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품격
신노 다케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윌북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여행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통해 리얼한 공항이야기를 그린 신노 다케시의 소설 <공항의 품격> 속편이다. ‘다이코 투어리스트’ 직원 엔도가 공항사무실에서 슈퍼바이저로 근무하게 된 지도 1년이 지나고, 어느덧 공항을 사랑하는 진정한 ‘아포양’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전작에서 엔도를 교육했던 선배 이마이즈미가 본사로 이동하면서 후임으로 부임한 신입사원 에다모토의 교육을 맡게 된 엔도는 이 동갑내기의 돌출행동에 진땀을 뺀다. 여객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나 오히려 그런 측면으로 인해 일의 속도가 더디다는 것이 가장 문제이지만 열심히 하려는 자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담은 소설로 동료들과의 일상을 비롯하여 새로운 만남과 인연을 통해 엮어가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베트남 빈민 마을의 아이들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 재일교포라는 신분을 숨긴 채 전전긍긍하는 교주, 한류스타에게 열광하는 여성들, 치매 노모를 부양하는 책임감으로 지친 여성, 막무가내로 출발하려는 만삭의 임산부, 졸업여행을 계획한 여대생 그룹, 그야말로 공항에는 다양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리고 그곳에는 모든 여객의 즐거운 비행길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직원들이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고객이 웃는 얼굴로 출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아포양あぽやん의 임무다.

 

국내소설의 제목은 <연애의 품격>이지만 연애는 중심에서 벗어나있다. 원제 戀する空港은 아마도 공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엔도는 여전히 연애에는 쑥맥인 상태로, 자신의 마음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다가 남에게 옆구리를 찔리고 나서야 겨우 마음을 전하는 남자다. 그러나 공항과 일을 사랑하는 마음은 프로다. 그래서 더욱 호감이 가는 남자이기도 하다. 점심식사 문제로 반기를 든 여직원들에게 왕따를 당해도, 조직의 압력에 곤란한 입장에 처해도 의연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엔도. 그의 마음에도 봄이 오기를 바라면서 이 유쾌한 소설의 다음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언젠가는 ‘あぽやん 3’를 만날 수 있기를.

아포양あぽやん이란?
공항(airport)의 약자 ‘APO’와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일본어 ‘やん’의 합성어로, 공항에서 여객들의 출국 수속 등을 돕도록 여행사에서 파견된 직원을 가리키는 업계전문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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