 여자로 인해 경찰에 남기로 결정한 어이없는 남자이지만 뭐 어떠랴.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진심인 것을. 우리 동네 파출소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모처럼 부풀어 있던 영웅이라는 이미지가 펑, 하고 터져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는 조직의 일원이고, 모두가 동료라는 의식이 마음속에 싹트기 시작했다.
p.449

영웅이 되기보다 그저 사명감을 불태워 조직의 일원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과연 나는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그러나 다른 일을 한다 해도 그것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p.460

지역주민.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만 경찰을 부르면서 제멋대로 행동하는 데다, 때에 따라서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한 사람들. 그러나 하루하루가 무사히 이어지는 것. 어쩌면 당연한 그 일이 중요하다.
p.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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